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에 퍼붓는 보수 언론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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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미 정상회담, 신문마다 포인트가 조금씩 다르더라고요.

= 몇몇 신문들이 아주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어제 사설이 화제였죠. “한국 빠진 종전선언이라니,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 한국은 북핵 협상에서 구경꾼이 된 지 오래다, 허망할 뿐이다, 한국은 종전선언 당사자도 못 되고 한국민은 북한에 줄 돈만 대라는 것은 정부의 책임을 팽개치는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국 없는 종전선언은 절대 불가’라고 명백히 선언해야 한다, 이런 표현이 있는데요. 냉소적인 수준을 넘어 이런 회담을 왜 하냐는 식의 강한 불만이 느껴집니다.

= (‘우리는 나라도 아닌가’라는 한탄에서 ‘우리는 이제 신문도 아닌가’라는 소외감도 읽힙니다. 색깔론과 안보 이슈로 존재감을 만들어왔던 이 신문 입장에서는 불안하고 당황스럽겠죠.)

2. 팩트 체크를 해볼까요? 종전 선언에 한국이 빠질 수도 있나요?

= 일단 1953년 7월27일 정전 협정을 할 때는 한국 정부가 없었습니다. 판문점에서 국제연합군 총사령관 클라크와 북한군 최고사령관 김일성, 중공인민지원군 사령관 펑더화이가 정전 협정에 서명했죠.

2-1. 이승만 대통령이 빠졌네요.

= 중국과 북한은 있는데 미국과 한국은 빠지고 유엔군 사령관이 대신 들어갔죠. 아이러니한 게 조선일보가 국부로 칭송하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집 때문이었습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북한과 대등하게 협정을 체결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반공통일을 해야 되는데 정전협정이 충돌할 거라고 생각했고, 미국과 상호 방위 조약을 체결하기 위해 정전 협정에 참여하지 않는 게 맞겠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 교전 당사자가 정전 협정에 빠진 건데요. 해석하기에 따라서는 한국 정부가 유엔군에 군 지휘권을 넘겼고 (유엔 회원국은 아니었지만) 유엔군 사령부의 지휘를 받으면서 전쟁을 치렀기 때문에 한국도 유엔 소속으로 정전 협상의 당사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물론 정전협정에 빠졌으니 종전 선언에 빠져도 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협정과 선언은 다르고, 당연히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빠져서는 안 되고 빠질 상황도 아니죠. 조선일보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입니다.

2-2. 어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 대표도 “한국이 배제된 종전선언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는데요. 한국을 빼고 종전선언을 할 가능성도 있나요?

= 아직 확실한 건 없습니다. 다만 종전 선언을 하기로 합의할 가능성은 있겠죠.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도 기자들 질문에 이런 취지로 답변했는데요. 남·북·미·중 4자, 남·북·미 3자, 북·미 2자 등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어떤 형식의 종전선언이라도 우리 정부는 환영이다, 북·미만의 종전선언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 남한과 북한은 이미 지난해 9.19 군사합의를 통해 사실상 종전선언을 했죠. 그리고 종전선언은 선언일 뿐이고 평화협정이 필요할 텐데요. 당연히 한국과 북한이 주체가 돼야 합니다. 조선일보를 비롯해 일부 신문들이 우려하는 건 이번 회담에서 북한이 유엔군 사령부와 북방 한계선 폐지를 주장하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안보 위협을 거론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딴죽 걸기입니다.

3. 정치 쇼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사설을 낸 신문들이 좀 있네요.

= 동아일보도 아주 냉소적입니다. 지난해 싱가포르 북미 회담을 “모호하기 짝이 없는 원론적 합의가 전부였다”고 평가했고요. 오늘 아침 사설에서는 “목표 지점이 다른데도 적당한 문안 다듬기로 어물쩍 넘어간다면 모든 게 허튼짓이었음이 판명 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교제는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이벤트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등의 표현도 눈길을 끕니다.

= 중앙일보와 문화일보, 매일경제신문 등도 비슷한 논조인데요. 완전한 비핵화 없이 외교적 수사로 포장된 이벤트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남북 경협 등 대북 제재’의 뒷문을 열게 되면 대한민국에는 최악의 안보 재앙이 닥친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 물론 냉전 체제 해체와 평화와 번영으로 가는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신문들도 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은 비핵화를 압박하려면 미국의 제재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논조입니다. 관점이 전혀 다르죠.

4. 김정은 위원장이 비행기 대신 열차로 이동한 것을 두고도 평가가 엇갈리던데요.

=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고요. 일주일 넘게 자리를 비우는 건 처음이라 내부 단속이 돼 있다는 자신감, 북한이 정상국가라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비핵화 의제보다 의전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의도”라고 좀 조롱조의 기시를 내보내고 있습니다. “4시간여면 갈 수 있는 비행기 대신 60시간이 넘게 걸리는 기차를 타고 간다. 쇼일 수도 있고 낡은 북한 비행기 탓일 수도 있다”면서 “정상국가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괴벽’에 가까운 행동”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평화 가면을 쓴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와해 및 안보 무장해제라는 칼날을 숨기고 있다”는 건데요. 일부 신문들은 여전히 북한의 위협에 맞서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5. 비핵화가 중요 쟁점인 건 맞는데요. 어느 정도 수준의 합의가 되느냐에 따라 평가가 엇갈리겠군요.

= 1년 이상 핵 실험과 미사일 시험이 중단된 것은 사실이고요. 영변 핵 시설을 폐쇄하기도했죠. 지금 빅딜 스몰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건 좀 더 확실한 비핵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건데요. 여전히 숨겨놓은 핵 시설이 많다는 의심이 있고요. 그래서 제재 완화와 종전선언 등의 인센티브가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많습니다.

5-1. 핵 보유국으로 인정 받겠다, 이런 이야기도 있네요.

= 관련해서 앤드류 김 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이란 사람이 있는데요. 이 사람 인터뷰가 여러 신문에 인용돼 있습니다. 북한이 종전선언과 함께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는 건데요. 우리 아이들이 핵을 지닌 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과도 배치되죠. 핵을 보유하고 가겠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고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 받고 그걸 포기하는 대신 확실한 대가를 받아내겠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6. 중국과 일본의 태도도 흥미로운데요.

= 이번에 열차로 이동한 것도 북한과 중국의 가까운 관계를 확인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시진핑 주석을 만날 거라는 관측도 있고요. 그래서 이번 북미협상에서도 북한 뒤에 중국이 있다는 시그널을 주려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습니다.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지금은 일단 휴전 상태죠.

= 일본은 일단 불편한 기색이고요. 재팬 패싱을 우려하면서도 북한에 인도적 지원이나 경제협력을 하지 않겠다, 일본인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어깃장을 놓고 있습니다. 일본 내부에서도 “나막신에 붙은 눈과 같다” 그만큼 납작 업드려서 미국 눈치만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7. 결국 북한과 미국이 어떤 걸 주고 받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것 같은데요.

=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가 쟁점이었다면 이번에는 FFVD란 단어가 많이 나올 겁니다.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inal, fully verified denuclearization)라는 거죠.

=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원론적인 합의는 끝냈기 때문에 확실한 뭔가가 나와야 할 것입니다. 핵 시설의 검증 가능한 폐기가 전제돼야 평화협정과 북미수교 등의 선물이 나올 거고요. 양쪽 다 조급한 상황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선의 명운이 걸린 담판이 될 거고요.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가 절박한 상황입니다.

= 일부 언론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그만큼 국제 정치의 역학 관계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빅 이벤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원론적인 합의를 넘어서 평화로 가는 통 큰 결단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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