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셜 어댑터라는 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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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북프로가 USB-C 포트와 전원 포트를 통합하면서 몇 가지 새로운 고민이 생겨났다. 휴대전화 보조 배터리로 맥북프로를 충전할 수 있지 않을까? 휴대전화 어댑터를 맥북프로에도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랩톱 컴퓨터를 날마다 달고 사는 나 같은 사람은 커피숍에 앉으면 콘센트부터 찾고, 취재하러 가면 일단 전원부터 연결한다. 행사장에 가면 벽쪽에 앉거나 전원을 찾아 구석에 쪼그려 앉을 때도 많다. 배터리가 떨어지면 심장이 쪼그라드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전원 어댑터를 회사에 꽂아두고 왔다거나 아예 집에 두고 왔다면? 생각만 해도 난감한 일이다. (아이폰 충전기와 케이블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10년 동안 온갖 짝퉁 케이블을 100개쯤 샀던 것 같다.)

그래서 전원 어댑터를 하나 더 사서 집과 회사 양쪽에 두기도 하지만 역시 외부 일정이 많다 보면 전원 어댑터를 들고 다니는 게 심간이 편하다. 제일 좋은 건 집에 하나, 회사에 하나, 가방에 하나 들고 다니는 거지만 이게 또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맥북프로 13인치는 전원 어댑터가 8만9000원, 케이블이 2만5000원 별도다.

다행히 USB to USB-C 케이블이 있다면 아이폰 어댑터로도 아슬아슬 배터리를 충전할 수는 있다. 화면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최대한 열을 받지 않게 프로그램을 최소화하면 배터리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거나 현상 유지를 하는 정도. 스마트폰 보조 배터리를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래서 생각한 게 랩톱 컴퓨터를 충전할 수 있는 고용량 USB 어댑터가 있으면 어떨까하는 것. 들고 다니면서 아이폰도 충전하고 맥북프로도 충전하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해 본다.

중요한 건 전압(V)이 아니라 전력, 와트(W) 수다. 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졸지 않았다면 알겠지만 W=V*A다. 전압에 전류를 곱하면 전력이 된다.

맥북프로 13인치는 61W 어댑터를 쓰고 15인치는 87W 어댑터를 쓴다. 맥북 12인치나 맥북에어 시리즈는 45W를 쓴다. 아이폰은 보통 5W 또는 12W, 최근에 출시된 아이폰8과 아이폰8+는 29W 어댑터를 쓴다.

그러니까 5W짜리 아이폰 어댑터로도 충전은 되지만 겨우 생명을 부지하는 정도. 아이폰8에 쓰는 29W 정도만 돼도 훨씬 낫겠지만 역시 충전보다는 줄어드는 속도를 늦추는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쇼핑몰을 뒤져보면 USB 어댑터가 꽤 있지만 대부분 스마트폰 전용이고 실제로 20W가 넘어가는 제품은 거의 없다.

아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되는 듯 Wirecutter라는 곳에서 12개의 USB-C 충전기를 테스트한 결과 가장 효율적인 제품은 애플 61W 어댑터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정도 전력을 지원하는 어댑터가 많지 않기도 하고 실제 충전 성능이 떨어지거나 과전류로 컴퓨터에 손상을 줄 위험이 있는 제품도 있다.

The Best USB-C MacBook and Laptop Chargers. 

최상의 선택은 Apple 61W USB-C 전원 어댑터. (달리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없다는 평가.)
나쁘지 않은 탁월한 선택은 Anker PowerPort + 5. (나도 이 제품을 쓰고 있는데 USB-A 포트를 동시에 쓸 수 있는 건 좋지만 충전 속도가 느리고 부피도 애플보다 더 크다.)
예산을 생각한다면, Innergie PowerGear USB-C 45. (맥북프로 13인치에는 쓸 수 없다.)
15인치 맥북프로를 쓴다면, Apple 87W USB-C 전원 어댑터. (80W 넘는 제품이 전혀 없기도 하지만 15인치 맥북프로를 쓴다면 대안이 없다고.)

여기 벤치마크 테스트에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맥컬리 제품도 괜찮을 것 같다. 공식적으로 맥북프로를 지원한다고 돼 있다. 72W USB-C Charger for Macbooks with 3 USB-A Ports.

가격은 비싸지만 허브 기능이 포함된 Marble 제품도 괜찮은 것 같다. Marble DCS1 USB-C Docking and Charging Station . 

(USB 허브를 찾는다면 버지가 극찬했던 Arc Hub도 매력적이지만 가격이 넘사벽이다. 무려 134.99달러, 유전원 허브라면 그래도 냉큼 지르겠지만 아닙니다. Arc Hub.)

Apple makes 23 different dongles — and it would cost you $857 to buy them all.

USB-C 포트가 확산되면 언젠가 어댑터 하나로 모든 컴퓨터와 모바일 디바이스를 충전하는 이른바 유니버셜 어댑터의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어댑터 하나로 맥북프로도 충전하고 삼성전자나 LG전자 노트북도 충전하고 아이폰과 갤럭시 노트를 충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휴대용 선풍기나 애들 장난감까지도 하나의 어댑터로 호환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로서는 어댑터 하나도 애플을 따라잡을 만한 데가 없다는 사실이다. 만약 충전기를 하나 더 사야 한다면 애플 어댑터를 사는 게 가장 확실하다. 물론 가격은 가장 비싸다. 케이블도 하나 더 사야 하고 들고 다니면서 아이폰을 충전하려면 USB-C to 라이트닝 케이블도 사야 한다. 이건 2만2000원이나 한다. USB-C to USB 어댑터도 대안이 되겠지만 이것도 2만5000원이다. 그렇지만 다른 어떤 걸 사도 결국 후회하고 다시 애플을 선택할 것이다. 반박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

유니버셜 어댑터는 환상이지만 가까운 미래의 일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맥북프로 어댑터로 별도의 젠더 없이 삼성전자 갤럭시S8을 충전하는 게 가능하다. 심지어 충전도 더 빠르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맥북프로 유저를 위한 나의 제안은 비상용으로 아이폰 충전기와 USB to USB-C 케이블을 들고 다니라는 것. 가볍고 고용량이고 안전한 어댑터는 현실적으로 없다. 아이폰 충전기는 12W 밖에 안 되지만 일단 가볍고 어디까지나 비상용이고 급할 때 두어 시간 버티기에는 충분하다. USB to USB-C 케이블은 네오디움으로 된 어댑터 팁만 바꿔끼울 수 있는 제품도 있어서 케이블 하나로 아이폰과 겸용으로 쓰거나 이게 은근 맥세이프 역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