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성장해도 일자리 안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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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은행이 낸 ‘가계와 기업의 성장 양극화 현상’이라는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경제 성장에 따른 고용유발 효과의 변화 추이다.

경제가 1% 성장할 때 유발되는 취업자 수는 2000년 11만6천명에서 2003년에는 10만3천명, 지난해에는 9800명까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는 1990년 14만7천명의 70% 수준이다. 임시직과 일용직 노동자들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안좋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4.7%에 이른 반면, 총노동시간 증가율은 0.9%에 그쳤다. 고용없는 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제는 성장해도 일자리는 안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기업 소득은 늘어나고 개인 소득이 줄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해 개인 소득 증가율은 2.6%에 그쳤는데 기업 소득 증가율은 38.7%에 이른다. 경제성장의 노동소득 분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자본소득 분배율이 늘어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동소득 대 자본소득의 분배율 비율은 1980년대 81.9 대 18.1에서 지난해에는 68.4 대 31.6까지 떨어졌다. 이같은 변화는 2000년 들어와서 두드려졌다.

실질소득 증가율은 더욱 기가 막히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실질소득 증가율은 개인부문이 0.3%에 그친 반면 기업부문은 62.6%에 이른다. 1990년대에 각각 6.6%에서 4.3%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가계와 기업의 소득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고용 부진 못지 않게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도 큰 문제다. 지난해 3분기까지 국내 설비투자 증가율은 4.2%에 그쳤다. 해외 직접투자가 58.6%나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2000년까지만 해도 해마다 30%를 웃돌았다. 영업이익 대비 투자지출은 1996년 357.1%에서 2003년 74.4%까지 줄어들었다.

주목할 부분은 기업의 이익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돈이 없어서 설비투자를 못하는게 아니라는 이야기다.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2003년 기준 4.68%에 이른다. 이렇게 늘어난 이익을 기업들은 부채를 줄이는데 쓰고 있다. 부채비율은 2000년 210.6%에서 지난해 123.4%로 줄어들었다.

이 모든 상황의 결과는 늘어나는 가계부채다. 가계부채는 1998년 226조3천억원에서 지난해 512조1천억원으로 두배 이상 늘어났다. 경제는 성장하고 기업은 돈을 버는데 정작 개인들은 갈수록 가난해지고 있다. 그 돈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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