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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다음 RSS넷 논란.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8, 2005

몇가지 질문이 있어 다시 정리합니다. 다음 RSS넷은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다음은 이런 문제제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핵심은 다음이 내 RSS를 팔아서 돈을 버는 걸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그럴거면 아예 RSS를 공개하지 말라거나 한번 공개했으니 그걸 어떻게 쓰든 문제 삼을 권리가 없다고 반박한다면 더이상 논의를 계속할 수 없습니다.

먼저 아래 글에 달았던 댓글을 옮기고 부연 설명을 하겠습니다.

RSS를 공개한다고 해서 그 RSS를 아무나 가져가서 아무렇게나 사용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정보공유는 자유로운 복제와 배포를 허용하는 것이지 개작이나 영리적 이용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공유의 범위는 사이트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RSS를 공개하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접근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다음은 그렇게 수집된 RSS를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만약 다음 RSS넷이 한메일 서비스처럼 로그인을 하고 들어가 자신의 목록을 확인하는데 그친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습니다. 다음이 거기에 광고를 띄워 돈을 버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RSS를 구독하는 사람들이 다음 RSS넷을 이용하든 다른 구독기를 이용하든 원래 저작권자가 신경쓸 일이 아닙니다. 그게 RSS의 본래 목적일 테니까요. 그러나 다음이 그 구독자들의 목록을 모아 게재하고 그걸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이건 저작권자와 구독자의 관계가 아니라 저작권자와 다음과의 관계입니다. 다음은 구독자들이 수집한 RSS를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들은 다음에게 그럴 권리를 허용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다음은 저작권자들과 아무런 계약관계도 없습니다. 구독자들을 내세우고 있지만 RSS 콘텐츠는 구독자들의 소유가 아닙니다.

이건 원칙의 문제입니다. 다음 RSS넷은 분명히 영리적 목적의 사업이고 그 핵심 콘텐츠는 구독자들이 모아들인 RSS입니다. 다음이 RSS를 이용하려면 저작권자들에게 허락을 받는 게 원칙입니다.

제가 딜레마라고 말한 건 인터넷이 이미 이런 원칙을 무용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힘없는 개인들이 기업에 맞서 저작권을 주장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고 말이죠. 그렇지만 적어도 자신의 콘텐츠가 상업 사이트에 의해 영리적인 용도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 저작권자들의 요구는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다음 RSS넷은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 같은 메타 블로그와는 다릅니다.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는 제가 직접 가입을 해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고 지금이라도 얼마든지 탈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가 영리적인 사이트로 바뀐다 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가입자들에게 충분히 공지를 하고 탈퇴할 사람들은 알아서 탈퇴하면 됩니다.

그러나 다음 RSS넷에 게재된 RSS 목록은 다음의 것도 아니고 다음 가입자들의 것도 아닙니다. 저작권자가 따로 있지만 그들의 권리는 전혀 고려돼 있지 않습니다. 공짜로 뿌려지는 콘텐츠니까 공짜로 가져다 써도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여기에 이 논란의 핵심이 있습니다.

정보공유에는 네가지 형태가 있습니다.

1. 복제와 배포를 허용하되 개작과 영리적인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2. 복제와 배포, 개작을 허용하되 영리적인 이용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3. 복제와 배포, 영리적인 이용을 허용하되 개작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4. 복제와 배포, 개작, 영리적인 이용을 모두 허용하는 경우.

공짜로 뿌려지는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그것의 영리적인 이용에는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 RSS넷은 이런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런 항의도 할 수 없고 다음에 가입하고 로그인하지 않으면 접근조차 할 수 없습니다. 탈퇴도 할 수 없고 그런 개념 조차 없습니다.

RSS는 그것 자체로 콘텐츠입니다. 여기서 정확히 논점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 RSS넷이 문제되는 것은 가입자들이 이 콘텐츠를 모아들여 읽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 시스템에 쌓인 콘텐츠를 영리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지만 한메일 서비스처럼 다음의 가입자들이 로그인을 하고 들어가 자신의 RSS 목록을 확인하는데 그친다면 아무런 문제될 게 없습니다. 그런 서비스로 돈을 버는 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그러나 다음이 그 목록을 영리적인 목적으로 게재하고 그걸로 돈을 번다면 문제가 됩니다.

이를테면 이정환닷컴은 공개된 사이트고 아무런 수익모델이 없는데 다음은 이정환닷컴의 콘텐츠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습니다. 다음이 벌어들인 수익은 이정환닷컴에 분배되지 않습니다. 그게 단돈 1원이든 0.00001원이든, 그 콘텐츠가 가치가 있든 없든 그건 이정환닷컴에서 나온 가치입니다.

다음의 가입자들이 이정환닷컴의 RSS를 읽는 건 얼마든지 좋은데 다음이 그 RSS의 목록과 링크를 콘텐츠화하고 그걸 이용해 페이지뷰를 높이고 광고 수익을 얻는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입니다. 저는 제 RSS의 영리적 이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고 다음은 제 RSS를 파는 일을 그만둬야 합니다. 익명의 불특정 다수고 그들의 콘텐츠의 가치가 낮다고 해서 그것을 거저 이용하고 그걸로 돈을 벌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미묘한 문제긴 하지만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개인이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시대에 이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 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RSS넷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합니다.

검색엔진의 문제와는 또 다릅니다. 검색엔진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다음은 RSS 목록을 게재하는 일을 그만두거나 적어도 저작자가 요구한다면 목록을 삭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통로를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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