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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는 남고 경남제약은 가고, 고무줄 상장 폐지.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19, 2018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12월19일 방송 내용입니다.)

1. 연말에 상장 폐지 공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경남제약이 상장 폐지가 됐고 동성제약도 위험하다고 하죠. 요즘 흉흉한 소식이 많네요.

= 물 없는 가루 비타민(레모나 하나로 먹고 살았던 회사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으로 유명한 제약회사죠. 매출액과 매출 채권 등 49억8900만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3월 증권선물위원회가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했고 지난 14일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퇴출을 결정했습니다. (코스닥시장위원회 결정이 한 번 더 남아있는데요. 여기서 뒤집힐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어제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습니다.

(경남제약은 시가총액이 2100억원 정도인데 70% 이상이 개인 투자자라고 합니다. 5000명 정도고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개인투자자가 8만명, 3조원 정도 됐습니다. 그래서 왜 8만명은 살리고 5000명은 죽이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

2. 지난주에 다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어떻게 다를까요?

=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분식 규모가 4조5000억원이나 됐죠. 경남제약은 50억원이 안 됩니다. 분식 규모가 900배 정도 크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래 가치를 장부에 반영해서 부풀린 것이고 경남제약은 적자를 흑자인 것처럼 속인 것이라 약간 다르긴 합니다. 둘 다 투자자를 속인 건 마찬가지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없는 걸 생길 거라고 속이는 것과 없는 걸 있다고 속이는 것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슷하지만 미래 가치와 현재 가치의 차이입니다.

3. 그래서 유전무죄 무전유죄, 대마불사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 저도 냉정하게 조사를 해봤는데요. 엄밀히 따지면 상장 폐지는 합법과 불법 여부를 따지는 곳은 아닙니다. 한국거래소 설명은 이렇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금 보유량이 조 단위 이상이고 경남제약은 자본잠식이 우려되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영업지속성과 경영지속성, 경영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당장 망할 기업은 아니라서 살려줬다, 이런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3-1. 삼바는 과징금 80억원을 물고 끝났죠?

= 네. 경남제약은 4000만원이었습니다. 이미 지난 3월에 거래 정지를 당했는데 6개월 동안 경영 개선 기간을 주고 지난달 개선계획을 받았는데 이행 내역서가 부실했다는 게 퇴출 사유입니다. 4조5000억원에 80억. 그리고 50억원에 4000만원. (삼성 0.2%, 경남제약은 0.8%입니다.) 900배 넘게 해먹었는데 정작 벌금은 200배 안 된다는 이야기죠. 확실히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4. 그런데 일단 지난주 시점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본잠식 상태는 아니었던 거죠.

= 네. 자본잠식이란 건 순자산(자본)이 자본금보다 더 적은 상태를 말하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분식회계를 하지 않았다면 자본잠식 상태였을 것이고 상장도 할 수 없었을 거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일단 상장을 했고 자본금이 늘어났고 지금은 자본잠식 상태는 아닙니다. 그러니까 성공한 분식회계, 분식회계로 경영이 좋아졌으니 이제 와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가 되는 거죠. 그런데 여전히 모호한 게 경남제약도 아직 자본잠식은 아닙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117억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고 자기자본은 33억원입니다. 이번 4분기 손실 규모가 33억원이 넘으면 자본잠식이 되는 것이죠.

5. 회계 장부를 조작했다, 이건 기업의 신뢰도에 치명적인데요. 그래도 어떤 기업은 퇴출되고 어떤 기업은 남고, 형평성에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 상장 폐지 요건이 좀 모호한 것도 있습니다. 최종 부도나 은행 거래 정지가 되면 즉시 퇴출인데요. 매출액이 2년 연속 50억 (코스닥은 30억) 미만이거나 시가총액이 50억원 미만이 지속되거나 자본잠식이거나 감사 의견이 부적정 또는 의견 거절인 경우 상장 폐지 대상이 되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엄밀하게 여기에는 해당이 안 됩니다. 결국 분식회계는 경영진에 대한 법적 처벌로 풀어야 하고 기업의 상장 폐지 여부는 기업의 존속 가능성을 보고 판단한다는 것이죠. 경남제약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기업이라 퇴출시켰다는 거고요.

6. 그런 논리야 말로 큰 기업은 망하지 않는다, 대마불사 이런 논리 아니겠습니까.

= 네. 그렇습니다. 거래소가 이건 그래도 망할 기업이 아니다, 윤리고 뭐고 부정이고 뭐고 그래도 큰 기업이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계속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상장 폐지는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건데 굉장히 안 좋은 시그널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그게 시장의 원리고 투자자들이 오히려 탈법이든 불법이든 계속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느냐 여부를 따져서 상장 폐지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거래소 입장에서는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을수록 거래 수수료가 많으니까 경남제약 같은 기업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원칙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7. 당장 완전히 퇴출되는 건 아니죠?

= (이슈가 되고 논란이 되면 미스터피자처럼 유예 기간을 늘린다거나 상장 폐지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스터피자 같은 경우도 지난번 상장폐지 결정이 나고 코스닥 시장위원회에서 4개월 개선 기간을 받았습니다. 경남제약도 다음달 8일 시장위원회 결정이 남아있습니다. 문제는 원칙이 없다는 겁니다. 분식 회계라고 거래 정지도 되고 검찰 고발도 됐는데 7개월 만에 다시 상장 유지 결정이 나고 다시 살아난다면 말이 안 되겠죠. 그런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1월14일에 거래 정지 됐다가 12월11일에 거래가 재개됐습니다. 상장 폐지냐 아니냐 다 떠나서 왜 이렇게 서둘러야 했는지 설명이 안 됩니다.

8. 경남제약의 경우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서 특히 더 원성이 많은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성격이 다르다 치고 대우조선해양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요. 대우조선해양도 상장 폐지는 피했죠.

= 네. 몇몇 신문에서 그런 사설이 나왔습니다만. 일단 경남제약은 시가총액이 2100억원 정도인데 70% 이상이 개인 투자자라고 합니다. 5000명 정도고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개인투자자가 8만명, 3조원 정도 됐습니다.) 그래서 왜 8만명은 살리고 5000명은 죽이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대우조선해양은 거래 정지가 1년 3개월이었죠. 삼성은 1개월이었죠. 이게 시장에 주는 시그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남제약과 대우조선해양과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보면 확실히 다르죠. 분식회계의 성격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잔챙이는 단호하게 큰 손은 눈치를 보는 게 보입니다.

9.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뒤에 어떻게 됐습니까. 주가라든가 다른 소식이 있나요?

= 일단 지루한 행정소송이 진행될 거고요. 당연히 상장폐지는 철회됐으니 그동안 주식은 거래 됩니다. 자회사 지분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게 쟁점인데 절묘하게 명분을 만들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려고 했는지를 입증하는 게 관건일 텐데 아직은 정황 근거만 있는 상황입니다. (주가는 20%가 넘게 올랐다가 13일 검찰 압수수색 소식이 알려지면서 사흘 연속 하락했습니다.)

10. 경남제약 말고도 요즘 제약회사들이 뒤숭숭하네요?

= 제약회사 리베이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동성제약이 의사와 약사들을 상대로 100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뿌린 정황이 드러나 지난 17일에 압수수색을 당한 사실이 어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동성제약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제약회사들이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 거라는 겁니다.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주가 하락은 물론이고 브랜드 이미지에도 심각한 안 좋은 영향이 미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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