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댓글, 플랫폼의 중립성과 공정성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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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 ‘김 기자의 눈’에서 갑자기 인터뷰를 해달라고 해서 후다닥 정리해 봤습니다.)

국내 대표, 대형 포털사이트 가운데 하나인 네이버가 여론 조작 논란을 받고 있는 댓글 관리 기능을 언론사에 넘겼다고 하는데요. 자세한 내용 살펴봅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 전화로 연결돼 있습니다. 나와 계시죠? (인사)

1. 네이버가 어제부터 뉴스 서비스의 댓글 관리를 해당 언론사에 넘겼다고 하는데 무슨 내용입니까?

네이버가 지난 10일에 모바일 페이지 개편 방안을 공개했죠. 그때 “뉴스 편집과 댓글은 모두 언론사에게 넘기고 네이버는 연결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 후속 대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며칠 전부터 제휴 언론사들에 의견을 달라고 공문을 돌렸고요. 각사의 입장을 반영해서 어제부터 적용됐습니다. 언론사들이 자기네 기사의 댓글이 노출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하겠다는 건데요. 그러니까 기사마다 댓글이 노출되는 방식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약간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겁니다. 이 때문에 네이버가 정작 플랫폼 사업자로서 관리의 책임을 언론사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2. 언론사가 정할 수 있는 건 어떤 것들입니까?

우리 기사에는 아예 댓글을 달지 못하게 만들겠다,
댓글을 달게 하되 노출 방식을 최신 순으로 할 건지, 오래된 순으로 할 건지, 또는 공감 수가 높은 순으로 할 건지, 공감과 비공감 가운데 공감의 비율이 높은 순으로 할 건지 등등을 선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공감이라는 건 그러니까 페이스북 좋아요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게 각각 여론에 미묘하게 영향을 미치는데요. 첫 댓글 몇 개가 어떻게 달리느냐, 그리고 댓글 리스트 위쪽에 어떤 댓글이 올라오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지게 됩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거기에 동조하게 되는 경향도 있을 거고요.

어떤 방식이든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그걸 모두 뒤섞어놓겠다는 거죠. 문제가 되면 그건 그 언론사가 그렇게 댓글 노출 방식을 정했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말할 수 있을 거고요.

3. 지난 5월이었죠. 한창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시끄러울 당시에 네이버가 댓글 관리와 관련해서 개편안을 내놨었잖아요?

네. 사실 이게 완벽한 답을 찾기 어려운 문제긴 합니다.

5월 개편안에서는 1개 아이디로 작성 가능한 댓글을 20개에서 3개로 제한했고 댓글 작성 간격도 10초에서 60초로 늘렸습니다. 공감과 비공감을 클릭하는 것도 10초 이내에 할 수 없도록 했고요. 하루 50개로 제한했습니다.

과연 이걸로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많았죠. 지난 10년 이상 네이버 댓글은 계속 바뀌었습니다. 워낙 네이버 집중도가 높기 때문이지만, 그때마다 여론이 출렁거렸습니다. 베스트 댓글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은 언제나 치열합니다.

과거 한때 댓글 실명제를 적용하기도 했지만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고요.

호감순이나 순공감순 정렬 방식으로 가던 때도 있었고요. 문제는 이게 모두 조작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어떤 게 여론을 더 잘 반영하는지 여전히 논란이고요.

호감순은 비공감이 많을수록 순위가 내려가는 겁니다. 품질 개선 목적이었다는 게 네이버의 해명이었지만 자유한국당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거세게 항의를 했고요. 그래서 다시 순공감순으로 바뀌게 됐는데요. 순공감순이라는 건 공감에서 비공감을 뺀 건데, 처음 달린 댓글이 공감이 많이 붙기 때문에 첫 댓글 20개 정도가 베스트 댓글이 되고 순위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은 극단적으로 이걸 다 섞어놓고 댓글을 조작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4. 언론사 입장에서는 댓글 창에서 공감수가 높을수록 메인 화면에 노출 될 확률이 높은데, 사실상 댓글 창을 없애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댓글도 기사의 연장이고 확장이죠. 뉴스를 읽을 때 댓글까지 챙겨본다는 비율이 70%가 넘습니다. 실제로 네이버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어제 개편 이후 댓글을 폐쇄한 언론사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네이버도 알고리즘 방식으로 기사 노출을 결정하기 때문에 독자들의 반응이 많을수록, 그리고 논쟁적인 기사가 될 수록 메인에 노출될 확률이 높아지게 됩니다. 실리적인 판단을 한다면 언론사들도 당연히 가장 좋은 댓글이 상단에 노출되고 독자들이 더 많은 반응을 하기를 원하겠죠. 사실 이게 네이버가 노리는 바일 수도 있습니다. 너네가 선택해도 결국 같지 않느냐, 최선의 해답은 없다는 쪽으로 몰고 가는 거죠.

5. 댓글 기능과 더불어 모바일 버전의 서비스도 변화가 있다고요?

네. 아직 베타 테스트 중이긴 합니다만, 첫 화면에는 검색창만 남기고 뉴스가 아예 사라지게 됩니다. 오른쪽으로 쓸어넘기면 지금과 거의 비슷한 뉴스 페이지가 뜨고요. 왼쪽으로 쓸어넘기면 커머스와 스내커블 콘텐츠, 좀 가벼운 읽을거리가 뜨게 됩니다. 일단은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왼쪽으로 넘어가는 이용자들이 더 많을 수도 있고요. 뉴스를 버리는 것은 아니지만 뉴스가 데코레이션, 그냥 장식처럼 축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뉴스 편집을 둘러싼 논란이 불편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여전히 뉴스를 버릴 수는 없지만 인공지능 편집으로 돌리고, 우리가 편집하는 게 아니라 이용자의 취향을따라 기계가 편집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고요. 댓글도 우리는 조작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할 수 있게 만든 것이죠.

그나마 뉴스 보다는 좀 더 돈 되는 쪽으로 이용자를 유인하려는 의도도 보입니다.

6. 언제부턴가 댓글이라고 하면 조작, 의혹 이런 얘기가 나오면서 그 자체가 나쁜 것처럼 매도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번 변화, 어느 정도나 실효성 있을까요?

네이버에 접속하는 사람이 하루 3000만명이 넘습니다. 기사 못지 않게 댓글의 영향력도 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기사는 300만명 이상이 읽고 실제 댓글도 200만명 이상이 읽는 댓글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어떤 댓글이 상위에 랭크되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여론이 흔들리게 됩니다.

한국은 언론사 사이트를 직접 방문하는 비율이 4% 밖에 안 되죠. 근본적으로 네이버의 점유율이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고, 뉴스 집중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네이버는 최대한 이용자를 분산시키고 여론 집중도를 낮추려는 전략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요. 여전히 네이버가 지배적인 뉴스 플랫폼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상 한국 사회의 이슈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7. 그런데 이번에 네이버가 언론사에 댓글 관리 기능을 넘긴 것은, 가령 어느 정도 예산만 투입되면 포털 입장에서도 자정 작용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네이버가 과연 댓글 조작을 막을 수 없었느냐는 의구심이 있는 건 사실이고요. 매크로 프로그램을 동원한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발견하고 차단하는 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가능합니다. 네이버가 이런 정도의 모니터링 시스템도 두지 않았다는 게 놀라운 일이죠.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하죠. 네이버가 갖는 엄청난 여론 영향력을 감안하면 누군가가 그 영향력을 악용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플랫폼으로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8. 인링크냐 아웃링크냐를 두고도 논란이던데요. 현재 네이버가 지원하고 있는 방식은 뭔가요?

인링크는 클릭을 하면 네이버 안에서 뉴스가 뜨는 것이고 아웃링크는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것이죠.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오면 언론사가 광고 수익을 챙길 수 있겠죠. 그래서 언론사들은 아웃링크를 도입하라고 계속 네이버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독자들 입장에서는 네이버 안에서 뉴스를 읽는 게 훨씬 빠르고 편하죠. 언론사 사이트는 광고도 덕지덕지 붙어 있고, 로딩 속도도 느리고요. 인터페이스도 다 다르죠. 그리고 새 창이 열리는 것도 불편하고요.

네이버는 아웃링크는 검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9. 그런데 어제 네이버가 뉴스 댓글 관리를 언론사에 넘기면서는 5개월 전 스스로 공표했던 아웃링크 전환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고요?

지난 5월에 언론사들에게 공문을 보내서 물어봤죠. 아웃링크로 갈 건지 인링크로 남을 건지 선택해 달라고요. 네이버 유봉석 전무에 따르면 콘텐츠 제휴 언론사 70군데 가운데 아웃링크로 가겠다는 언론사는 단 한 곳 뿐이었다고 합니다. 이걸 두고 네이버는 언론사들도 아웃링크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네이버와 언론사들이 입장이 크게 다른데 핵심은 전재료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이 언론사들에게 기사 구입 명목으로 주고 있는 돈이 연간 500억 가까이 된다는 게 언론사 추산입니다. 그런데 기사를 네이버에서 읽지 않고 아웃링크 방식으로 언론사 홈페이지로 빠져나가게 되면 전재료를 그렇게 많이 줄 이유가 없겠죠. 네이버는 아웃링크로 가면 전재료도 없다는 입장이고 언론사들은 전재료도 받고 아웃링크로 해달라는 입장이라 답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네이버는 지금이라도 전재료 안 받고 아웃링크로 가겠다면 그렇게 해주겠다는 입장인데, 이걸 선택하는 언론사는 하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네이버에서 나갈 거면 다 같이 나가야 가능할 텐데, 그런 합의가 가능하지도 않을 거고, 지금으로서는 혼자 나가봐야 춥다는 결론인 거죠.

10. 네이버가 언론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되고 있는데 향후 논의가 어떻게 진행될까요?

네이버 집중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사 사이트는 다 죽어있고요. 모바일에서 네이버의 영향력은 더욱 커졌습니다. 네이버는 아마도 언론사들에 전재료를 높여준다거나 독자들의 선택을 늘리는 방식으로 책임을 피하고 비판을 피하는 방식으로 지배적인 플랫폼의 입지를 계속 지켜나가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네이버는 뉴스를 버릴 생각이 없고,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저널리즘 플랫폼으로서 이슈를 관리할 의지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계적인 중립과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알고리즘에 맡긴다는 이유로 뉴스를 평평하게 만들고 쟁점을 뭉개면서 안전하게 물러나 있을 가능성이 크죠. 한국 사회의 뉴스의 다양성이나 건강한 저널리즘 생태계에는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언론사들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합의된 해법을 내놓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정치로 풀 수는 없는 일이고 시민사회의 압박과 감시와 견제, 비판이 필요합니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비판하니까 계속해서 대책을 내놓고 있죠. 우리는 더 많은 변화를 끌어내야 합니다. 그리고 네이버의 외부에서 네이버의 대안을 만드는 노력도 계속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MC 마무리.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 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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