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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하는 칼럼 쓰기의 방법론.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19, 2017

토머스 프리드먼이 쓴 ‘늦어서 고마워’ 가운데 한 대목을 옮겨 봅니다. 생각할 게 많은 부분이라 저장 용도로.

늦어서 고마워 / 토머스 프리드먼 지음 /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펴냄.

 

나는 칼럼을 쓰는 데 정해진 공식은 없고 그걸 배울 수 있는 강좌도 없으며 모든 이들이 각각 다르게 칼럼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몇 가지 일반적인 지침은 있었다.

취재 기자라면 보이는 것과 복잡한 것을 설명하는 데 그리고 그것을 뚫고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감춰진것을 밝혀내고 드러내기 위해 사실을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어떤 대가가 따르더라도 말이다. 기자는 두려워하거나 어느 편을 들지 않고 공평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존재한다.

스트레이트 뉴스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지만 그 영향력은 언제나 뉴스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알려주고 드러내고 설명하느냐에 직접적으로 비례한다.

하지만 의견을 쓰는 건 다르다. 칼럼니스트거나 블로거라면 목적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영향을 미치거나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어떤 관점을 매우 설득력 있게 주장해서 독자가 문제를 달리 생각하거나 더 강력히 혹은 새롭게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바로 그 때문에 칼럼니스트로서 나는 불을 때는 일이나 불을 밝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칼럼이나 블로그는 독자들의 머릿속에 전깃불을 켜거나 그들의 마음 속에 감정의 불을 지펴야 한다. 다시 말해 독자가 어떤 문제를 새롭게 보도록 그 문제를 비춰주거나 아니면 어떤 문제에 관해 더 강렬하게 느끼거나 다르게 행동하도록 반응을 촉발해야 한다. 이상적인 칼럼은 이 두 가지 일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런 빛이나 열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의견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나는 의견을 쓰는 모든 이들이 분명히 그에 대해 다른 답을 줄 것이라 믿는다. 짧게 답하자면 칼럼의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든 튀어나올 수 있다. 어떤 신문 제목을 보고 갑자기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낯선 이의 간단한 몸짓, 지도자의 감동적인 연설, 어린이의 순진한 물음, 학교에서 총을 쏘는 잔인한 행동, 난민의 비통한 이야기에서도 칼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어떤 것도 빛이나 열을 만들어 내기 위한 날것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모든 건 자신의 견해를 떠받치기 위해 어떻게 생각을 연결하고 통찰을 드러내 보이느냐에 달려 있다.

하지만 더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칼럼 쓰기는 화학적인 합성과 같다. 그것은 반드시 스스로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칼럼은 속보 뉴스처럼 저절로 주어지지 않는다. 칼럼은 창조돼야 한다.

이 화학적 합성은 보통 세 가지 성분, 즉 글쓴이의 가치와 우선순위, 그리고 열망을 섞는 것이다. 이 세계의 가장 큰 기어와 도르레로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어떻게 사건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그 큰 힘들이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때 그들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또는 반응하지 않는지를 보면서 사람들과 문화에 관해 무엇을 배웠는가.

여기서 말하는 가치와 우선 순위, 그리고 열망은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들, 그리고 가장 철저히 이행되기를 바라는 것들을 의미한다.

일단의 가치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하는 문제 뿐 아니라 무엇이 중요하고 의견을 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의견을 쓰는 사람으로서 생각을 바꾸는 건 괜찮다. 문제는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이다. 아무 것도 지지하지 않거나 모든 것을 지지하는 것, 또는 오로지 쉽고 안전한 것들만 지지하는 것은 문제다. 의견을 쓰는 사람은 무엇을 지지해야 하는지 또는 반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생각을 명확한 기준 아래서 분명하게 드러내야 한다. 당신은 자본주의자인가 아니면 공산주의자인가 혹은 자유지상주의자, 케인스주의자,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 신보수주의자, 마르크스주의자 중 어느 쪽인가.

나는 이 세계의 큰 기어와 도르레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내가 대기계라고 부르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의견을 쓰는 사람이 되려면 늘 대기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자신의 가설을 세워둘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글쓴이의 기본적인 목적은 자신의 가치를 내세우고 그 방향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기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이론을 갖고 있지 않다면 대기계를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 방향으로 밀고 가거나 아니면 아예 움직이지 못할 것이다.

나는 또는 사람과 문화를 말하고 있다. 대기계가 움직일 대 서로 다른 사람들과 문화가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그에 반응할 때는 거꾸로 대기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칼럼은 궁극적으로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사람들이 말하고 행동하고 미워하고 희망을 품는 희한한 일들에 관한 것이다. 나는 칼럼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자료를 모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것 역시 자료다. 가장 큰 반응을 얻는 칼럼은 언제나 숫자가 아닌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그것은 성경이라고 부르는 책이다.

효과적인 칼럼은 이 세 가지 성분을 섞는데서 나온다. 자신이 무엇을 옹호하는지를 알려주는 일단의 가치를 갖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논평가가 될 수 없다. 도브 사이먼은 나에게 탈무드에 나오는 말을 상기시키기를 좋아한다.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 가슴으로 들어간다”는 말이다. 자신의 가슴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것은 결코 누군가의 가심에 젖어들지 못할 것이다. 관심을 촉발하려면 관심이 필요하다. 공감을 불러일으키려면 먼저 공감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가장 큰 힘들을 주제로 삼고 그것들에 대해 어떻게 영향을 마칠 수 있는지 이해하지 않고서는 효과적인 칼럼을 쓸 수 없다. 대기계에 대한 글쓴이의 견해는 결코 완벽하거나 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견해는 늘 세상이 변화하고 글쓴이가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됨에 따라 마치 건물을 짓고 또 다시 짓듯이 계속해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그러나 독자들에게 이런 행동이 이런 결과를 낳는 까닭은 대기계의 기어와 도르레가 이런 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지 못하면 독자가 어떤 일을 하도록 설득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마지막으로 실존하는 사람들에게서 정보와 영감을 얻지 않고서는 결코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논평이나 칼럼을 쓸 수 없다. 그 칼럼은 단지 추상적인 원칙들을 옹호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의 가치 체계가 대기계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분석, 그리고 그것이 사람과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해와 결합하면 글쓴이는 자신의 견해를 형성하기 위해 모든 종류의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세계관을 갖게 된다. 데이터 분석가가 의미있는 패턴을 찾아내는 데 그 모든 체계화되지 않은 자료와 소음을 꿰뚫어볼 수 있는 알고리즘이 필요한 것과 똑같이 의견을 쓰는 이는 열과 빛을 만들어 내기 위한 세계관이 필요하다. 그 세계관을 새롭고 적합하게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글을 쓰고 배워야 하며 오늘날에는 어느때보다 더 그런 노력이 필요하다. 누구든 지금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계에서 지난날의 실험을 통해 입증된 기존의 공식이나 교조주의에 의존하면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실제로 이 세계가 더 긴밀하게 얽히고 복잡해짐에 따라 세상을 보는 렌즈를 더 넓히고 더 많은 관점들을 종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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