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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가격 때문에 하위 20% 소득이 줄었다고?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 2019

두 건의 기사.

먼저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줄어든 것은 폐지 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게 뉴스톱의 기사.

근로자 외 가구만 보면 가구주 연령이 68.1세로 높고 소득은 2년 전 83만 원에서 77만 원으로 줄었다. 특히 사업 소득이 1년 반 전 20.9만 원에서 8.5만 원으로 줄었는데 이게 폐지를 팔아서 번 돈이라는 추정이다.

근로자 가구가 하위 20%가 152만 원에서 158만 원으로 늘어난 것과 비교해도 근로자 외 가구의 소득 감소가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소득 하위 20%에서 근로자 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런데 뉴스톱은 “사업소득은 폐지를 주워 얻는 소득이라고 보면 된다”고 단정하고 있다.

근거는 두 가지인데,

첫째, 전국고물상협회 추산으로 폐지 줍는 노인이 170만 명이고,
둘째, 중국발 쓰레기 대란으로 수출 길이 막혀서 폐지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다음은 폐지 가격이 1kg에 150원에서 30원까지 떨어졌다는 충북인뉴스의 기사.

청주시의 폐지 줍는 노인은 1500명. 통계청 조사에서는 65세 인구의 5%가 폐지를 줍는 것으로 집계됐고 한국자원순환연대에 따르면 17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이건 앞서 고물상협회 추산과 같은 통계인 듯.)

둘 다 좋은 기사기사지만 뭔가 이상하다.

지난해 8월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가구 수는 2016.8만 가구. 이 가운데 1인 가구가 561.9만 가구.

뉴스톱의 통계는 2인 이상 가구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1454.9만 가구. 1분위는 290만 가구쯤 된다.

폐지 줍는 노인이 170만 명이라는 추산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 가운데 1인 가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봐야 하고,

2인 이상 가구 중에도 폐지 줍는 노인의 사업 소득에 의존하는 비율이 꽤 된다고 치더라도, (절반이라고 쳐도 85만 가구인데, 이들이 하위 20% 290만 가구의 소득 평균을 얼마나 크게 깎아먹는지는 또 계산해 봐야 한다.) “소득 분배 악화가 폐지 가격 하락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건 성급하다.

애초에 170만 명이라는 추정도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다.

2014년 노인실태조사에서는 “일을 하고 있다”는 2970명의 노인 가운데 4.4%가 “재활용품을 수집한다”고 답변했다. 전체 노인 710만 명으로 환산하면 31만 명 정도가 된다.

전국고물상연합회에서는 고물상 및 재활용업계 종사자를 30만 명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다음 토론회 자료를 참고하세요.)

폐지 수집 170만 명은 소득인정액이 100~120%인 67만 명과 부양의무자가 있어 지원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 103만 명을 합쳐서 나온 상징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재활용품 수집노인의 수로 널리 알려진 175만 명(혹은 200만 명)은 2011년 당시 차상위계층 170만 명의 수일뿐이지, 재활용품수집 노인의 수라 말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폐지 가격 하락도 중요한 원인이겠지만 일단 노인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더 큰 요인일 수 있다. 하위 20%에 노인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일부 노인들의 사업소득이 줄기도 했겠지만 사업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평균의 함정이다.

1. 소득 하위 20% 구간에 소득이 없는 노인들의 진입이 늘어나는 것과
2. 그나마 그동안 폐지를 주워서 생계를 유지했던 노인들의 수입이 줄어드는 것.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무직자가 늘었다는 조선일보의 주장은 터무니 없지만 무직 노인과 저소득 노인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인구 구조상 당연한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노인 노동인력의 상당 부분이 최저임금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사업소득의 여러 유형을 따져보지 않고 하위 20%의 사업소득=폐지 팔아서 버는 돈이라고 가정하는 건 너무 러프하다.

좀 더 살펴봐야겠지만 최저임금이 아니라 폐지가격 하락 때문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근거가 빈약하다. 소득 하위 가구의 소득 감소를 설명할 만한 다른 근거를 좀 더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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