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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 블로그를 훔치고 있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4, 2005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이달 5일부터 시작한 RSS넷 서비스가 저작권 침해 논쟁에 휘말렸다. 마침 16일부터 저작권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저작권 침해 문제가 첨예의 관심사로 떠오른 참이다. 이번에는 개인들이 대형 포털 사이트를 상대로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 차이다.

RSS는 ‘Really Simple Syndication’의 줄임말이다. 인터넷의 정보를 손쉽게 수집해서 읽을 수 있다는 의미로 ‘RDF Site Summary’라고도 하고 ‘Really Simple Summary’라고도 한다. 이름에 큰 의미는 없고 핵심은 웹페이지의 정보를 RSS 파일로 만들어 제공하면 그 파일만 받아서 열어봐도 그 웹페이지의 최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RSS 구독 프로그램은 아웃룩 같은 메일 프로그램과 비슷하다. 날마다 들르는 수십개의 사이트에서 RSS 파일을 모아서 RSS 구독 프로그램에 집어넣으면 굳이 그 사이트들을 하나하나 들르지 않아도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 된 내용만 찾아서 읽을 수 있다. 메일을 확인하는 것처럼 자기가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사이트들의 최근 글 모음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음의 RSS넷 서비스는 이를테면 웹에 구현된 RSS 구독 프로그램이다. 관심있는 사이트의 RSS 주소를 직접 입력하거나 다음이 추천하는 사이트의 제목을 보고 추가 버튼만 누르면 간단히 이 사이트들의 최근 글 모음을 구독할 수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다른 사이트의 콘텐츠를 가져다가 다음의 콘텐츠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데서 비롯한다. 심지어 제목을 보고 클릭하더라도 그 사이트로 옮겨가는게 아니라 RSS넷 서비스 안에서 그 사이트의 RSS 내용을 웹페이지로 구성해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다음이 RSS를 통해 다른 사이트의 페이지뷰를 빼앗고 있다는게 이 논쟁의 시작이다.

기본적으로 RSS는 콘텐츠의 구독을 편리하게 해 방문자 수를 늘리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금까지는 RSS를 통해 제목과 간추린 내용을 보고 클릭하면 직접 사이트를 방문하도록 돼 있었지만 다음의 RSS넷 서비스는 아예 그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없도록 만든다. 모든 걸 다음 안에서 해결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그 과정에서 콘텐츠의 전후 맥락이 배제되고 원래 사이트가 보여주려고 했던 정보가 왜곡된다는데 있다. RSS에는 그 사이트의 최신 콘텐츠만 담겨 있을뿐 그 사이트의 상단이나 좌우측 메뉴와 배너, 또는 광고가 담겨 있지 않다. 스타일시트가 적용되지 않아 글꼴이나 문단 구성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다. 다음의 RSS넷 서비스는 그 콘텐츠의 알맹이만 빼내서 다음이라는 포털 사이트 안에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사이트를 재구성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RSS를 제공하는 것과 콘텐츠의 전면 무단 배포를 허용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다음 RSS넷 서비스는 RSS를 통해 읽어들인 공짜 콘텐츠를 여러 단계를 거쳐 무차별 확산시킨다. 심지어 스크랩 기능까지 제공해 이 콘텐츠를 다음의 사용자들이 별도의 저장공간에 저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논쟁의 핵심은 다음 같은 포털 사이트가 여러 사용자들이 수집한 RSS 파일의 목록을 공개하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다. RSS 파일을 제공하는 개인 사이트 운영자들이 반발하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링크 수단으로 RSS 파일을 제공했을뿐 그 안에 담긴 콘텐츠를 재배포하거나 다른 용도로 이용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허용하지 않았다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RSS는 개인 블로그를 중심으로 확산되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사이트 등으로 급속도로 확산되는 추세다. 그러나 다음 RSS넷의 저작권 침해 논쟁이 불거지면서 아예 RSS를 공개하지 않거나 다음 RSS넷의 접근을 차단하는 개인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다. 다음 RSS넷을 거부하는 동맹도 만들어졌다.

훨씬 간단한 해법도 있다. RSS에 발췌 요약 부분만 들어가도록 설정하면 제목을 클릭해서 원래 사이트를 방문해야 원문 전체를 볼 수 있다. 실제로 블로그 전문 사이트 이글루스는 최근 RSS에 들어가는 본문의 분량을 사용자가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 블로그 사이트인 올블로그나 블로그코리아의 논쟁에서도 RSS의 부분공개가 대안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다음 RSS넷이 ‘채널’이라는 이름으로 사용자들의 구독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는데서 비롯한다. 채널 마다 그 채널을 구독하는 사용자들의 수와 아이디가 뜨고 그 아이디를 클릭하면 다시 그 사용자의 구독 목록이 뜬다. 불특정 다수 사용자들의 구독 목록이 정보 콘텐츠를 형성하고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개인 정보가 공개된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내가 무슨 사이트의 RSS를 구독하고 있는지가 불특정 다수의 사용자들에게 공개된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의 목록을 참고해 목록을 추가할 수도 있다. 다음이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가공해 상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것도 이 부분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 사이트들의 정보를 아무런 동의 없이 공개하면서 정작 콘텐츠의 정보를 누락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음 RSS넷은 ‘베스트 채널’이나 ‘추천 마당’ 등의 이름으로 RSS 목록을 공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목록에 채널의 이름만 있을뿐 사이트의 이름이나 주소, 작성자의 이름은 빠져있다는데 있다. 사용자들은 이 콘텐츠들을 다음 RSS넷의 콘텐츠로 착각하기 쉽고, 착각하지 않더라도 원래 사이트의 정보를 거의 알지 못한다.

결국 사용자들은 다음 RSS넷을 통해서만 이 사이트의 콘텐츠에 접근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용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도록 다음이 고의로 사이트 정보를 누락시켰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정보의 공유라는 선의의 목적에서 RSS를 공개했던 사이트들의 콘텐츠가 자칫 다음 RSS넷의 내부 콘텐츠로 전용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다음은 뒤늦게 “이 콘텐츠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제공한 것이 아닙니다”라는 문구를 하단 배너에 집어넣었다.

홍보팀 정지은 팀장은 공식적인 답변이 아니라는 전제 아래 “등록되기를 원치 않는 사이트 운영자는 전화나 메일로 연락을 하면 목록에서 빼주는 방법도 가능할 것 같다”고 밝혔다. 정 팀장은 또 “구독 목록은 필요에 따라 개인별로 비공개로 설정할 수 있다”면서 “개인 정보 보호에도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정 팀장은 다음 RSS넷이 개인 사이트의 페이지뷰를 가로채는 문제에 대해서도 “페이지뷰를 가로채는게 아니라 페이지뷰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원래 사이트에 접속하지 않고 RSS만으로 콘텐츠를 구독하는 경우나 다음 RSS넷 안에서 콘텐츠의 정보가 유실되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을 시인했다.

다만 다음은 25일부터 RSS로 수집한 콘텐츠에 대해 저작권과 출처를 좀더 구체적으로 명기할 계획이다.

다음 RSS넷은 불특정 다수의 콘텐츠 저작권자들과 다음이라는 대형 포털 사이트들 사이의 저작권 논쟁을 불러왔다. 포털 사이트를 거쳐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를 구독하기를 바라는 입장과 자신의 콘텐츠가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불특정 다수 개인 사이트들의 콘텐츠에도 분명히 저작권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다음의 고민은 불특정 다수 저작권자들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RSS를 공개한 이상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가능한 방식으로 긁어가는 것을 허락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게 다음의 입장이다.

다음 RSS넷 논쟁은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RSS를 제공한다는 것이 저작권을 포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RSS를 구독하는 것과 그 RSS를 모아 상업적인 용도로 이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들에게 최소한의 저작권이라도 인정된다면 이를 거부할 권리도 있다. 그러나 인터넷은 넓고도 넓고 그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기는 매우 어려워 보인다. 그게 딜레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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