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골’을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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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괄 생산 체계의 장점은 자원의 낭비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는데 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지 않는 이상 노동자들은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높이면 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모든 공장을 완벽하게 일괄 생산 형태로 바꿀 수는 없다. 공간의 문제도 있고 무엇보다도 작업 공정마다 생산 속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 : 포항제철의 4조7천억원 실험. (이정환닷컴)

알렉스 로고는 유니코의 공장장이다. 그는 어느날 아침, 석달 내에 수익을 내지 못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통보를 받는다. 비용은 절감할만큼 절감했고 최첨단 기계도 들여놓았고 공장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공장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알렉스는 문득 공항에서 만났던 요나 교수를 떠올린다. 알렉스는 최첨단 기계를 자랑했고 요나 교수는 그를 비웃었다. 요나 교수는 아무리 최첨단 기계를 들여놓아도 공장의 효율성이 결코 나아지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 게다가 재고가 끝없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도 정확하게 짚어냈다.

물론 기계 자체는 훌륭하다. 그런데 이 기계 하나만으로 공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는 없다. 문제는 일괄 생산 체계의 어느 한 부분에선가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그 부분의 생산성이 곧 공장 전체의 생산성을 좌우한다는데 있다.

장거리 행군을 생각하면 쉽다. 한줄로 늘어서서 가다보면 뒤따라 가는 사람들은 너무 벌어진 거리를 따라잡기 위해 뛰어야 한다. 앞서 가던 사람이 멈춰서서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결국 이 행군의 속도는 뒤쳐져 따라오는 가장 느린 사람의 속도가 된다. 해법은 간단하고 명확하다. 한계를 인정하고 가장 느린 사람을 맨 앞에 세우는 것이다. 그가 최선을 다해서 가장 빠른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최선의 대안이다.

‘제약조건이론'(Theory ofConstraints)에 따르면 이 뚱뚱하고 느린 친구는 ‘병목 자원'(Bottleneck resource)이다. 업무 부하가 집중되는 지점, 시스템의 한계를 결정짓는 지점을 말한다. 다른 친구들이 아무리 빨리 걸어도 전체 행군의 속도는 병목 자원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여기서 ‘사건의 종속성'(dependent events)과 ‘통계적 변동'(statistical flucruarions)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뒤따라 가는 사람은 앞서 가는 사람보다 절대 더 빨리 갈 수 없다. 그는 같은 속도거나 조금 더 느린 속도로 따라간다. 그 뒷 사람도 마찬가지다. 종속 사건이 늘어날수록 통계적 변동은 더욱 커진다.

공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시간에 25개의 부품을 만드는 부서는 반드시 정확히 25개를 만들지는 않는다. 23개를 만들 때도 있고 27개를 만들 때도 있다. 평균 25개를 만드는 건 분명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늘 정확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한시간에 25개를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는 기계가 있다고 해도 한시간에 23개의 부품만 들어온다면 23개밖에 만들지 못한다.

아무리 효율적인 기계를 들여놓는다고 해도 이런 시스템의 제약조건을 극복하지 못하면 전체 시스템의 효율성은 늘어나지 않는다. 요나 교수는 이를 일찌감치 간파했다.

알렉스의 공장에서 병목 자원은 놀랍게도 새로 들여온 기계였다. 기계의 효율성은 높지만 밀려드는 작업물량을 소화하는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기계 앞에는 늘 처리해야 할 부품이 잔뜩 쌓여있다. 부품은 늘 지나치게 많거나 부족하다. 부품이 부족할 때면 기계를 멈춰야 한다. 결국 해답은 이 기계를 쉬지 않고 돌리는 것과 이를 위해 이 기계에 필요한 부품을 제때 공급하는 것이었다.

다시 장거리 행군과 비교하면 가장 느린 사람은 웬만하면 쉬면 안된다는 이야기다.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최선을 속도로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다른 사람들은 적당히 쉬면서 그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그게 결국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이다.

알렉스는 이를 위해 이 기계에서 처리될 부품에 빨간 꼬리표를 붙이기로 했다. 빨간 꼬리표가 붙은 부품은 가장 먼저 처리돼 이 기계로 들어오고 기계는 필요한 부품을 그때 그때 바로 받아서 작업할 수 있게 된다. 이 기계를 멈추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또 하나의 해법은 비 병목자원의 작업 속도를 적당히 늦추는 것이다. 걸음이 빠르다고 마구 앞서가면 뒤쳐져서 가는 사람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결국 전체 속도를 떨어뜨리게 된다. 공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생산성이 높은 부서에서 아무리 많이 부품을 찍어내봐야 결국 이 기계에서 걸리게 된다. 그만큼 부품 재고와 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걸음이 빠른 사람이 적당히 쉬어줘야 하는 것처럼 생산성이 높은 부서는 작업 속도를 적당히 줄여 기계에 맞출 필요가 있다. 부분의 생산성을 떨어뜨려서 전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주목할 부분은 걸음이 느린 사람의 휴식은 전체의 속도를 떨어뜨리지만 걸음이 빠른 사람의 휴식은 아무런 영향을 안미친다는 이야기다. 제약조건이론으로 풀이하면 비 병목자원의 생산성 감소는 시스템에 아무런 영향도 안미친다. 그만큼 병목자원의 관리가 중요하다. 병목자원의 효율성을 늘리는 것도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

이 책을 쓴 엘리 골드렛은 이스라엘 태생의 물리학자면서 제약조건이론의 창시자기도 하다. 이 책은 경영지침서나 자기계발서로 인기가 높았다. 경쟁 기업에게 알려질까봐 쉬쉬한 탓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미국이 이 책의 일본 출판을 방해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6시그마 이론에 밀려 보편화가 늦었다.

제약조건이론의 다섯단계 과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 시스템 내 제약요인을 찾아낸다.
2단계 – 제약요인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다.
3단계 – 위의 결정에 다른 모든 공정을 종속시킨다.
4단계 – 시스템 내 제약요인을 향상시킨다.
5단계 – 4단계 이후의 상황을 점검해, 전체 과정이 목표에 부합되는지 피드백한다.

짚고 넘어갈 문제는 노동 조건이다. 알렉스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생산성을 고민한다. 제약조건이론을 도입한 결과 병목자원을 찾아내고 병목자원을 쉬지 않고 돌리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당연히 병목자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업무강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병목자원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비 병목자원의 속도를 적당히 줄여야 한다는 사실도 눈여겨 보자. 그러나 알렉스와 공장 간부들은 노동자들이 노는 꼴을 보지 못한다. 아마 이들은 노동자들을 적당히 해고하거나 다른 부서로 돌리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이를테면 업무혁신이 결국 노동 구조조정으로 나타나는 셈이다.

이 책에서 알렉스는 노동을 강화하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비 병목자원의 1회 작업물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다. 1회 작업물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은 곧 작업 회수가 두배로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한꺼번에 처리할 작업을 두번에 나눠서 하고 결국 생산성은 떨어지고 업무 강도는 늘어난다. 그러나 병목자원의 손실은 더욱 줄어들고 전체 공장의 생산성은 더욱 높아진다. 제품 출하 시기도 더욱 빨라진다.

설비 자동화만으로는 부족하다. 비 병목자원의 노동력을 시스템에 최적화시키는 것, 이게 바로 제약조건이론의 핵심이다.

더 골 (The Goal) / 엘리 골드렛, 제프 콕스 지음 / 동양문고 펴냄 / 1만5천원.


읽으면서 계속, 노동 계급이 경영학 또는 생산의 효율성으로 포장된 자본의 이데올로기를 공부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다. 자본 계급은 자본 계급의 논리를 만들고 노동 계급은 노동 계급의 논리를 만든다. 그 간극은 멀고도 멀다. 이해관계는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다. 노동 계급이 자본 계급의 논리에 경도되는 것은 참으로 처량한 일이다. 맞서 싸워도 부족할 판에 말이다.

사업장 안에 매몰되면 도무지 해답을 찾기 어렵다. 우리는 막연하지만, 멀리 내다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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