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야매 수리를 하면서 알게 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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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겨울 아이폰6가 나오자 마자 언락폰으로 구매했다. 통신사에 약정 노예로 묶이고 싶지 않았고 지금은 사라진 3G 무제한에 가입해서 소심하지만 집요하게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언락폰 구입에 거금을 들였지만 월 3만원 이상 비용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 (KT의 순i밸류 요금제는 월 3만6000원으로 데이터 무제한에 무료 통화가 300분, 무료 문자 메시지가 300건이다.)

약올라서 바꿨다… 3G 무제한으로 가는 머나먼 여정. 

언락폰의 문제는 보험 가입이 쉽지 않다는 것. 아니나 다를까 핸드폰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액정화면이 와장창 깨졌고 이 참에 리퍼비시를 받아볼까 하다가 38만원을 물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물어물어 야매 수리점을 찾게 됐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과 알고 있었지만 다시 확인한 흥미로운 사실을 몇 가지 정리해 본다.

1. 애플은 수리를 맡기면 무조건 1대 1 교환 밖에 안 된다. 일부 예외는 있지만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면 일단 입고되고 리퍼폰(refurbished phone)으로 내준다.

2. 리퍼폰은 언뜻 보기에 새 폰 같지만 1번에서 들어온 고장난 핸드폰을 수리해서 케이스만 바꾼 것이다. “헌 집 줄 게 새 집 다오”가 아니라 헌 폰 가져가고 다른 헌 폰을 고쳐서 내주는 것.

3. 그래도 고쳤으니 거의 새 거겠지? 대답은 복불복이다. 실제로 안쪽까지 거의 새것일 수도 있고 1년 이상 된 핸드폰에 부품만 일부 바꾼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껍데기는 멀쩡한 새 것이다. 분명한 건 당신이 맡긴 핸드폰보다 더 나을 게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4. 그래도 리퍼폰이면 새 것 같은 느낌이 나지 않을까. 그건 맞다. 그러나 아이폰 3GS부터 6년째 아이폰을 쓰면서 리퍼를 4번 받아본 경험에 따르면 다만 껍데기만 새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길. 전 주인이 화장실에 빠뜨렸다 건진 걸 수도 있고(고쳤다고 해도 화장실에 빠졌다는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1년 이상 누군가 사용했던 보드와 메모리일 가능성도 있고 아직 고장은 나지 않았지만 고장 나기 직전의 문제 있는 부품이 있을 수도 있다. 일단 새 폰이 아닌 건 분명하고, 배터리가 새 것이 아닌 경우도 흔하다.

5. 야매 수리는 믿을 수 있나? 애플 정품이 아닌 부품을 쓸 수도 있다. 다만 어차피 정품 부품도 중국산이고 품질 차이는 거의 없고 애초에 정품이나 아니나 규격이 정해져 있어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수리점 관계자의 말씀. 세계적으로 야매 수리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불량으로 만들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도. 야매 부품도 나름 브랜드가 있고. 수리점 입장에서도 입소문으로 장사하는데 굳이 문제될 부품을 써서 항의를 받는 일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6. 가격은? 백라이트가 고장난 경우가 아니라면 액정 교체가 8만원부터. 배터리는 3만원부터. 여기에 일단 뚜껑을 열면 2만원 정도 공임을 받는다. 사실 아이폰 쓰면서 가장 불만인 게 배터리인데 액정을 교체하면서 3만원 정도 추가해서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다면 전혀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부품 수급이 문제인데 출시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이 떨어진다고.

7. 뚜껑을 열면 AS를 못 받게 되는 거 아니냐고? 맞다. 사실 아이폰의 내부 구조가 간단해서 뚜껑을 잘못 연다고 해서 고장나거나 특별히 더 문제될 건 없다. 공식 AS는 못 받겠지만(어차피 그때마다 리퍼폰 교체) 계속 야매 수리를 이용하면 된다. 한번 야매 수리를 받으면 공식 AS를 받기 어렵다는 말은 맞다. 결국 선택의 문제.

8. 직접 수리할 수도 있지 않나. 아이폰 수리 툴 킷이 있다. 나도 기계를 좀 만지는 편이지만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어설프게 손을 댔다가 들고 오는 경우도 많다고. 보통 액정이나 배터리 교체는 15분 정도? 복잡하지는 않지만 한 번에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9. 보험과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휴대폰 보험으로 납부된 금액이 약 2896억원. 이 가운데 아이폰 유저가 27%인 776억원을 납부했는데 지급된 금액은 아이폰이 1147억으로 전체 48%. 아이폰 이용자라면 웬만하면 보험에 가입하는 게 상대적으로 이익이다. 아이폰이 그만큼 수리가 잦거나 교체 비용이 크다는 이야기일 거고, 상대적으로 비아이폰 유저들이 호갱님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안드로이드폰 가입자들 보험료로 아이폰 가입자들에게 퍼준다는 이야기.) 다만 보험에 가입해도 전체 리퍼 비용의 20% 정도를 내야하고 그동안 납부한 보험료를 감안하면 야매 수리 보다 더 비쌀 수도 있다. 역시 선택의 문제지만 쓰던 아이폰을 고쳐서 쓰는 게 낫겠다 싶다면 한 번 더 고려할 문제. 리퍼폰이 새 폰이 아니라는 사실을 감안할 것.

10. 결론은. 야매든 정식 AS든 장점과 단점이 있다. 수리가 아니라 리퍼폰 교체를 고집하는 애플의 AS 정책상, 야매 수리가 나을 수도 있다. 야매 시장을 키운 건 팔할이 애플이고. 나름 시장 규모도 꽤 커서 완전 야매는 아니라는 결론. 그리고 고장이 아니라도 배터리는 1년 지나면 교체해 주는 게 속 편하겠다는 게 개인적인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