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재판관, 그들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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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은 모두 임명직 공무원들이다. 소장을 포함해 모두 9명, 임기는 6년이다. 3명씩 각각 대통령과 국회와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올해 우리는 이들 임명직 공무원 9명이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의 운명을 판가름하고 국회의 정당한 의결을 거친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는 것을 지켜봤다.

문제는 이들에게 과연 민주적 정당성 또는 대표성이 있느냐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들의 결정이 절대 진리로서 그 어떤 비판도 용납되지 않는 이런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가 하는 부분이다.

이번 결정의 경우,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이 불문 헌법에 해당된다고 헌법재판소가 결정을 내린 이상 이 결정은 그 자체로 최종적인 유권해석이 된다. 불문 헌법에 해당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더이상 법리적 공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제 수도를 이전하려면 헌법을 고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현행 법 체제 아래서는 설령 헌재의 판결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 결정을 뒤집을 수단이 전혀 없는 셈이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헌재 뿐만 아니라 어디든 비판의 여지는 있다”고 전제하고 “당연히 헌재도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지만 그렇다고 헌재 위에 다른 헌법 기관을 둘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어디든 최고 헌법기관은 필요하고 그 헌법기관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사법 시스템의 본질적인 한계라고 볼 수도 있다.

김상경 동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헌재는 대통령이나 국회 등 대의 기관이 내린 정책과 결정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문제를 삼을 수 있다”며 “우리가 그들에게 그런 권한을 부여한 이상 그들이 설령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재판관의 구성을 효율적으로 하는 수밖에 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다른 대안이 없다.

헌법재판소는 1988년 이전의 헌법위원회나 대법원에게 헌법 재판을 맡기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미흡하다는 판단에 따라 1988년 9차 개헌과 함께 설치됐다.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구성 방식이다. 헌법재판소는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바탕한 삼권분립 원칙에서도 벗어나 있다. 헌재의 결정은 말 그대로 법이 된다.

삼권분립의 세 권력기관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는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대법원 역시 직접 선거는 아니지만 국회의 동의를 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 역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이 3명, 국회가 3명, 대법원장이 3명씩 나눠서 지명한다. 국회가 임명한 3명에 대해서만 인사청문회가 개최될뿐 나머지 6명은 아무런 검증절차도 없다.

헌재는 대법원보다 좀더 정치적인 권력기관이다. 국민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과 국회에 걸맞는 권력을 행사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이들은 국민의 보편적인 정서에 어긋나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아무도 지지 않는다. 이들이 실체가 불분명한 불문 헌법에 성문 헌법과 같은 권위를 부여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거나 대통령의 정당한 정책을 뒤집더라도 이들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

그 바탕에는 사법 정의라는 추상적인 믿음이 깔려 있겠지만 그 믿음이 이번 경우처럼 상식을 벗어나는 수도 있다. 법치주의는 언뜻 이렇게 허술한 부분이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 임명된 재판관은 전효숙(2003년) 재판관과 이상경(2004년) 재판관, 두명이다. 전효숙 재판관은 최종영 대법원장이 임명했고 이상경 재판관은 민주당이 추천하고 국회에서 임명했다.

이밖에 김영일(1999년), 김경일(2000년) 재판관도 최종영 대법원장이 임명했다. 두 사람은 각각 내년과 2006년 퇴임한다.

국회 임명은 보통 제 1당과 2당이 1명씩 추천권을 나눠갖는 것이 관례인데 권성 재판관은 한나라당, 김효종 재판관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동 추천했다. 둘다 2000년에 임명됐고 2007년에 임기가 만료된다.

윤영철 재판관(소장)을 비롯해 송인준, 주선회 재판관은 모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임명했다. 송인준 재판관부터 윤영철 소장, 주선회 재판관 순서로 내년부터 2007년까지 차례대로 퇴임을 앞두고 있다.

정리해보면 9명 가운데 7명이 김대중 정부 시절 임명됐고 모두 노무현 대통령 임기 동안 퇴임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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