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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경기 띄워 경제 살릴 수 있을까.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9, 2004

건설 경기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노무현 정부가 내놓은 이른바 한국형 뉴딜 정책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경기 부양의 해법을 놓고 여야의 논란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비난의 핵심은 역시 경기 부양의 실효성이다. 무엇보다도 대공황 무렵의 미국과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르고 자칫 엄청난 세금만 들이붓고 경기 부양에는 실패한 일본의 전철을 밟을 우려도 있다. 세금 뿐만 아니라 연금과 기금을 경기 부양에 전용해도 되느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최근의 경제 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하다. 수출은 늘어나고 있는데 경제는 살아나지 않고 양극화는 심화되고 내수는 갈수록 꺼져가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 건설 경기 위축이 빤히 들여다 보이는데 이를 방관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건설 경기만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확신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열린우리당과 정부는 정부의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한 내수 진작에 목을 매고 있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분위기다.

9일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재정지출을 통한 총수요 진작 보다는 경제환경의 개선, 감세와 규제 완화가 더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수요의 부족이 아니라 불확실성에 있고 투자와 소비의 활성화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윤 의원은 특히 감세와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법인세와 소득세의 세율을 대폭 인하하고 각종 덩어리 규제 개혁 등을 과감하게 시행해 경제주체들이 자발적으로 경제하려는 의지가 생겨나도록 북돋워줘야 한다. 특히 400만명을 고용하고 있는 1~9인 사업장의 활성화를 위해 영세 사업자의 종합소득세 소득공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루즈벨트의 뉴딜 정책에 대한 평가도 엇갈린다. 미국은 뉴딜 정책을 시행하고 6년이 지난 1939년까지 실업율이 17%를 웃돌았다. 대공황을 벗어난 것은 뉴딜의 성과라기 보다 2차대전 때문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아울러 대규모 재정 지출을 감행했지만 경기 부양에 실패한 1990년대 일본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일본은 국내 총생산의 170%에 이르는 정부 부채를 끌어안고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으로 접어들었다.

민주노동당도 8일 논평을 내고 “한국형 뉴딜은 건설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지 경기 부양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건설 경기는 결국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지고 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킬 뿐 내수 부진의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노동당이 생각하는 근본적인 대안은 가계 부채 해소와 중소기업 살리기, 재벌의 비생산적 출자규제 등이다.

이선근 민주노동당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은 “내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신용불량자와 비정규직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불량자 400만, 예비 신용불량자 400만, 경제인구의 거의 절반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 경기 부양으로 내수를 끌어올리는데 한계가 있다.”

이 위원장은 내수 부진의 한 원인이 부동산 거품에 있다고 본다. 부동산 가격 급등이 곧 가계 부채로 이어지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건설 경기를 부채질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다.

“지금 경제 위기는 고용불안과 가계 부채 증가에서 비롯한 신용불량자 증가와 이에 따른 소비 위축에서 왔다. 경제 살리는 해법은 이들 서민들 살리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단기적인 투기 부양으로는 안된다.”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은 7일 당정청 경제워크숍에서 “재정 지출을 늘려 일시적으로 경기를 회생시킬 문제는 아니”라며 “특히 연기금을 생산 부분에 투입할 때는 상당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민간 가계 부분의 소비 능력을 높일 종합적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봉균 의원도 “문제는 민간 소비의 회복 지연에 있다”면서 “투자 확대 기조에는 찬성하지만 뉴딜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의 입장은 단호하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결국 내수 진작을 위해서는 건설경기 진작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그래야 일자리도 늘고 체감경기가 나아지고 음식점이나 택시가 돌아가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실제로 건설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내년 건설경기 전망에 따르면 내년 건설수주는 올해보다 6.2% 줄어든 79조9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건설투자 역시 1.8% 줄어든 117조300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위기 의식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사회적 타협의 논의도 확산되고 있다. 뉴딜이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고 사회적 타협, 이른바 빅딜이 필요하다는 맥락에서다. 정승일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는 “루즈벨트 정신의 사회민주주의적 특징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식 진보에 매몰돼 있는 한국의 지적, 학문적, 정치적 풍토에서 보수적 헤게모니를 일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원도 당정청 워크숍에서 사회적 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돈이 은행에 묶여 있고 산업부문으로 가지 않는 상황에서 사회적 타협을 토대로 하지 않으면 고용안정이나 소비를 진작시킬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또 “전체의 11%정도 되는 조직 노동자의 양보와 함께 기업이 노동자 전체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동계의 양보와 이른바 노사정의 빅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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