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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혜원이 잘못했네” 보도에 빠진 맥락.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23, 2019

1. 손혜원 의원이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습니다. 며칠째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데요. 언론 보도도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먼저 핵심 쟁점을 간단히 정리해 볼까요?

= SBS 첫 보도는 지난 15일. 손 의원이 지인과 친척 명의로 목포시 대의동 일대에 건물 9채를 매입했는데 이 지역이 근대역사 문화공간으로 지정이 됐다, 국회의원만 알 수 있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서 부동산을, 그것도 차명으로 매입했는데 지금은 매물을 찾을 수 없게 됐고 건물 가격이 4배로 뛰었다는 게 SBS 보도였습니다.

1-1. 손 의원이 강력하게 반발을 했죠.

= SBS를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했죠. 9채(필지 기준으로 22곳) 가운데 문화재로 지정된 건물은 없고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없다, 시세차익을 얻을 수도 없고, 문화재 거리로 지정하도록 압력을 넣지도 않았다, 한 마디로 선의로 사재를 털어가면서 이 지역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떻게 이걸 부동산 투기로 매도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서울에 나전칠기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걸 목포 이 지역으로 옮길 생각이었다는 겁니다. 일단 허위사실 유포든 명예훼손이든 성립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공익성이 있고 허위가 아니라고 믿을만한 근거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으니까요.

2. 결국 핵심은 이익충돌이 있었느냐일 텐데요.

= 오해 받을 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창성장이라는 여관을 리모델링해서 손 의원 조카가 운영하고 있는데 국정감사에서 이 창성장을 언급했습니다. “1963년 만들었던 아주 형편없는 여관이면서 룸살롱을 했던 이것을 제가 아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숙소로 한 번 만들어 봤다”고 말했는데요. 조카를 아는 사람들이라고 말한 것도 이상하지만 여러 차례 이 지역에 예산을 들여 도시재생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개발을 하면) “너무나 놀라운 자원이 될 거다”, 이런 이야기도 했고요. 굳이 창성장 근처 식당 이름을 언급하면서 “미어터진다”, “지역 특성을 살려서 음식 개발을 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국회에서 말이죠. 국립현대미술관 분원을 목포에 짓자고도 했는데요. 이런 발언이 모두 이해상충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3. 본인이 거기에 부동산을 구입해 놓고 이 지역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게 적절치 않다는 이야기죠.

= 선의라는 말로 해명이 안 되는 문제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다른 국회의원들이 어디어디 개발 호재를 미리 알아서 부동산을 산다거나 또는 미리 부동산을 사놓고 이 지역을 무슨무슨 특구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거나 이런 행위를 선의였다고 이해하고 넘어갈 수는 없다는 거죠. 범죄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회의원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4. 언론 보도도 크게 엇갈리는데요. 가장 첨예한 쟁점이 뭔가요?

= 먼저 SBS는 직접적으로 투기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강조했죠.) 다만 주변 지인들을 동원했다거나 주변 시세가 4배나 뛰었다거나 하는 등의 보도가 손 의원이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는 부분은 있습니다. 일단 차명은 아닐 가능성이 크고요. 조카들에게 증여를 했고 증여세도 수천만원을 납입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8000만원짜리 다 쓰러져가는 낡은 목조 건물을 시세차익을 노리고 샀을까 의구심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실제로 목포에서는 다 쓰러져가는 동네를 살리러 왔다면서 우호적인 시선도 많다고 합니다.

4-1. 투기인지 투자인지 명확히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죠.

=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도 명확하게 부동산 투기라거나 차명 거래라거나 이런 표현을 쓰지는 않고 있습니다. 거래가 많지 않긴 하지만 4배까지 뛴 건 아니고 30% 정도 뛰었다는 건 손 의원도 인정했습니다. (목포문화연대라는 시민단체 대표는 2~4배 오른 것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증여를 한 것도 사실이고 주변 사람들이 실제로 산 것도 맞기 때문에 차명 거래는 아닙니다. 동아일보는 손혜원 타운이라는 표현까지 썼는데요. 제가 보기에는 기자들도 손 의원이 시세차익을 노리고 미리 부동산을 매입했다고 보기는 무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종류의 무형의 이익이 있을 수는 있을 텐데, 그렇더라도 문제가 아닌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보수 성향 신문의 보도를 보면 정확히 의혹을 입증하기 보다는 의혹의 변죽을 울리면서 논란을 키우고 있습니다. 주변 지인들을 동원해서 부동산을 9채나 사들였다, 이 지역이 문화재 거리로 지정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도 정부와 여당을 곤혹스럽게 만들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겨레는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입장이고(요즘 칼날이 많이 무딘 느낌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과정과 절차가 정당하지 않으면 문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기사 건수도 조중동이 압도적으로 더 많습니다.

= 한편, 기자협회보는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인정하더라도 다른 사안에 비해 전반적으로 보도가 과열됐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의혹을 기정사실화하고 몰아붙이는 식의 잘못된 관행이 작동했다”는 건데요. 언론과 취재원 간 대결로 비화하고, 끝장싸움 양상으로 흐르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입니다. 언론은 사건이 터지면 기사를 쓸 수밖에 없지만 사안의 본질과 이슈의 맥락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게 전달해야 합니다. 손 의원의 책임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언론 보도도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5. 만약 도시재생에 성공한다면 집값이 크게 뛰어오를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죠?

= 버려진 구도심에 다시 사람이 찾아오고 예쁜 카페와 식당이 들어서고 이른바 힙 플레이스가 되면 집값이 뛸 수도 있습니다. 손 의원이 거기까지 내다보고 주변 사람들에게 집을 사라고 한 것인가, 그 의도는 누구도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진심으로 목포를 사랑해서, 여기 내려와서 살고 싶어서 투자를 했을 수도 있고요. 시세차익이 목표는 아니라도 어쨌거나 사두면 손해는 보지 않겠다, 유형이든 무형이든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 지역이 문화재 거리로 지정된다는 사실을 손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 몰랐는지, 알았다면 실질적인 압력을 넣었는지 안 넣었는지 이 부분은 검찰 조사로 확인해야 할 것 같고요.

5-1. 손 의원은 목숨과 전재산을 걸겠다고도 했는데요.

= 손 의원이 어떤 의도로 집을 사들였는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논란이 될 행동이고 의심을 받을만한 행동이었다는 겁니다. 국회의원도 집을 살 수 있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디 집을 사라고 추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국회에서 이 지역에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등의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적절치 않죠. 설령 정말 목포를 사랑했고 근대 문화 유산을 살리려는 선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선의를 스스로 짓밟는 결과가 됐습니다. 손 의원은 이 부분에 대해서 제대로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데, 상당수 언론이 투기 의혹만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손 의원도 투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해명하면서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상황입니다.

6. SBS 보도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보십니까. 일부에서는 태영건설 배후설을 거론하기도 하는데요.

= 태영건설이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죠. 목포 서산온금동 지역 재개발이 문화재 지정 때문에 차질이 생겨서 건설회사들이 반발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일단 태영건설은 이 지역 재개발 사업과는 관련이 없다는 게 SBS의 주장입니다. 다만 서산온금동과 창성장이 있는 대의동은 1km 정도거리로 가깝습니다. 손 의원이 이 지역에 있는 조선내화 공장을 철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서 재개발이 늦춰지고 있는 건 사실인데 이것과 손 의원 지인들이 매입한 부동산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 SBS 보도가 태영건설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음모론은 일단 사실무근이고요. 다만 보도의 완결성을 짚어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워낙 미묘하고 복잡한 사안이긴 하지만 SBS가 첫 보도에서 손 의원이 차명으로 부동산 투기를 했을 가능성을 흘렸기 때문에 논란이 확산된 측면이 있습니다. 증여세를 다 납부했다는 사실(이건 매우 중요합니다)과 문제의 9채가 실제로 다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이라는 사실을 밝혔더라도 기사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았을 거고요. 주변 집값이 4배나 뛰었다는 게 사실인지 아닌지 좀 더 검증을 했으면 완벽한 기사가 됐을 거라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저 같으면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는 투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이해가 상충되는 행동을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명확하게 썼을 것 같습니다.

= 기사가 계속 쏟아지고 있는데요. 중앙박물관에 인사 압력을 넣었다거나 현대 공예품을 구입하라고 압박했다거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서울역 역사를 공예박물관으로 만들자고 요청했다는 등의 의혹도 있습니다. 모두 이익충돌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사안입니다.

7. 이미 목포 지역 신문에는 1년 반 전부터 몇 차례 기사가 났던 사안이라고 하던데요.

= 실제로 2017년 7월 시민신문 보도를 보면 도심 재생에 50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로 지역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부동산 업자들이 손혜원이 건물을 샀다는 사실을 홍보하면서 다닌다, 개발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주민의 코멘트가 있습니다. 개발 이익을 바라고 이익금만 챙겨 가버리면 주민들 피해가 크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고요. 근대역사 문화공간으로 지정되기 한 달 전 기사인데요. 이 보도 뒤에도 부동산 매입이 계속됐죠. 손 의원은 자신이 떳떳하니 문제될 게 없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8. 네. 진행 중인 사안이니까 계속 지켜봐야겠네요.

= 네. 몇 가지만 팩트를 더 짚어보면 문화공간으로 지정되면 부동산 매매가 어렵다는 건 사실이 아니고요. 다만 인근에 들어설 상업지역 보다 시세차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건 사실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투기냐 아니냐와 별개로 손 의원이 지인들을 동원해 부동산을 매입한 것과 이 지역에 도시재생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명백한 이익충돌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선의였다고 주장한다면 무지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손 의원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으나 손 의원이 감당해야 할 비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이 어려운 것은 애초에 투기였느냐 아니었느냐 의도를 파악할 수 없는 문제고 언론 보도나 법적 판단에서는 의도는 따지지 않고 결과를 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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