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사회적 타협으로 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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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이런 일이 닥쳤다고 생각해봐라. 회사 잘 다니는 멀쩡한 사람을 자르더니 다음날부터 비정규직으로 다시 들어오라고 한다. 하는 일은 똑같은데 월급은 절반도 안되고 그것도 1년에 한번씩 재계약을 해야 한다. 1년 뒤에 재계약이 안되면 그날로 실업자 신세가 된다.

이런 말도 안되고 억울한 일이 실제로 보란 듯이 벌어진다. 저항할 힘도 방법도 없다.

코오롱 구미공장이 결국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정리해고 대상자는 모두 78명이다. 문제는 이 가운데 전현직 노조 간부가 47명에 이른다는데 있다. 노조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현직 노조 간부 가운데서는 전임 9명을 뺀 나머지 18명이 모두 포함됐다.

신기하게도 지난해 노조 간부들은 한명도 없다. 지난해 노조는 64일의 파업을 철회하고 무노동 무임금을 받아들여 조합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그들은 이번 정리해고의 바람에서 모두 살아남았다. 지난해 노조 간부들이 모두 살아남은 것과 달리 그 이전 집행부는 29명이나 명단에 포함됐다.

정리해고 대상이 왜 하필이면 노조 간부들일까. 그것도 이를테면 상대적으로 강성 노조는 모두 잘려나가고 어용 노조만 살아남았다. 노조 길들이기 또는 죽이기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4차례에 걸쳐 실시된 희망퇴직으로 이미 전체 직원 3083명 가운데 870명이 회사를 떠났다. 이번에 78명의 정리해고까지 하면 모두 948명, 거의 3분의 1 규모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시 비정규직으로 입사하게 된다. 그나마 비정규직 일자리 조차 회사 마음대로 결정된다.

참고 : 싸워보지도 못하고 무릎 꿇은 코오롱 노조. (이정환닷컴)

현실은 현실이고 특히 살아남은 자들의 비겁한 태도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닥치고 보면 누구라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들에게는 잘려나간 동료들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생존의 욕망은 그럴 때 비겁하고 참담하다. 이 어처구니 없는 현실과 맞서 싸우는 건 피해 당사자들 뿐이다.

그래서 흔히 비정규직 문제는 그들만의 문제에 그치기 쉽다. 언젠가 내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지만 당장 목에 칼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굳이 저항할 이유도 방법도 없다. 싸울 때마다 노동자들은 뿔뿔이 흩어지고 나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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