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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의 재구성. (LG칼텍스정유의 사례)

Written by leejeonghwan

August 15, 2004

“연봉 7천에 무슨 파업이냐.” 이 한 마디에 사람들은 모두 이성을 잃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정규직 노동자의 평균 연봉은 2350만원, 비정규직은 1068만원에 그쳤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율은 49.5%까지 늘어났다. LG칼텍스정유 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래서 언뜻 아주 먼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정규직 직원 2854명의 평균 근속연수는 11.7년, 지난해 평균 연봉은 정확히 6770만원이다. 탄탄한 직장에 남들 두배 세배씩 받고 다니면서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파업을 하는 것일까. LG칼텍스정유 노동자들은 그런 오해와 냉대 가운데서 힘겨운 투쟁을 시작했다.

5월 10일, LG칼텍스정유 노조가 내걸었던 협상안은 크게 다음 세가지였다. 첫째. 4조 3교대를 5조 3교대로 바꾸고 부족한 인원만큼 고용을 늘려달라. 둘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철폐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해달라. 셋째. 지역발전기금을 조성해 달라. 많은 오해를 낳았지만 이번 LG칼텍스정유 노조 파업의 핵심 쟁점은 임금 인상이 아니었다.

LG칼텍스정유는 현재 4조 3교대로 24시간 공장을 돌리고 있다. 주당 근무 시간은 24시간씩 일주일을 4로 나누면 42시간이 된다. 만약 노조가 요구하는 것처럼 5조 3교대가 도입되면 주당 근무 시간은 33.6시간으로 줄어든다. 하루 8시간씩 일한다면 4.2일만 일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8시간씩 4일 일하고 3일 쉬는 방식도 가능하게 된다.

이같은 요구가 과연 지나친 것일까. 먼저 법적으로는 지극히 당연한 요구다.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1천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7월 1일부터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하루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이 원칙이다. 그동안 주당 42시간씩 일했던 LG칼텍스노동자들은 당연히 근무 시간 단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노조의 요구대로 5조 3교대를 도입하려면 회사는 고용을 더 늘려야 한다. 노조는 150명을 추가로 고용할 것을 요구했다. 600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 가운데 1차로 올해 25명, 2006년까지 15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달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회사는 노조의 이같은 요구를 거절했다. 대신 지금처럼 4조 3교대를 유지하고 그만큼 임금을 올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이게 바로 문제의 본질이다. 노조는 근무 시간 단축과 고용 확대를 요구했는데 회사는 근로 조건 유지와 임금 인상을 제안했다. 회사는 임금을 조금 더 올려주면서 일을 더 많이 시키고 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을 최소로 가져가려고 한다. 결국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고 결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게 된다.

LG칼텍스정유 노동자들이 노동 시간 단축을 요구하는 좀더 절박한 이유도 있다. 지난해 산업안전공단 조사에 따르면 여수 산업단지 전·현직 노동자 1만774명 가운데 67명이 암에 걸렸다. 역시 지난해 전남환경기술개발센터 발표에 따르면 여수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암 사망률이 12% 이상 높고 어린이들의 기관지 질병 발병률도 13.7%나 더 높다. 2001년에 환경부는 이 지역 주민 1만명 가운데 23명이 암에 걸릴 위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2001년 한해 동안 전국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5767톤 가운데 19.3%, 1118톤이 여수 산업단지에서 배출됐다. 노조는 근무 시간 단축의 요구가 생존의 요구라고 주장한다. 주민들이야 보상을 받고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 되겠지만 평생을 이곳에서 살 수밖에 없는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이야기다.

지역발전기금의 요구도 같은 문제 의식에서 비롯한다. 노조는 여수 지역의 역학조사와 안전·치료 조치를 위해 해마다 매출액의 0.01%를 기금으로 출연하자고 제안했다. LG칼텍스정유의 지난해 매출액은 11조6543억원. 0.01%면 11억6천만원 가량이다. 노조는 SK주식회사가 1996년 1천억원을 들여 울산에 생태공원을 조성한 것을 거론하며 한해 11억6천만원 정도는 결코 큰 부담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LG칼텍스정유는 1967년 LG화학, 당시 락희화학공업과 미국 칼텍스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칼텍스가 전체 주식의 40%, 칼텍스의 대주주인 셰브론 텍사코가 10%를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LG주식회사가 49.8%, 나머지 0.2%가량이 개인주주들에게 분산돼 있다. 결국 LG칼텍스정유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셰브론 텍사코인 셈이다.

LG칼텍스정유는 지난해 3857억원의 순이익을 냈는데 그 가운데 2550억원을 배당으로 나눠줬다. 지난 5년 동안 1조2440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5880억원이 배당으로 나갔고 칼텍스와 셰브론텍사코가 절반인 2940억원을 챙겼다. 이렇게 엄청난 배당을 나눠주고도 6월 말 기준 LG칼텍스정유의 이익 잉여금은 1조9912억원에 이른다.

노조는 이렇게 엄청난 이익이 과연 누구의 몫이냐고 묻는다. 주주들에게 해마다 평균 1176억원씩 배당을 나눠주는 회사가 노조가 요구하는 지역발전기금 11억6천만원에는 몸을 사리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요구하는 것처럼 정규직 직원 25명을 더 뽑더라도 평균 임금을 기준으로 최대 17억원 가량 늘어나는 정도다.

그렇다고 남는 돈으로 설비 투자를 하는 것도 아니다. 유형 자산 증가율은 2000년 13.6%에서 2001년에는 3.4%로 2002년에는 1.0%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마이너스 1.9%로 돌아섰다. 돈을 마냥 쌓아두고 있으면서도 정작 직원들에게는 풀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LG칼텍스정유의 문제는 이들의 임금이 많고 적고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이 회사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은 1.7% 밖에 안된다.

이정식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전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이른바 ‘노동 귀족’의 집단 이기주의로 몰아붙이는 수구·보수 언론의 논리가 먹혀들고 있다”며 “여기에는 악의적인 왜곡이 개입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규직 노조가 임금을 올려받으면 비정규직의 몫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를 공격하는 가장 흔한 수법이다. 그만큼 사람들의 감정을 쉽게 자극하고 지지 기반을 무너뜨려 노조를 고립시키는 수법이기도 하다.

이 교수가 보기에 이 문제는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드는 비용은 정규직의 몫이 아니라 회사의 늘어난 이익 잉여금에서 배분돼야 한다. 이익이 나는 회사가 앞장을 서는 것은 당연하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직접 나서지 못한다면 정규직 노동자가 나서는 것도 당연하다. 김정곤 LG칼텍스정유 노조 위원장이 말하는 것처럼 “정규직이라는 울타리에 적당히 머물러 있다가 우리 아이들 세대에게 비정규직 세상을 물려줄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종강 한울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은 한발 더 나아가 “노동자의 요구가 반드시 공익적일 필요는 없다”고도 주장한다. 설령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는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이야기다. 연봉이 1억원이라도 그럴만하다면 더 올려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노동자는 끊임없이 노동 조건의 개선을 위해 싸워야 한다.

“그게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 일하는 다른 직장 노동자들과 더 열악한 상황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더 좋다. 임금은 하향 평준화가 아니라 상향 평준화돼야 한다. 인류의 역사는 점점 더 적게 일하면서 더 잘 사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LG칼텍스정유는 3월 27일 민주노총 산하 화학섬유연맹에 임금단체협상 교섭권을 위임하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LG칼텍스정유를 비롯해 한국바스프와 금호P&B, 삼남석유화학 등 여수지역 18개 화학기업들과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결성하고 공동으로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공동투쟁본부는 산별 노조와 이른바 노동자 정치 세력화로 가기 위한 첫 걸음이었던 셈이다.

오승헌 노조 부위원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힘 없는 노동자가 노조를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처럼 개별 회사 노조의 한계를 넘어서는 대안이 산별 노조 아닌가. 집단 이기주의가 아니라 집단 이기주의를 넘어 노동자 계급 전체의 더 큰 이익을 위해 단결하자는 거다. 연봉도 연봉이지만 그게 쟁점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4월 27일 산별 노조 전환을 위한 조합원 투표에서는 전체 조합원 1094명 가운데 찬성 628명으로 57.9%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과반수는 넘었지만 3분의 2 정족수에는 못미쳤고 결국 부결됐다. 노조는 회사의 갖은 방해 공작 가운데서도 과반수가 넘는 지지를 확보했다는데 큰 의의를 뒀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60.3%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산별 노조 전환이 부결된바 있다.

회사의 입장은 단호했다. 근무 시간 단축이나 5조 3교대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고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일정 부분 개선되고 있다는 것, 지역발전기금도 이미 출연한 10억원이 있으니 용도를 따로 논의하자는 것 정도였다. 결국 6월 23일 임금단체협상 교섭안은 최종 결렬됐다. 급기야 노조는 공동투쟁본부와 함께 7월 14일부터 동맹 부분 파업에 들어간다.

다급해진 회사는 16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직권중재를 요청했고 노조는 18일 전면 파업으로 맞섰다. LG칼텍스정유 창사 이래 첫번째면서 우리나라 정유 업계 사상 첫번째 파업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를 믿고 노조를 몰아붙였다. 회사는 파업을 조장했고 노조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노동법에 따르면 LG칼텍스정유와 같은 필수 공익 사업장의 경우 중재에 회부되면 무조건 15일 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결국 직권중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불법 파업이 된다는 이야기다.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합의를 유도한다며 직권중재를 유예하기도 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시간만 끌면 결국 직권 중재 결정이 나고 정부의 힘을 빌려 노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1993년부터 13차례에 걸쳐 우리나라 정부에 직권중재 제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다. 직권중재가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다. 실제로 회사가 직권중재와 불법 파업을 유도해 노조 지도부를 해산하고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필수 공익사업장이라는 이유로 노사합의 절차를 무시하고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난도 많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3일 기본급 4.5% 인상과 주 40시간 근무, 초과 근무 2시간에 대해 휴가 또는 통상임금 대비 50% 가산 지급 등의 중재안을 마련, 회사와 노조에 통보했다. 이 중재안에는 핵심 쟁점인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나 지역발전기금 출연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고 노조는 이를 거부했다.

노조의 사회적 요구를 회사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엉뚱하게도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로 몰고 갔고 여론은 급속히 돌아섰다. 상황은 연봉 7천을 받는 귀족 노조의 임금 투쟁으로 단순화됐다. 이수호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서서 “부당한 직권중재가 노조의 정당한 요구를 묵살하고 노사의 자율교섭을 막고 있다”며 삭발식과 함께 무기한 단식 농성에 들어갔지만 아무 것도 바꿔놓지 못했다.

이후 상황은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회사에는 공권력이 투입됐고 정부는 노조 집행부에 대해 구속 영장을 신청했다. 광주 조선대학교에 모여있던 노조 조합원들은 서울 단국대학교로 옮겨 산개 투쟁을 계속했지만 빠른 속도로 무너졌다. 회사는 날마다 신문 광고까지 내면서 파업 철회와 복귀를 강력하게 종용했고 단국대학교에서는 나가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이탈해 복쉬하면서 공장 가동은 재개됐고 회사는 무노동 무임금과 징계 등 강경 대응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자칫 지도부가 구속되면 조직의 와해를 초래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노조는 결국 파업 20일째, 회사에서 내건 최종 시한을 하루 앞둔 8월 6일, 복귀를 결정하기에 이른다. 조합원들은 개별적으로 복귀 신청을 하고 회사로 돌아갔다. 김정곤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당당한 자긍심을 안고 돌아간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주일뒤 13일 오후, 김 위원장은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체포돼 구속 수감됐다.

LG칼텍스정유 노조는 결국 처음의 요구 조건 가운데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고 결국 상처만 끌어안고 회사로 복귀했다. 이번 파업은 과연 실패한 것일까. 배강욱 화학섬유연맹 위원장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강변한다.

“석유 업계 노동자들이 30년 만에 처음으로 사회적 요구를 내걸고 파업을 했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큰 성과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집단 이기주의를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산별 노조로 가는 분위기도 잡았다. 지도부가 상당 부분 구속되고 교체되겠지만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바다. 투쟁은 이미 시작됐고 이런 게 두려웠으면 처음부터 시작도 안했을 거다.”

LG칼텍스정유와 화학섬유연맹 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민주노총 금속연맹 산하 자동차 노조, 궤도연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보건의료노조 등 올해 대기업과 공공부문 파업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사회공헌기금 등 기업과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고 나선 부분이다.

자동차 노조는 임금 삭감 없는 주 5일 근무제 도입을 관철했고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는 등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에 큰 성과를 거뒀다. 다만 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조성하자는 요구는 노사공동협의체에서 논의하기로 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보건의료노조도 처음으로 산별협약을 맺고 주 5일 근무제 도입과 최저 임금제 등의 노사 합의를 끌어냈다. 이밖에도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정규직 보호와 의료산업발전을 위한 보건연대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궤도연대의 파업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궤도연대 노조는 7월 21일 주당 근무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이고 부족한 인원만큼 지하철공사는 3043명, 도시철도공사는 3205명씩 늘려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앞서 20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직권중재에 나섰으나 노조는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LG칼텍스정유의 경우처럼 직권중재는 불법 파업을 불러왔고 동요한 조합원들이 이탈하면서 궤도연대는 결국 3일만에 파업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다.

궤도연대도 역시 “‘귀족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라는 여론의 호된 비난에 부딪혔다. 연봉이 1억원을 넘는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도 같은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조종사 노조는 결국 기본급과 수당을 총액 기준 5.4%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11.3%의 요구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정규직 노조는 올해 여름, 그 어느해 보다도 힘겨운 싸움을 치러야 했다. 전체 노동 계급의 파이를 키우기 보다는 부족한 파이를 나눠먹을 것을 강요당했고 그 과정에서 분열은 불가피했다. 사회적 요구를 내걸었지만 여론의 지지기반을 확보하는데 실패했다. 단순히 연봉을 충분히 많이 받고 있다는게 그 이유였다.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지만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임금을 올려받아야 사회 전체의 임금이 올라간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임금을 올려받을 수 있는 회사는 올려받아야 한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허영구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사회적 임금의 개념에서 접근한다. 많이 버는 사람이 그만큼 세금을 더 많이 내고 적게 버는 사람은 사회적 임금, 이를테면 복지 제도를 통해 혜택을 나눠 받는다는 개념이다. 노동자의 임금이 올라가면 그게 결국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그들의 파업이 나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이해도 가능하다.

허 위원장은 “그동안 노조가 단순히 임금을 올리기 위해 또는 여론을 의식해 안될 줄 알면서도 패배적으로 사회적 요구를 내거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한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이나 사회공헌기금, 지역발전기금 등을 요구할 때 중요한 것은 사회적 연대의식이다. 광범위한 신뢰와 지지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 중요한 것은 파업이 노동 계급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결국은 사회의 진보에 기여한다는 또는 기여해야 한다는 믿음이다. 그런 장기적인 전망이 없으면 노조의 집단 이기주의는 결코 해답을 찾기 어렵다.

하종강 소장이 보기에 전망은 충분히 긍정적이다.

“25년 동안 노동운동 현장을 지켜보면서 깨달은 건 조급하게 생각하면 절망적이라는 거다. 전교조는 합법화까지 10년이 걸렸고 공무원 노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비정규직 문제도 이제 막 첫 발을 내디뎠을뿐이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보이고 행동에 나선 것은 분명히 의미있는 변화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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