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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썬 나비효과, 경찰의 구조적 부패를 캐야 한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3, 2019

1. 버닝썬과 승리가 모든 이슈를 집어 삼키고 있죠? 빅뱅의 승리가 연예계를 은퇴하고 군대에 입대한다고 해서 논란인데요. 이거 가볍게 팩트체크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군대가 아니라 감옥에 가야 되는 거 아니냐는 여론이 많죠. 일단 입영 영장이 나온 상태고 이번 건 때문에 도피한다기 보다는 지난해부터 예정돼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사건이 겹친 건데요. 일단 입대를 연기할 법적 근거는 없다는 게 병무청의 답변이었습니다. 연기할 수도 있지만 수사 중이라고 해서 연기하는 일은 없다는 건데요. 군대에 가게 되면 아무래도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고 언론 취재도 쉽지 않게 되죠.

= 그런데 군대에 간다고 해서 재판을 안 받는 건 아니고 헌병에 사건을 이관해서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게 됩니다. 군사법원은 훨씬 더 엄격하기 때문에, 꼼수가 아니라 자충수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결코 유리할 게 없다는 이야기겠죠.

2. 이게 이렇게 큰 사건이 될 줄은 몰랐죠. 나비 효과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간단히 진행 상황을 정리해 주시겠습니까.

= 이게 시작은 버닝썬이라는 신사동 클럽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112 신고 전화가 있었는데 클럽 직원들이 손님을 폭행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출동한 경찰이 오히려 이 손님을 강압적으로 체포하고 수사 과정에서 가해자로 몰렸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 청원이 두 번이나 20만을 넘겼습니다.)

= 이 손님이 성추행을 해서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폭행이 있었다고 했는데 피해자라는 사람이 버닝썬 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경찰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고요.

= 그런데 가수 승리가 이 버닝썬의 이사를 맡고 있었죠. 이 클럽에서 대마초와 물뽕이라는 마약류가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있다는 폭로가 나왔고 약물을 이용해 강제로 성폭행을 하는 과정에 직원들이 개입돼 있다는 폭로도 있었습니다. 버닝썬 직원들이 구속되기도 했습니다.

3. 성접대 논란도 있었죠.

= 승리는 아이돌이면서 성공한 사업가라는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빌려서 승츠비라고 부르기도 했는데요. (상표권 등록도 했다고 합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이 공개됐는데 접대 여성을 불러서 외국인 투자자 일행에게 성 접대를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또 다른 대화방에서는 성관계 영상을 찍어서 돌려본 정황이 드러났는데 정준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데스노트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버닝썬 폭행 사건에서 마약 사건으로 그리고 승리와 정준영, 카톡방에 이름이 뜨는 사람들이 모두 날아간다는 이야기겠죠. 정준영이 어제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는데 취재진이 100명 이상 몰렸습니다.

4. 이 사건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단순히 연예인 스캔들로 보기에는 양상이 다른 것 같습니다.

= 승리 게이트를 넘어 클럽 게이트로 간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맞았다고 신고했더니 가해자로 몰리는 상황, 경찰이 클럽을 비호하고, 공공연하게 마약 투약과 성폭행이 벌어지는데 이를 묵인했다는 폭로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 버닝썬 대표가 전직 경찰 관계자에게 2000만 원을 건넨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고요. 강남경찰서의 경찰 두 명도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국세청이 탈세 혐의를 눈감아 줬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버닝썬이 있는 호텔 사장이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사실도 드러났고요. 도대체 어디까지 유착돼 있는지 짐작도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실이 확보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2월 개장해서 1년 동안 122건의 112 신고가 접수됐는데 주 3회 꼴이죠. 뒤늦게 112 신고 전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하는데 제대로 수사가 될지 의문입니다. 강남경찰서를 믿을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아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이관한 상태입니다.

5. 그래서 성접대 사건 제보자도 경찰이 아니라 국민권익위로 갔던 거죠?

= 대화방 메시지가 수만 건에 이른다고 하는데요. 경찰에 이 자료를 공유할까 말까 고민 중이라고 합니다. 경찰도 지금 수사 대상이 돼야 할 상황이라 검찰에 넘길 가능성도 있고요. 일부 내용이 SBS에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 제보자를 대리하는 방정현 변호사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찰에 넘겼을 때 정말 공정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고 합니다.

= 문재인 정부가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런 걸 보면 과연 경찰에 힘을 실어줘도 되는 것이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다만 경찰이나 검찰이나 신뢰를 잃은 건 크게 다르지 않긴 하죠.

6. 승리 게이트, 어디까지 갈까요?

= 버닝썬에서 테이블을 잡으려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어치 술을 시켜야 하고 그것도 자리가 없어서 웃돈을 줘야 한다고 하죠. 1억짜리 샴페인 세트가 팔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위대한 승츠비의 사업이라는 게 우리 사회 상류층의 삐뚤어진 유흥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게 충격이고, 공공연하게 마약이 거래되는데도 제대로 단속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더 큰 충격입니다.

7. 물뽕이란 걸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놀랍더라고요.

= 한경 뉴스래빗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이미 한국에서는 대마나 마약보다 향정신성 의약품 범죄가 훨씬 많습니다. 마약류 범죄의 7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먀약을 밀수하는 게 아니라 감기약 등에서 성분을 추출해서 직접 만드는 경우도 많다고 하고요. 실제로 마약은 많이 줄어들었지만 마약 만큼 중독성이 강하고 위험한 향정 물질이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다는 게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입니다.

8. 마약과 몰카도 문제지만 사건의 본질이 경찰의 유착 의혹에 있다고 봐야겠군요.

= 사실 공공연한 소문이었습니다. 독버섯처럼 퍼져 있는 마약 못지 않게 그걸 눈감아준 경찰이 있었던 거죠. 제대로 단속을 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죠. 언론 보도가 정준영 몰카로 넘어가서 상대방이 누구냐, 카톡방에 또 누가 있느냐 등등의 가십성 기사를 쏟아내고 있는데 경찰이 이 사건을 어디까지 파헤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냥 어딘가 퇴폐적인 클럽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사실을 경각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적당히 군대 가고 경찰 한두 명 목 날아가는 것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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