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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분식회계는 처벌할 수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역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2, 2018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12월12일 방송 내용입니다.)

논란의 기업 삼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어제 18% 가까이 급등했습니다. 상장 폐지 위기를 벗어나 어제 19 거래일 만에 거래가 재개됐죠. 오늘은 그 의미와 전망을 살펴보겠습니다.

1. 4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논란이 있었는데 상장 폐지를 하지 않은 이유는 뭔가요?

어제 주가가 올라서 시가총액이 22조였는데 26조원으로 늘었습니다. 시가총액 기준 8위에서 4위 기업이 됐죠. 퇴출 시키는 게 부담이 좀 됐을 것 같습니다. 2015년 기준으로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2조원 가까이 이익을 낸 것으로 회계 조작을 했다는 것이 핵심인데요.

= 한국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상장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설명인데요. 그냥 망할 기업은 아니다, 이런 내용입니다. 기업의 계속성은 심각한 우려가 있지 않다, 재무 안정성은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게 전부입니다. 기업심사위원회 위원 명단도 밝히지 않았고요. 분식회계는 언급 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경영 투명성에 미흡한 점이 있는데 3년 동안 점검하겠다고 한 게 전부입니다.

2. 분식회계가 상장 유지 여부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네요.

= 네. 일단 고의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게 지난달 14일 증권선물위원회 결론이었습니다. 이미 검찰에 고발된 상태고 증선위 결정에 따라 거래가 정지됐죠. 그러니까 증선위는 상장 폐지를 검토할 만큼 심각한 회계 부정이라고 보고 거래를 정지시킨 건데 거래소는 상장 폐지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증선위 결정을 뒤집은 거죠. 그러면서 정작 분식회계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거죠.

3. 분식회계란 건 고의로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는 건데요. 4조5000억원이나 기업 가치를 부풀려놓고도 계속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다면 이게 시장에 안 좋은 신호를 주지 않을까요?

= 네. 사실 분식회계란 게 분칠을 한다, 화장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cosmetic accounting을 일본 사람들이 분식회계라고 번역한 건데요. 영어에서는 accounting fraud나 financial fraud 라고 쓰죠. 그러니까 회계 사기라고 번역하는 게 맞습니다. 명백한 기업 범죄인데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오는 겁니다. 22조 원 규모의 기업을 퇴출시켰을 때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했을 거란 관측도 있지만 결국 삼성을 건드릴 수 있겠느냐, 역시 대마불사 아니냐, 큰 기업은 못 건드리는 것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흔들면 삼성이 무너진다는 인식도 있는 것 같고요.

4. 이게 워낙 복잡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짧게 요약을 해줄 수 있겠습니까.

= 원래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씨가 에버랜드 주식이 많았죠. 에버랜드가 제일모직하고 합병한 다음 다시 삼성물산하고 합병해야 되는데 에버랜드의 기업 가치가 낮으니까 합병을 하면 이재용씨 지분이 줄어들게 될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에버랜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업 가치를 부풀려서 이재용씨의 삼성물산 지분이 늘어나게 만든 겁니다. (삼성물산을 지배하면 삼성생명을 지배하고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5년 연속 적자를 내고 2015년에도 20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 기업이 2조원 가까이 이익을 낸 것으로 회계 조작을 했다는 것이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이유로 관계회사로 분류하고 현금흐름 할인 방식으로 기업 가치를 변경, 지금은 돈을 못 벌고 있지만 앞으로 크게 벌 거라는 논리로.)

5.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삼성 내부 문건도 있었죠?

= 네. 이게 회계 조작을 입증할 결정적인 스모킹 건이란 분석도 많았는데요. 이 문건에 자체 평가액 3조원, 시장 평가액 평균 8조원 이상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 가치가 그렇게 높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해명자료를 냈는데 그냥 검토만 했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6.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해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 대우조선해양도 매출을 부풀리거나 손실을 누락하는 등의 수법으로 5조7000억원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1년3개월 동안 주식 거래가 정지됐습니다.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 달도 안 돼서 풀린 거죠.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전 사장은 징역 9년을 선고 받았습니다. 과거 SK글로벌 분식회계 관련해서도 최태원 회장이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적 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사실 삼성 입장에서는 법적 처벌보다 더 두려운 게 지배구조가 흔들리는 것일 겁니다. 아마 월급 사장들이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미 성공한 쿠데타인 거죠. 후계구도는 거의 완성돼 가고 있고요.

7. 미국의 엔론 사태와 비교하는 보도도 많았는데 어떻습니까.

= 엔론은 매출 1110억 달러. 시가총액 5위까지 올랐던 기업입니다. 엔론은 분식 규모가 15억 달러, 그러니까 우리 돈으로 1조7000억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프 스킬링 사장은 25년 형을 선고 받았죠. 미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고 하지만 시장의 질서와 신뢰를 깨뜨리는 기업은 단호하게 처벌합니다.

7-1. 회계법인이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오더라고요.

= 네. 엔론의 회계 감사를 맡았던 아더앤더슨이 회계 부정에 동참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거액의 손해 배상에 휘말렸고 결국 파산했습니다. 세계 5위 안에 드는 회계법인이었는데 문을 닫은 거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도 딜로이트안진과 삼정KPMG가 회계 감사를 맡았는데,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게 안진회계법인이 과거 아서앤더슨의 한국 법인이었다는 겁니다. 아서앤더슨이 망하고 딜로이트와 제휴해서 딜로이트안진으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 회사가 또 대우조선해양의 회계 감사를 맡았습니다. 그래서 1년 동안 영업 정지를 당했다가 풀려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삼바 사태가 터진 거죠.

8. 미국에서는 분식회계로 회사가 문을 닫고 회계법인이 파산을 하는데 한국은 왜 이렇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겁니까.

= 근본적으로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인데요. 분식회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계 부정 또는 회계 조작 사기라고 용어를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그리고 회계 감사를 맡으면서 동시에 컨설팅으로 돈을 버는 구조가 문제라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실제로 이번 내부 문건에도 보면 딜로이트안진 등이 어떻게 기업 가치를 부풀릴 수 있는가 공모하는 정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증권선물위원회가 회계법인에 내린 제재는 과징금 1억과 각각 3년과 5년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감사를 맡지 말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게는 과징금이 80억원 나왔는데요. 이것도 전체 기업 가치에 비교하면 정말 새발의 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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