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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서영교 Vs. 서영교-홍일표의 프레임 전쟁.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4, 2019

0. 밤 사이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영장이 발부됐는데요. 오늘은 사법 농단 사건의 연장선에 있는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논란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직무유기, 공무상 비밀 누설 등 40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핵심 혐의 중의 하나가 재판 거래 의혹입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과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사건에 개입해서 재판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났죠.

= 청와대가 강제징용 사건 재판을 질질 끌어달라고 부탁하자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일본 기업들을 대리하는 김앤장을 만나서 조언을 해줬죠. 양승태 사건과 서영교 사건이 본질적으로 같은 프로세스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양승태는 청와대 지시를 받았고 서영교 의원은 지역 주민의 청탁을 받았죠. 법원장에게 지시를 하고 지시가 내려가서 재판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문제는 이런 재판 거래가 공공연한 관행이었고 행정부와 사업부, 입법부와 사법부의 유착이 아주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겁니다.

1. 어제 이 시간에 손혜원 의원 목포 부동산 논란을 살펴봤는데 손혜원 파문에 가려서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훨씬 더 심각한 사건이죠. 서영교 의원의 재판 청탁 논란, 이게 왜 이렇게 조용한가요?

= 네. 이게 더 큰 문제라고 보는 건 여야 모두 쉬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의 카르텔이 시작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둘 다 민주당 의원인데요. 손혜원 논란이 공격과 수비가 명확한 사건이라면 서영교 의원 재판 청탁 의혹은 서영교 의원 뿐만 아니라 여야 모두 얽혀 있는 사건이라 부담스러운 것이죠. 손혜원 의원은 본인이 이슈를 더 키우고 있는 측면도 있습니다. 서영교 의원이 손혜원 의원에게 고마워할 거라는 이야기도 나오죠.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도 입법 로비 의혹에 연루돼 있어서 서영교를 처벌하면 당연히 홍일표도 처벌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 지난 1주일 동안 손혜원 기사는 9873건, 서영교 기사는 1705건에 그쳤습니다. 홍일표 기사는 56건 밖에 안 됐고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기사는 제가 새벽에 살펴보니까 영장 발부 직전까지 2700여건, 그리고 발부된 이후에 300건 정도가 늘어서 3000건 정도 됩니다. 언론이 뉴스를 쏟아내니까 이슈의 흐름이 바뀌고 가치가 뒤바뀌는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영장 발부 직전인) 1월24일 새벽 2시까지 네이버 뉴스 검색 결과 지난 1주일 동안의 뉴스 건수.

2. 손 의원은 부동산 투기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는데 서영교 의원은 대부분 시인한 상태죠?

= 네. 인정했고요. 원내수석부대표에서도 물러났죠. 정말 어이없는 사건입니다. 서영교 의원이 중랑갑 소속인데, 중랑구 선거 캠프에 있었던 주민이 서 의원에게 청탁을 하고 서 의원이 국회 파견 판사에게 부탁을 하니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부탁을 하고 임종헌이죠. 임 전 차장이 법원장에게 부탁을 하고 담당 판사에게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그런데 서 의원이 부탁한 사건이 강제추행 미수 사건입니다. 이른바 바바리맨이라 부르죠. 길거리에서 바지를 내리고 지나가던 여성을 껴안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노출만 하면 공연음란죄인데 껴안으려 했기 때문에 강제추행 미수가 적용됐습니다. 그런데 서 의원이 이 사건을 판사에게 이야기하면서 벌금형으로 해달라고 부탁했고 실제로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3. 국회의원이 판사를 자기 방으로 불러서 부탁을 했다는 거죠.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은데 이게 공공연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 애초에 왜 판사가 국회에 파견 나가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파견 나왔다가 파견이 끝나면 다시 판사로 돌아가는 건데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전문위원이 필요하다는 논리인데 필요하면 말 그대로 전문적인 인력을 채용하면 되는 것이죠. 입법 과정을 도와주려는 취지로 시작됐지만 로비 창구로 변질됐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판사 뿐만 아니라 검사도 파견나와 있는데 이번에 논란이 확산되면서 법원은 파견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4. 자유한국당이 이 사건을 건드리지 않는 건 홍일표 의원 때문이라는 거죠.

= “대체 양당이 얼마나 재판청탁을 해왔길래 이 문제를 덮으려고 짬짜미를 하고 있는 거냐”, 이게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말입니다. 홍일표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죠. 지난해 8월에 벌금 1000만 원을 선고 받아 의원직이 상실될 상황입니다. 대법원이 마침 상고법원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었는데 홍 의원이 이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법원 입장에서는 홍 의원의 도움이 필요했겠죠. 그래서 홍 의원이 재판 진행 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자 법원 행정처가 방어 전략을 문건까지 만들어 가면서 재판을 질질 끌었습니다. 1심 결과가 나오기까지 2년 반이 걸렸습니다. 서영교를 수사하면 홍일표도 다칠 것이고 또 전병헌, 이군현, 노철래 등 거론되는 의원들이 5명쯤 됩니다.

5. 언론 보도는 어떻습니까. 일단 기사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요.

= 손혜원·서영교 의혹 어물쩍 넘어가선 안 된다, 이런 기사는 많습니다. 집권 여당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기사도 넘쳐나고요. 아무래도 민주당이 사법 개혁을 주도해 왔고 양승대 전 대법원장도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람이라 지금까지는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도덕적 우위를 지켜왔는데 서영교 파문으로 빛이 바랜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비판이 더 집중되는 것이고요.

= 중앙일보가 “국회 재판 청탁 의혹, 침묵의 카르텔부터 깨라”는 사설을 낸 것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자유한국당도 남 이야기할 게 아니라는 건데요. 한국일보도 “초록은 동색”이라면서 자유한국당도 마찬가지라고 비판했습니다.

= 국회야 초록이 동색이라 그렇다 치고 언론 보도가 적극적이지 않은 건 상당수 언론이 진영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보수 성향 신문들은 손혜원이 더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것 같고(서영교를 건드리면 자유한국당까지 끌려나오게 되니까요) 진보 성향 신문들도 서영교 사건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지 않습니다. (정권에 우호적이라서일 수도 있고 사법 개혁에 힘이 빠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 그런데 정작 홍일표 의원이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실명을 거론하는 기사는 많지 않습니다. 서영교 의원의 경우 이메일까지 공개돼서 혐의를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고요. 임종헌 전 처장이 선택적으로 자백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6. 박주민 의원이 최강시사에 출연해서 “2016년 당시 노철래 이군현의 부탁을 받고 움직인 현직 자유한국당 법사위원의 실명이 없다. 그래서 기자들도 보도를 할 수가 없다”고 주장한 적 있는데요.

= 노철래 이군현 의원이 전 의원인데요. 국회 법사위 의원인 누군가가 이들의 부탁을 받고 재판 청탁을 했다는 것이죠. 공소장에도 이름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임종헌 전 처장이 내가 입을 열면 다친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그 누군가를 보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가 이런 맥락을 짚지 않고 나오는대로 따라가다 보니 손혜원-서영교 파문으로 카테고리가 형성되고 홍일표 등은 빠지면서 집권 여당의 도덕성 문제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법개혁에 저항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런 상황이 매우 반갑겠죠.

7. 사법농단 수사가 제대로 될지 걱정입니다.

= 뉴스의 흐름이 손혜원-서영교(집권 여당의 탈법)로 묶일 게 아니라 손혜원은 별개의 사건으로 다뤄야겠지만 서영교-홍일표(국회에 만연했던 재판 거래), 또는 양승태-서영교-홍일표(권력 전반의 사법농단)까지 한 사건으로 묶고 이슈를 환기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이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 건 여야 모두 여기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죠. 언론이 이런 문제를 더 깊이있게 파고 계속해서 아젠다 셋팅과 아젠다 키핑을 해야 하는데 손혜원 논란에 빠져드는 현실이 매우 안타깝습니다. 손혜원 의원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일부 신문이 손혜원 사건을 계속 키우는 의도를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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