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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라이더와 코카콜라의 온라인 마케팅.

Written by leejeonghwan

April 18, 2005

카트 라이더라는 온라인 게임이 있다.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카트 모르면 왕따 당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근무 시간에 인스턴트 메신저나 ‘싸이질’을 못하게 하는 것처럼 카트 금지령을 내리거나 아예 접속을 차단하는 회사도 있다고 한다.

카트 라이더는 자동차 경주 게임이다. 방향키와 쉬프트·콘트롤 키 정도만 쓸 줄 알면 되고 누구나 5분이면 배울 수 있어 10대와 20대는 물론이고 30, 40대와 여성 회원들도 많다. 한 게임하는데 2~3분 밖에 안 걸리고 그만큼 짜릿한 매력이 있다. 지난해 6월에 시작해 올해 3월까지 9개월 동안 1000만명의 회원이 몰렸다. 네명에 한명꼴로 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동시 접속자수가 20만명에 이를 때도 있다고 한다.

이 게임의 또 다른 매력은 예쁘고 깜찍한 자동차에 있다. 게임 성적이 좋으면 ‘루찌’라는 사이버 머니를 받게 되는데 이 루찌를 모아서 새 자동차로 바꿔탈 수 있다. 물론 성적이 안되면 돈을 주고 루찌와 비슷한 캐쉬를 살 수도 있다. 초등학생들이 ARS 결제를 이용해 캐쉬를 사느라 10만원 이상 전화비가 나왔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게임일 뿐이지만 남들보다 멋진 자동차를 탄다는 건 정말 신나는 일이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게임에 코카콜라 깡통 모양의 자동차들이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자동차는 루찌가 아니라 코카콜라의 인터넷 홍보 사이트, 코크플레이닷컴에서 나온 쿠폰으로만 살 수 있다. 이 쿠폰을 받으려면 콜라를 사고 콜라 깡통 바닥이나 병 옆면에 적혀있는 8자리 코드를 입력하면 된다. 500 포인트가 모이면 ‘코크 카트’라는 차를 7일 동안 탈 수 있는 쿠폰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카트 라이더를 하는 사람들은 남들이 먹고 버리는 콜라 병을 그냥 보고 넘기지 않는다. 포인트를 모아두면 굳이 차가 아니라도 풍선이나 다른 아이템을 살 수도 있다. 그래서 음료수를 마시게 되면 이왕이면 일부러 콜라를 고르게 된다. 이들에게 콜라는 곧 코크 포인트고 코크 포인트는 곧 게임 아이템이 된다.

코크플레이닷컴에서는 이밖에도 코크 포인트로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 게임 등을 내려받을 수 있다. 다른 사이트에서 돈을 내야 하는 서비스들이 이곳에서는 코크 포인트로 해결된다. 그래봐야 푼돈이지만 푼돈이라도 돈을 내고 사기는 아까운 그런 서비스들이 콜라와 함께 덤으로 따라온다는 이야기다. 코크플레이닷컴은 사람들의 공짜 심리를 교묘하게 건드린다.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그럴듯한 경품을 내걸고 소비자들을 유혹하지만 당첨자는 몇 사람 안된다. 평생 가도 그 어떤 이벤트에도 당첨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은 당연히 그런 허울좋은 이벤트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엄청난 경품이 걸려 있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코크플레이닷컴은 접근 방법이 다르다.

코크플레이닷컴은 소비자들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낸다. 이곳에는 경품에 당첨될 막연한 가능성보다 좀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카트 라이더의 자동차를 사거나 음악을 듣거나 핸드폰 게임을 내려받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이곳에서는 적어도 노력한만큼 얻을 수 있고 그런 배려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인터넷 사이트 분석 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코크플레이닷컴은 우리나라 전체 인터넷 사이트 가운데 399위다. 음료회사의 홍보 사이트치고는 꽤나 놀라운 순위다. 업계 2위인 웅진식품이 1468위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글 뒷부분은 재미없어서 조금 잘라냈다. 청탁 받고 아르바이트로 코카콜라 사외보, ‘코크 투데이’에 쓴 글. 취재 겸 재미삼아 해봤는데 카트 라이더, 의외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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