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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교수님과 애플워치.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6, 2019

이민화 교수님을 마지막으로 뵀던 날, 점심 먹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애플워치로 심전도 측정하는 방법을 설명드렸던 기억이 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애플워치에 ECG(Electrocardiography) 기능이 활성화됐는데 한국은 원격 의료 규제 문제로 아직 허용이 되지 않고 있다. 간단히 손목에서 심전도를 측정할 수 있고 부정맥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기능이다(같은 시계지만 위치 정보를 확인해 한국에서는 이 기능이 차단된 상태). 나는 지난 6월 미국 출장을 다녀오면서 미국에서 이 기능을 활성화해서 들어왔는데 다행히 한국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작동이 된다.

애플워치로 심전도 측정, 직접 해봤다. http://leejeonghwan.com/?p=3731

교수님이 수업 시간에 규제 샌드박스 1호로 지정된 휴이노를 언급하시던 게 기억나서 실제로 애플워치 덕분에 목숨을 건진 사람들도 있다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렇죠” 하시면서 흥미로워하셨는데, 뵙고 온 뒤에 며칠 안 돼 이민화 교수님이 부정맥으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만약 실시간으로 부정맥 진단이 가능한 스마트 디바이스가 일찌감치 허용됐더라면 그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애플워치의 심전도 결과는 정밀한 의학적 진단이 아니라 아직은 응급 상황에서 구급차를 부를까 말까 참고하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막 거대한 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24시간 모니터링과 이상 신호 감지, 시계열 분석, 비식별화와 개인정보 보호를 전제로 빅데이터 기반의 연구 등 다양한 가능성과 함께 부작용의 우려도 없지 않다. 다만 오픈 이노베이션과 합리적 규제 사이에서 명확한 방향과 철학이 필요할 거라고 본다.

여전히 이민화 교수님의 빈자리가 너무 크다.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 키노트 발표자로 모셨으나 갑작스런 부음을 듣고 다른 발표자를 찾아야 했다. 사흘 동안의 행사 내내 이민화 교수님이 계셨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민화 교수님이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무슨 말씀을 하실까 궁금했는데 끝내 듣지 못하게 됐다. 가을 학기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대학원에 개설됐던 ‘4차산업혁명과 기술 대융합’ 특강은 다른 교수님을 찾지 못하고 결국 폐강됐다. 논문 지도 교수를 맡아주기로 하시고 한 달에 한 번씩 찾아뵙기로 했는데, 빨리 쓰고 하나 더 쓰자고 하시고선 시작도 못했는데 떠나버리셨다.

이민화 교수님을 따르던 사람들이 많았고 여전히 그의 메시지가 남아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 듯. 그가 못 다 이룬 과제는 남아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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