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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의 혁신 실험, 아직 끝나지 않았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5, 2020

타다 금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애초에 선거를 앞두고 국회 통과가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택시 기사들의 압박을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짐작해 본다. 아마도 오늘(3월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는 타타 애찬론자로서 타다가 없어지면 매우 안타까울 것 같지만 일단 논쟁의 전선을 명확하게 그어야 할 것 같다.

지난 번 썼던 글에서 다시 인용해 보자면,

여전히 한국에서는 돈 받고 승객을 태우려면 면허를 받아야 한다. 면허 없이 승객을 받는 나라시나 콜뛰기는 불법이다. 전화로 부르느냐 앱으로 부르느냐의 차이가 아니고 승용차 콜뛰기는 불법이지만 (법원의 무죄 판결 이후) 승합차 콜뛰기는 합법인 상황이 됐다.

그러나 타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게 타다를 전면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법원이 허용한 걸 국회가 막았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혁신을 가로 막았다는 비판도 절반 정도만 맞다고 할 수 있다.

핵심은 타다가 불법이 아니게 됐기 때문에 이제 누구나 (택시 면허 없이도) 승합차로 유사 택시 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타다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유상 운송 사업의 면허 제도를 보완해야 할 명분이 더 커진 것이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타다를 허용(묵인)할 경우 서울역 앞에서 승합차로 나라시 운전을 하면서 렌트카라고 우겨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기사 달린 렌트카 쓰세요. 합법입니다.”

 

타다를 운영하는 VCNC는 타다 금지법이 통과되면 사업을 접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여전히 몇 가지 대안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카카오 T 벤티처럼 타다가 기존의 택시 면허를 사들여서 합법적인 영업을 하거나, (VCNC의 대주주 이재웅씨가 카카오에 합병된 다음의 창업자라는 것도 아이러니.)

둘째, 정부가 대형 택시 면허의 진입 장벽을 낮춰서 타다에게 기회를 만들어주거나, (타다의 주장대로 어차피 시장이 다르다는 전제를 받아들여야겠지만 타다와 택시가 공존하는 해법이 가능할 것이다. 당장 면허를 구입하는 비용이 들어가면 타다 요금이 더 오르게 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시장이 구분될 것이다. 이 말은 곧 타다의 혁신이란 게 면허 구입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 데서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셋째, 택시 회사들과 제휴를 맺어 타다의 프렌차이즈로 전환하게 하거나, (중형 택시 면허를 대형 택시 면허로 전환할 수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걸 전제로) (택시 회사의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안, 어차피 택시 시장이 포화 상태+수익성 악화로 고민하는 상황이라 정부도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듯.)

넷째, 지금 문제가 되는 건 승합차를 쓰는 타다 베이직인데, 타다는 이미 타다 프리미엄이라는 브랜드로 합법적인 고급 택시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이미 사들인 승합차가 처리 곤란이겠지만 타다 프리미엄은 계속할 수 있을 테니 이쪽으로 집중하거나 여기서 확장을 노리는 건 어떨까. (결국 핵심은 면허고 진입 비용이다. 분담금을 내고 택시 면허를 소각하게 하는 방안도 거론됐던 걸로 알고 있다.)

다섯째, 정부가 작정하고 택시 산업의 구조 전환을 밀어붙이는 방법도 있다. 택시의 기득권을 인정해 주되, 우버나 카풀 등등의 모빌리티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택시 요금을 올리되 서비스를 강화하도록 압박하고(승차 금지 거부, 승객 별점을 토대로 최대 면허 취소까지 규제 강화),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사업 규모 대비 할당을 줘서 면허를 사들여 소각하도록 한다거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다. (설령 타다가 허용된다 해도 여전히 우버는 불법이다. 이게 타다가 원하는 혁신인가 묻고 싶다.)

물론 위의 다섯 가지 가운데 몇 가지를 한꺼번에 시행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국가의 면허를 받고 영업하는 택시를 못 믿지만 무면허 영업을 하는 타다를 믿는 것은 스마트 플랫폼 기반의 평판 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가까운 거리를 가더라도 일단 부르면 달려 오고 길이 막히거나 말 거나 조급해 하지 않는 기사를 만나는 것은 약간 비싼 가격 이상의 가치가 있다.

그렇지만 혁신이니까 허용해 달라, 이건 명분이 될 수 없다.
이미 사업을 벌여놓았으니까 이제 와서 망하게 하면 안 된다, 이것도 명분이 약하다.
타다를 사랑하는 사람이 많으니까? 그것도 타다를 위해 법을 바꿔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법을 바꾸는 게 아니라 그냥 놔두기면 된다고 하겠지만.)

타다 애용자로서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건 단순히 기득권 보호 차원의 문제가 아니고 한 기업을 살리고 죽이는 문제도 아니다. 그리고 타다가 사업을 접어야 할 정도의 상황도 아니라고 본다. 타다가 여기서 멈춘다면 그것은 전략의 실패다.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면 오만한 것이고 대비를 못했다면 순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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