뉴스는 돈을 낼 가치가 충분하다, 독자들이 그 사실을 모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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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신문과방송’ 2018년 2월호 기고입니다.)

하드 페이월에서 프리미엄 페이월, 그리고 다이내믹 페이월로, 콘텐츠 유료화의 진화.

미디어오늘은 2013년 9월, ‘미오친구’라는 이름으로 기사 유료화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다. 닭살 돋는 네이밍도 문제였지만 근본적으로 콘텐츠 전략이 부실했던 탓이다.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했던 많은 언론사들이 겪었던 문제를 미디어오늘도 직면했다. 기사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어야 힘이 생긴다. 그런데 좋은 기사를 유료로 묶어두면 기사가 죽는다. 10만 명이 읽을 수 있는 기사를 고작 1000명만 읽게 만든다는 고약한 딜레마.

굳이 구분하자면 ‘미오친구’는 강력한 하드(hard) 페이월(지불장벽, paywall)이었다. 돈을 내야 기사를 볼 수 있는데 그 기사가 얼마나 좋은 기사인지, 월 1만 원의 구독료를 낼 가치가 있는 기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굳이 지갑을 꺼낼 만한 유인을 찾지 못했다. 일부 충성 독자들이 유료 회원에 가입했지만 이들 역시 1만 원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했다. ‘미오친구’는 2015년 12월, 내가 두 번째 편집국장을 맡으면서 전면 중단했다.

흔히 섞어서 쓰긴 하지만 유료화와 페이월은 다른 개념이다. 페이월은 유료화의 한 방식일 뿐 페이월이 없는 유료화 모델도 많고 애초에 페이월이란 말 자체가 공급자 관점인 데다 부정적인 느낌이 강하다. 지불의 장벽이 아니라 지불해야 넘을 수 있는 장벽인 셈인데 지불장벽이 곧 진입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고 그래서 많은 언론사들이 장벽을 쳐놓고 정작 장벽을 낮추느라 고심하는 딜레마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다른 많은 언론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미오친구’ 역시 좋은 기사는 돈을 내고도 읽는다, 또는 이런 좋은 기사라면 기꺼이 돈을 내고 보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제 와서 돌아보면 독자들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데는 훨씬 더 정교한 설계와 디자인이 필요했다. 뉴스는 어디에나 넘쳐나고 독자들은 가치 평가에 냉정하다. 이렇게 좋은 기사에 왜 돈을 안 내지? ‘자뻑’과 현실 인식의 간극은 컸다.

하드 페이월의 실패, 미터드 페이월의 성공.

위안은 안 되지만 잘 나가는 뉴욕타임스도 비슷한 실패를 겪은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2005년 타임셀렉트(Time select)라는 이름으로 칼럼과 과거 기사 아카이브를 패키지로 묶어 월 7.95달러, 연 49.95달러에 판매했는데 2년 만에 유료 구독자가 22만7000명 까지 늘어났고 매출도 연간 1000만 달러에 육박했다. 그러나 당초 기대에는 크게 미치지 못했고 외부 컨설팅 결과, 차라리 방문자 수를 늘려 온라인 광고 매출을 늘리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뉴욕타임스는 2007년 9월, 타임셀렉트를 포기하기에 이른다. 비비안 쉴러(Vivian Schiller) 당시 뉴욕타임스 부사장은 “타임셀렉트를 도입하면서 상당한 유료 구독자를 확보했고 나름의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하지만 유료 구독자의 증가 속도가 온라인 광고의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고 실패를 시인했다. 실제로 뉴욕타임스는 타임셀렉트를 포기한 이후 방문자 수가 크게 늘었고 광고 매출도 급증했다.

뉴스 콘텐츠의 지불장벽은 하드 페이월과 미터드(metered) 페이월, 프리미엄(freemium) 페이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터드 페이월은 하드 페이월과 비교해서 소프트(soft) 페이월이라고도 부른다. 프리미엄 페이월은 고급 콘텐츠를 회원제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 글에서 소개할 다이내믹(dynamic) 페이월이 최근 세계적으로 여러 언론사들의 벤치 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페이월의 여러 유형, 비즈니스인사이더 자료)

뉴욕타임스도 처음에는 하드 페이월로 시작했다. 좋은 기사를 페이월 안에 가둬두면 일부 충성 독자들을 유료 구독으로 유인할 수 있겠지만 뜨내기 독자들이 만드는 거대한 트래픽을 잃게 된다. 당연히 광고 수입도 줄어들고 뉴스의 영향력도 줄어들게 된다. 천하의 뉴욕타임스도 일부의 충성 독자들만 보고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절치부심 끝에 뉴욕타임스는 2011년 3월, 두 번째 유료화 모델을 도입했다. 이번에는 미터드 페이월이었다.

미터드 페이월은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사 건수를 제한하는 방식이다. 뉴욕타임스의 경우 한 달에 최대 20건까지 무료료 기사를 읽을 수 있고 21건 이상 기사를 읽으려면 결제 창이 떴다. 온라인과 모바일은 4주 단위로 15달러, 연간 195달러로 구독할 수 있다. 대신 종이신문 구독자는 추가 비용 없이 온라인 기사를 무제한 읽을 수 있는 조건이었다. 방문자 수를 잃지 않으면서 열성 독자들에게 구독 비용을 청구하는 부분 유료화 모델이었다.

(뉴욕타임스 매출 구성, 뉴욕타임스 자료를 이정환이 재가공.)

(뉴욕타임스 매출 구성, 뉴욕타임스 자료를 이정환이 재가공.)

유료화 도입 이전인 2011년 1월 뉴욕타임스의 월 순 방문자는 4846만명이었는데 20건 제한을 두고 나서 2012년 1월에는 4794만명으로 1% 정도 줄어드는 데 그쳤다. 2012년에는 처음으로 구독 매출이 광고 매출을 넘어섰다. 자신감을 얻은 뉴욕타임스는 2012년 4월, 20건의 기사 제한을 10건으로 줄인 데 이어 2017년 12월, 5건으로 다시 줄였다. 뉴욕타임스의 2017년 3분기 기준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285만명에 육박한다.

미터드 페이월은 온라인 광고 매출과 유료 구독 매출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 될 수 있지만 다수의 독자를 확보한 넓은 주제를 포괄하는 언론사에 적합하다. 특화된 콘텐츠를 다루는 월스트리트저널은 하드 페이월이 어울리지만 좀 더 일반적인 주제를 다루는 뉴욕타임스는 일단 최대한 많은 독자들에게 기사를 노출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미터드 페이월로 끌어들이는 게 효과적이다.

더타임스의 성공과 더선의 실패.

물론 콘텐츠 퀄리티에 자신이 있다면 하드 페이월이 충성 독자들을 결속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더타임스(The Times)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제로 2010년에 트래픽의 90%가 떨어져 나갔으나 페이월을 허물지 않았다. 더타임스는 오히려 소수의 충성 독자들과 관계가 좀 더 강화됐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과거에는 독자들과 라이브 채팅에 1만 명이 몰리기도 했지만 유료화 이후 실제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축소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장 먼저 뉴스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했고 실제로 빨리 안착한 경우다. 뉴스코퍼레이션의 루퍼트 머독 회장은 일찌감치 공짜 뉴스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2010년 모든 기사를 한꺼번에 페이월 안으로 가두는 하드 페이월 방식을 도입했다. 구독료는 12주에 12달러부터 시작하고 프로모션 기간이 끝나면 월 28.99달러가 된다. 연간 회원은 272.91달러부터, 그 다음해에는 347.88달러가 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스트리트저널보다 앞선 2007년부터 강력한 하드 페이월을 도입했다. 한 달에 1건의 기사만 무료로 볼 수 있고 회원 가입을 하면 한 달에 10건까지 좀 더 많은 기사를 볼 수 있지만 유료 기사를 보려면 구독료를 내야 한다. 유료 구독은 스탠다드와 프리미엄으로 구분돼 스탠다드는 주 3.59파운드, 프리미엄은 주 6.99파운드다. 프리미엄 회원제에 가입하면 렉스 칼럼과 에디터스 초이스 등 좀 더 고급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다.

하드 페이월을 도입한 더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의 공통점은 모두 공짜 콘텐츠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돈을 내면 볼 수 있고 돈을 내지 않으면 볼 수 없다. 디지털 콘텐츠지만 과금 방식은 오히려 오프라인 잡지와 비슷하고 넷플릭스 모델에 가깝다. 신용카드 번호를 등록하고 첫 달은 무료, 둘쨋 달부터 자동 과금되는 시스템도 많이 쓰는 방식이다. 지불장벽을 한 번 넘기가 어렵지 일단 넘어서면 습관이 되고 끊기가 어려워진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하드 페이월의 성공 요건을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첫째, 고도로 전문화되거나 타겟 독자가 명확한 콘텐츠의 경우만 가능하다. 완전히 독보적인 콘텐츠가 아니라면 독자들은 무료 콘텐츠를 찾아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경쟁자가 거의 없는 콘텐츠여야 한다. 가격 비교가 의미가 없고 아무리 비싼 가격이라도 울며겨자먹기로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콘텐츠여야 하드 페이월이 가능하다.

하드 페이월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 아메리칸프레스인스티튜트 2016년 조사에 따르면 98개 언론사 가운데 3분의 1만 하드 페이월을 도입하고 있다. 뉴스데이(Newsday)와 호놀룰루스타어드버타이저(Honolulu Star-Advertiser) 같은 지역 언론사는 경쟁이 거의 없는 고도로 로컬라이즈한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압도적인 콘텐츠를 만들기 때문에 하드 페이월이 가능했다.

타블로이드 신문 더선(The Sun)은 하드 페이월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더선은 순 방문자 수가 월 2409만 명이나 됐지만 광고 수익은 미미했다. 페이스북과 구글과 연계된 광고가 90% 가까이 늘어났으나 종이신문 광고는 급격히 줄었다. 종이신문에 미래가 없는 건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온라인에서 희망을 찾기도 어렵다는 판단으로 하드 페이월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다.

더선이 2013년 8월 하드 페이월을 도입했다가 2015년 12월 유료화를 포기할 때까지 2년 남짓한 동안 유료 구독자는 25만 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더선의 트래픽 가운데 25% 정도가 소셜 미디어에서 유입되는데 페이월을 세우고 나자 페이스북과 트위터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기사 내용을 전혀 볼 수 없으니 유료 구독 전환도 더뎠다. 당연히 매체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무료 ‘떡밥’으로 승부하는 프리미엄 페이월.

프리미엄 페이월은 프리(free)와 프리미엄(premium)의 합성어인데 지불장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무료 콘텐츠를 강조하는 개념이라 역(reverse) 페이월이라고도 한다. 미터드 페이월은 무료 기사 건수를 정해 놓고 더 많은 기사를 읽으려고 할 때 결제를 요구하지만 프리미엄 페이월은 아예 유료 회원에게만 서비스되는 콘텐츠를 따로 둔다. 연재 기사의 처음 몇 회만 무료로 푼다거나 기획 시리즈의 목차를 사이드 바에 노출한다거나 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프리미엄 페이월에서는 무료 독자들에게 내가 볼 수 없는 기사가 더 있다는 걸 알게 하고 더 읽고 싶게 만드는 게 관건이다. 회원 등급에 따라 보이는 기사가 달라지지만 일반 회원들은 기사 제목 조차 볼 수 없는 기사들이 있을 수 있다. 항공권과 비교하면 이해가 쉬울 텐데 지금 이코노미석에 앉아있지만 저 문을 넘어서면 훨씬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석이 있다는 걸 독자들에게 계속 일깨워주는 게 관건이다.

미국의 정치 뉴스 사이트 폴리티코(Politico)는 2010년부터 프리미엄 구독 모델을 도입했다. 플리티코에서는 모든 콘텐츠를 무료로 풀고 있지만 폴리티코 프로라는 버티컬 사이트에서는 프리미엄(premium) 콘텐츠를 유료로 제공한다. 정치와 테크놀로지, 미디어, 에너지 등 24개의 카테고리에서 스페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데 구독 패키지에 따라 연간 1만~3만 달러의 구독료를 책정하고 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디지데이에 따르면 2017년 7월 기준으로 폴리티코 프로의 구독자는 2만여 명, 폴리티코의 월 순 방문자 3000만 명과 비교하면 매우 적지만 폴티티코 프로의 구독 수입이 폴리티코 전체 매출의 절반에 육박한다. 포츈 보도에 따르면 폴리티코 프로의 구독 연장 비율은 93%에 육박한다. 포츈은 “90% 이상의 구독 연장 비율은 미디어 업계에서는 들어본 적이 없는 놀라운 수치”라고 평가했다.

포츈의 분석에 따르면 정부 공무원과 로비스트, 그리고 특정 정책 이슈에 관심이 있는 애널리스트들과 같이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을 겨냥한 타겟이 명확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모델이다. 포츈은 “독자들은 비용을 지불한 이상으로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하면 기꺼이 지갑을 연다”면서 “폴리티코 프로는 파이낸셜타임스보다는 블룸버그에 더 가까운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미터드 페이월이 기사 건수를 카운팅할 뿐 기사의 경중을 구분하지 않는 것과 달리 프리미엄 콘텐츠 모델은 유료 독자들에게만 노출할 고급 콘텐츠와 무료 독자들에게도 보여줄 일반 콘텐츠를 구분한다. 충분히 많은 무료 기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하드 페이월과도 다르다. 아메리칸프레스인스티튜트의 2015년 조사에서는 미국 신문 가운데 12%만 프리미엄 콘텐츠 모델을 도입하고 있다.

프리미엄 콘텐츠 모델이 성공하려면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이를 테면 날씨와 스포츠 뉴스는 무료로 제공하지만 경쟁력 있는 분야의 독점 콘텐츠는 구독자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콘텐츠가 독자들을 구독으로 이끄는지 면밀하게 관찰해야 한다. 무료 기사는 낚시일 뿐, 지불장벽을 넘어서면 훨씬 더 재밌고 가치 있는 콘텐츠가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스페셜 에디션 같은 특별한 느낌을 주는 기획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맞춤형 페이월, 독자를 관찰하고 분석하라.

다이내믹 페이월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건 하드 페이월이나 미터드 페이월은 물론이고 프리미엄 페이월 역시 독자들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독자들마다 취향과 관심이 모두 다르고 이용 패턴과 지불 의사도 다르다. 독자를 관찰하고 분석해야 제대로 된 페이월 전략을 내놓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좀 더 인터랙티브한 페이월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르웨이 쉽스테드(Schibsted) 그룹의 아프텐포스텐(Aftenposten)도 처음에는 뉴욕타임스처럼 미터드 페이월을 도입했다. 2013년 유료화를 선언하면서 1주일에 기사 6건까지 무료로 볼 수 있도록 하고 더 많은 기사를 읽으려면 구독료를 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문제는 여전히 페이스북과 구글 검색 유입 등으로 공짜로 기사를 읽을 수 있는 방법이 많았고 유료 구독자에게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었다.

아프텐포스텐은 기존의 미터드 페이월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료 회원에게 좀 더 많은 프리미엄 콘텐츠를 제공하는 전략을 병행했다. 하루에 생산하는 150개 기사 가운데 20% 정도는 유료 독자 대상 프리미엄 콘텐츠다. 디지털 구독료는 월 199크로네, 달러로 환산하면 24달러 정도다. 아프텐포스텐의 매출 65%가 유료 구독이고 나머지 35%가 광고 수익이다. 유료화 이전에는 매출의 60%가 광고였는데 역전된 것이다.

아프텐포스텐은 구독 예측(Subscription Purchase Prediction) 시스템을 개발해 2017년 세계뉴스미디어협회 미디어 어워드를 수상한 바 있다. 이 시스템은 독자들의 참여도를 추적해 유료 구독을 할 가능성이 높은 독자들을 선별한다. 실제로 78%의 확률로 향후 2주 안에 유료 독자로 전환할 가능성을 예측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 캠페인에서도 전환 비율이 22% 늘어났고 광고 비용은 35% 줄어들었다.

쉽스테드가 만든 예측 모델의 원리는 간단하다. 독자의 뉴스 소비 패턴을 28일 동안 관찰한 뒤 향후 14일 동안 유료 구독자로 전환할 것인지 여부를 예측한다. 좀 더 자주 방문하고 좀 더 많은 기사를 읽은 방문자들이 지불 의사가 높다. 한 대 이상의 디바이스에서 접속하는 독자들, 다양한 경로로 접속하는 독자들, 특히 주말에 접속하는 독자들이 유료 독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쉽스테드의 다이내믹 페이월과 구독 예측 시스템 개요, 쉽스테드 제공 자료)

단순한 가정이지만 이 예측 모델에서 상위 10%의 점수를 받은 독자들이 실제로 유료 전환 독자들의 5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텐포스텐의 첫 번째 캠페인은 이 예측 모델을 근거로 독자들을 점수에 따라 두 그룹으로 구분하고 기사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은 첫 번째 그룹의 독자들에게만 광고를 집중적으로 노출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유료 회원 한 명을 유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 35% 가까이 줄어들었다.

아프텐포스텐의 두 번째 캠페인은 타겟 그룹에만 유료 기사를 노출해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었다. 어차피 유료 회원이 될 가능성이 낮은 독자들에게는 유료 기사를 보여줘봐야 효과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열성 독자들을 대상으로 유료 회원이 되면 이런 기사를 볼 수 있다는 은밀한 유혹을 계속 던지는 전략이다. 실제로 이 캠페인 결과 타겟 그룹의 유료 전환 비율이 22%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예측 모델을 도입하기 전에는 무작위로 독자들을 선택해 텔레 마케팅을 했죠. 전환 비율은 1% 수준에 그쳤습니다. 우리는 독자들을 두 그룹으로 구분하고 타겟 마케팅을 하면서 결과를 비교했습니다. 점수가 가장 높은 상위 10% 그룹과 그동안 해왔던 것처럼 무작위로 추출한 일반 독자 그룹이었죠. 그 결과 첫 번째 그룹에서 전환 비율이 6배에 이르는 것을 보고 정말 기뻤습니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시어런 코디-케니(Ciarán Cody-Kenny)의 이야기다.

아프텐포스텐의 타켓 마케팅 모델은 페드레란드스베넨(fædrelandsvennen)에 그대로 적용됐고 전환 비율이 8.8%까지 뛰어올랐다. 역시 쉽스테드 계열사인 베르겐스티덴데(bergens tidende)는 모바일 앱의 구독 광고에 이 모델을 적용했는데 타겟 그룹과 일반 그룹의 노출 비율이 각각 28.2%와 6.3%, 클릭 비율은 각각 1.3%와 0.7%로 나타났다. 95%의 신뢰도로 타겟 그룹이 두 배 가까운 클릭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스테드는 독자 분석에 머신 러닝을 활용하고 있다. 얼마나 오랜만에 방문했는가,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가, 그리고 어떤 기사를 얼마나 봤는가 등을 추적하면서 패턴을 읽어내는 것이다. 무슨 요일에 더 자주 방문하는지, 어떤 디바이스를 통해 접속하는지 등도 추적한다. 가설을 세우고 모델을 테스트하고 실제로 유료 전환할 가능성이 높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페이스북 광고 노출 등 마케팅을 집중하면서 성과를 업데이트하는 전략이다.

쉽스테드 또 다른 계열사인 스웨덴의 아프톤블라데트(Aftonbladet)는 1년 동안 수집한 25TB(테라바이트)의 독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독자들의 행동 패턴이 파레토 원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문자의 20%가 페이지뷰의 80%를 만든다. 독자들의 행동 패턴을 분류하고 동일한 패턴을 보이는 그룹의 행동을 예측하는 모델을 만드는 게 핵심이었다. 아프톤블라데트가 만든 5단계의 독자 분석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다.

1단계 : 독자들의 행동 패턴에 대한 가설을 정의한다.
2단계 : 가설을 기초로 실제 행동 데이터를 적용해 반복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다.
3단계 : 행동 데이터를 클러스터링해서 10개의 독자 그룹을 정의한다.
4단계 : 각각 그룹의 실제 독자와 심층 인터뷰를 통해 다양한 행동의 필요와 동기를 이해한다.
5단계 : 전체 독자들을 대상으로 정량적 조사를 실시한다.

아프톤블라데트의 마케팅 총괄 파 에크로스(Pär Ekroth)는 세계신문협회 블로그에 기고한 글에서 “심층 인터뷰와 정량적 조사에서 많은 행동 영역에서 독자들의 동일한 동기와 수요를 발견했다”면서 “10개의 행동 그룹을 클러스터링하고 4개의 새로운 타겟 그룹을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애프톤블라데트는 조직 전반에 독자 중심 접근(user-centered approach) 철학을 불어넣었고 여기서 얻은 교훈을 쉽스테드 그룹 전체에 확대 적용하고 있다.

움직이는 독자들, 멈춰있는 뉴스로는 잡을 수 없다.

쉽스테드의 놀라운 실험이 주는 교훈은 이제는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 분석에 인력과 자본을 투자하는 미디어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이다. 독자를 알아야 독자들을 사로 잡을 수 있다. 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따라잡는 기업이 뉴노멀 시대의 변화를 주도할 것이다. 미디어 산업은 가장 늦게 변화를 맞닥뜨렸지만 가장 급격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지갑을 열게 할 콘텐츠 쇄신과 혁신 전략이 필요할 때다.

만약 내가 지금 다시 ‘미오친구’를 론칭한다면 우선 독자를 분석하는 작업부터 시작할 것이다. 쿠키 기반의 오래 지속되는 로그인 시스템은 기본이고 로그인하지 않는 독자들도 IP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용 패턴을 추적해야 한다. 정형화된 페이지가 아니라 하나의 기사를 읽고 난 다음 어떤 기사를 추천할 것인지, 독자의 취향과 관심에 따라 기사 목록을 실시간으로 다시 배열하고 끊임없이 반응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미디어 관련 기사를 찾아읽는 업계 전문가들이라면 미터드 페이월을 넘어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다. 그러나 정치 사회 기사를 주로 읽는 독자들이라면 비슷비슷한 다른 공짜 뉴스를 찾아 떠날 것이다. 이들에게는 맞춤형 기사 목록을 제공하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이 단계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 구독료보다는 트래픽에 집중하되 어느 정도 충성도가 확보됐다고 판단하는 순간 프리미엄 콘텐츠로 구독 전환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공짜 콘텐츠에 광고 붙여 팔기 모델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는 중이다. 독자들의 자발적인 후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콘텐츠의 제값을 받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좋은 콘텐츠와 팔리는 콘텐츠의 간극을 좁히는 게 관건이고 브랜드 정체성과 콘텐츠 차별화를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실제로 그만큼의 효용을 줘야 한다. 다이내믹 페이월은 마법의 코드가 아니라 낱개 단위 콘텐츠를 유통하는 새로운 전략의 한 방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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