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떠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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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론을 강조해왔던 ‘매일경제신문’이 급기야 외국계 자본이 떠나가고 있다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이 신문은 외국계 자본이 떠나고 있고 그 가장 큰 이유가 한미은행과 LG정유 등의 파업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4일 1면에 실린 “외국인 투자자 움직임 심상치 않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신문은 “한국이 잇단 파업에다 시장경제 사수 논쟁 등으로 하도 시끄러워… 일부 국제 헤지펀드들은 발을 뺀지 오래며 일부 펀드도 추가적인 이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외국계 펀드의 아시아 투자 책임자와 펀드매니저가 최근 청와대와 한국은행 등을 방문해 고위 책임자를 만났다”고 보도했으나 그 펀드가 어디인가는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이들이 방문했다는 기업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들은 한국 투자계획을 축소하는 쪽으로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쓴 채수환 기자는 관계자들이 익명을 요구해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개 외국계 펀드의 아시아 투자 책임자가 청와대나 한국은행의 고위 관계자를 만날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고 이런 기사를 쓰면서도 이들의 구체적인 면담 내용이 실리지 않았다는 것은 더 이상하다. 청와대 춘추관에서도 어떤 펀드의 누가 청와대의 누구를 만났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신문은 외국계 자본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하고 있지만 모두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한 외국계 펀드 아시아투자 책임자”라거나 “세계 유수 펀드의 핵심 간부”, “한 증시 전문가”, “한 외국계 펀드에 밝은 전문가”, “다른 외국계 펀드 관계자” 등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펀드가 한국을 떠나고 있는가 이 신문은 밝히고 있지 않다.

기사는 3면으로 이어진다. 3면 기사의 제목은 “한국 불확실한데 투자하겠나”다. 이 신문의 아전인수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 비율 분석에서 빛을 발한다. 이 기사를 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말 한국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외국인들은 지난 4월 26일 거래소시장에서 179조4521억원어치를 보유해 지분율 44.14%를 차지했다가 23일 140조9582억원 42.14%로 줄었다. 국내 투자 외국인 시가총액이 3개월도 안돼 38조4939억원 감소한 것이다.”

그러나 주식 시장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만 갖추고 있다면 이런 주장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가 쉽게 알수 있다. 이 신문이 비교한 4월 26일은 외국인 지분 비율이 올들어 최고를 기록했던 무렵이다. 외국인 비율은 7월 23일 42.14%까지 줄어들기는 했지만 지난해 말 40.09%보다는 여전히 높다.

시가총액이 38조4939억원이나 줄어들었다는 주장도 맥락에 맞지 않다. 이들의 시가총액 감소는 이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이탈했다기 보다 시장 전반적으로 주가가 떨어진 탓이라고 보는게 맞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 비율은 4월 26일 기준으로 겨우 2.0% 포인트 줄었을 뿐이고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오히려 1.15% 포인트 늘어났다. 시가총액도 지난해 말 기준으로 보면 2조원 가량 줄어들었을 뿐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보는 시각은 충분히 다를 수 있지만 이같은 숫자 장난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다.

표 : 외국인 투자자 비중 추이. (자료 : 증권거래소)

2003-12-30 2004-04-26 2004-07-23 전년말
기준
최고일
기준
상장주식
시가총액
355조3626억원 406조4713억원 334조4761억원 -5.9% -17.7%
외국인
보유금액
142조4876억원 179조4521억원 140조9582억원 1.1% -21.5%
외국인
보유비중
40.1% 44.1% 42.1% 1.2% -2.0%

이 기사의 소제목은 “일부 헤지펀드 이미 한국서 발빼… 장기펀드도 투자 비중 축소 고려”다. 그러나 본문에는 실제로 어떤 펀드가 발을 뺐고 어떤 펀드가 투자 비중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사실이 없다. 이렇게 “전해졌다”고 밝히고 있을 뿐이다.

5월 이후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유입이 주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 시장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정보기술 부문 투자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기도 하다.

오히려 최근에는 주춤했던 외국인 투자 유입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진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5월초 급락했을 때 빠져나갔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가장 중요한 아시아 관련 펀드들 자금 유출이 대부분 회복됐다”고 지적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도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 움직임은 국내적 요인이라기 보다는 국제적 요인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일부 우려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한국 시장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민 연구원은 “파업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가 떠난다는 주장은 지나친 발상”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이 인용하고 있는 모건스탠리증권의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듯이 국내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자신감 상실이다. 박천웅 모건스탠리코리아 상무는 “외국보다는 국내에서 더 큰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다른 맥락으로 이 보고서를 인용했지만 그 불안감을 확산시키고 있는 대표적인 주역이 바로 ‘매일경제신문’을 비롯한 경제신문들이다.

유철규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국내 언론들이 주식시장에 지나치게 민감하다”고 말했다. 주가에 이로운가 해로운가 판단하는 잣대를 전가의 보도처럼 들이대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 교수는 “주가 상승과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목을 매는 단편적인 발상을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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