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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법 20년, 문재인 대통령 공약만 지켜도 달라진다.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1, 2018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12월26일 방송 내용입니다.)

1.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 사고 이후 파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침 올해가 파견법 도입 20년이 되는 해인데요. 그러니까 IMF 외환위기 직후 만든 법이죠?

= 네. 1998년 2월20일 제정된 법입니다. (7월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게 당초 1996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는 빠졌는데요. 크리스마스 다음날 새벽 6시에 당시 신한국당 의원들이 관광버스를 나눠 타고 국회에 들어와 7분 만에 11개 법안을 통과시켰죠. (정리해고를 법제화하고 파업할 때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이른바 노동악법이 무더기로 통과됐는데) 그때도 파견법은 너무 반발이 심해서 일단 논의를 좀 더 하기로 하고 빠졌던 거죠.

2. 영화 국가 부도의 날에 보면 IMF가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는 장면이 나오죠?

= 네. IMF가 선결 조건으로 내건 게, 자본시장 개방과 금리 인상, 종금사 퇴출, 그리고 노동시장 유연화였죠. 영화에서도 김혜수씨(한시현 팀장)가 묻습니다. IMF가 왜 남의 나라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는가. 실제로 구제금융과 전혀 상관없는 요구를 내걸었는데, 결국 미국 자본이 한국에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한국에서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경제 구조를 바꾸도록 압박했던 것이죠.

3. IMF는 3년 만에 졸업을 했는데 IMF의 유산인 파견법은 20년이 넘도록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거네요.

= 영화에서는 IMF 때문에 억지로 노동 유연화를 받아들인 것처럼 돼 있는데 실제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계속해서 노동 유연화를 밀어붙였습니다. 파견법 법안이 처음 등장한 게 1992년부터였고요. 민주노총이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던 상황이었는데, IMF를 핑계로 파견법까지 통과시킨 거죠. 정확한 명칭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데요. 파견을 하면서 보호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슨 지하경제 활성화 같은 형용 모순인 말이라는 거죠.

4. 기업들 입장에서는 IMF를 통해 숙원 사업을 이룬 거네요.

= 네. 그동안 30대 비정규직이 50대 비정규직이 됐죠. 비정규직의 대물림이 계속되고 있고요. 한 공장에서 왼쪽 바퀴를 조립하는 사람과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는 사람이 한 사람은 정규직이고 다른 사람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절반도 안 되는 임금을 받는 일도 벌어지죠. 1998년에는 파견 업종이 운전과 청소 등 26개 업종이었는데 2007년에 32개 업종으로 확대됐습니다. 문제는 파견이 허용된 업종이 아닌데도 모든 산업에서 사내 하청을 빙자한 불법 파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파리바게뜨의 제빵사들, LG유플러스의 설비 기사들, 삼성전자 서비스의 수리 기사들 모두 불법 파견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5. 사내 하청과 파견, 위장 도급 이런 말도 있고요. 좀 헷갈리는 분들 많을 텐데요. 설명을 좀 해주시죠.

= 직접 고용하지 않으면서 일을 시키는 방법이 두 가지입니다. 하청과 파견인데요. (하청과 도급은 같은 말이고요.) 이 둘을 구분하려면 구체적으로 업무 지시를 내리면 파견이고 아예 업무를 통째로 떼서 별도의 업체에 맡기면 하청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단순히 인건비를 줄이려고 왼쪽 타이어를 하청을 준다, 이게 하청 회사가 완전히 독립된 회사가 아니면 위장 도급이 되는 것이고 독립된 회사지만 원청 회사의 업무 지시를 받는다, 그러면 이건 불법 파견이 되는 것입니다.

6. 김용균씨의 경우도 실제로는 원청의 지시를 받고 있었죠. 그래서 이게 불법 파견이라는 말이죠?

= 한국전력 자회사들이 5개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인 한국서부발전이 또 하청을 줬는데 하청업체 중의 하나인 한국발전기술이 김용균씨가 다니던 회사였습니다. 김씨는 여기서도 계약직 노동자였죠. 김씨의 휴대전화를 살펴봤더니 카톡으로 업무 지시를 내린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2층도 확인해라, 평탄 작업을 부탁한다 등등의 지시를 내렸고 김씨는 진행하겠습니다, 이렇게 답장을 보냈습니다. 그러니까 하청이 아니라 불법 파견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가 되겠죠. 한겨레 보도를 보면 발전자회사들이 노무법인에 자문을 받았는데 김씨가 했던 작업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라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불법 파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것이죠.

7. 공공연하게 불법 파견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게 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모양이죠?

= 실제로 업무 지시를 했느냐를 따지기가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하청업체에 맡겼고 거기서 알아서 할 뿐 우리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거죠. 한국서부발전의 경우도 하청 업체가 7개나 되는데 수백 명의 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공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장을 조각조각 쪼개서 하청업체들이 나눠맡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직접 고용을 피하기 위해 간접 고용을 하고 있는 것이죠. 하청이 아니라 불법 파견이라고 쓰는 게 맞을 텐데, 사업장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는가, 업무 지시를 누가 하는가 등을 따져봐야 해서 외형만 놓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실제로 파견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8.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도 나옵니다. 지금도 컨베이어 벨트가 계속 돌아갈 텐데 근본적인 해법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 사실 죽음의 외주화라는 말부터 잘못된 게 죽음을 외주화하지 않으면 내주화를 해야 하는데 안이든 밖이든 죽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겠죠. 서부발전의 경우. 10년 동안 사망자가 7명인데 모두 하청 노동자였습니다. 부상자가 57명이었는데 53명이 하청 노동자였고요. 그런데도 5개 발전 자회사가 무재해 사업장으로 인정 받아 세금 감면을 112억원 받았다고 합니다. 근본적인 해법은 있는 파견법이라도 제대로 지키고 파견을 할 수 없는 업종이거나 사실은 하청도 파견도 아니고 실제로 일을 시키면서 월급만 다른 데서 주는 간접 고용을 금지하고 처벌해야 한다는 겁니다. 핵심은 일을 시키려면 고용을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전경련이나 경제지들은 파견법을 더 완화해야 한다, 업종을 더 늘리고 기간 제한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9. 파견법 개정안은 어떤 게 거론되고 있나요?

= 불법 파견이 확인되면 직접 고용으로 간주한다, 이게 2007년 개정 이전 원칙이었고요. 적어도 개정 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에는 불법 파견이나 위장 도급으로 판정되면 즉시 직접 고용을 제도화(고용의제)한다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공약만 지켜도 많은 게 달라질 거라는 이야기죠. 파견법을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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