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투기장으로 전락한 선물 시장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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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 7년째를 맞는 주가지수 선물 시장의 국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말』이 1997년 7월 7일 주가지수 선물 시장 개설 이래 올해 7월 20일까지 1796 거래일 동안 투자 주체별 선물 순매수 현황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 적중률이 64.1%에 이르는 반면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의 적중률은 42.9%와 40.7%에 그쳤다.

1796 거래일 동안 선물 지수가 오른 날은 921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가운데 실제로 587일을 순매수했다. 지수가 떨어진 날 848일 가운데서도 564일을 순매도했다. 매수 적중률과 매도 적중률은 각각 63.7%와 66.5%에 이른다. 그야말로 외국인 투자자가 사면 오르고 팔면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성적은 상대적으로 형편없는 수준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지수가 오른 921일 가운데 385일을 순매수했고 지수가 떨어진 848일 가운데 386일을 순매도했다. 적중률은 41.8%와 45.5%에 지나지 않는다. 개인 투자자들은 더 심각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적중률은 순매수의 경우 45.0%, 순매도의 경우 37.2%에 그쳤다. 거래를 하면 할수록 손실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같은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하는 추세라는데 있다. 순매수 방향과 지수 등락을 놓고 환산하면 지난 7년 동안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가 각각 13조4767억원과 18조7978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계산이 나온다. 무려 34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국내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만 6조2457억원의 이익을 냈다. 실제로 고점과 저점을 감안하면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 규모는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투자자 매매 실적.

외국인이 사고 선물 지수도 오른 날 587일
외국인이 사고 선물 지수는 떨어진 날 334일
외국인이 팔고 선물 지수는 오른 날 284일
외국인이 팔고 선물 지수도 떨어진 날 564일

기관 투자자 매매 실적.

기관이 사고 선물 지수도 오른 날 385일
기관이 사고 선물 지수는 떨어진 날 536일
기관이 팔고 선물 지수는 오른 날 422일
기관이 팔고 선물 지수도 떨어진 날 386일

개인 투자자 매매 실적.

개인이 사고 선물 지수도 오른 날 415일
개인이 사고 선물 지수는 떨어진 날 506일
개인이 팔고 선물 지수는 오른 날 532일
개인이 팔고 선물 지수도 떨어진 날 316일

매매 적중률 비교.

매수 적중률 매도 적중률
외국인 63.7% 66.5%
기관 41.8% 45.5%
개인 45.0% 37.2%

선물 거래는 철저하게 제로 섬 게임이다. 주가가 오르면 다같이 이익을 보는 주식 시장과 달리 선물 시장에서는 수익을 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그만큼 잃는 사람이 있다. 과거 통계를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익은 대부분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과 직결됐다는 걸 알 수 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선물 시장의 약정 금액은 하루 평균 15조348억원 규모로 주식 현물 시장 2조301억원의 무려 7배를 넘어선다. 세계 4위 규모다. 선물 시장의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최근에는 선물 지수의 움직임이 현물 시장의 종합주가지수를 뒤흔드는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선물 거래는 실제로 주식을 사고 파는 현물 거래와 달리 미래의 주가를 예측하고 주가지수를 사고 파는 거래다. 주가지수 선물 거래라고 하면 보통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200 종목을 묶은 KOSPI 200 지수를 거래하는 걸 말한다.

선물 시장의 기본적인 기능은 주가 방어다. 주식을 들고 있는데 주가가 떨어질 걸로 예상될 때 선물을 매도하면 주식을 팔지 않더라도 주가의 손실분만큼 선물에서 이익을 볼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물 시장에서는 주가 방어보다 단순히 선물 지수의 등락을 예상하고 투자하는 투기 거래의 비중이 월등히 높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투기 거래의 비중이 전체 거래의 75~80%에 이른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개인 투자자의 절대 다수가 이같은 투기 거래에 뛰어들고 있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거래 비중은 47.8%까지 늘어났다. 우리나라 선물 시장의 개인 투자자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선물 시장에 몰리는 것은 선물 시장이 위험이 큰만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물 거래의 증거금은 15%밖에 안되다. 이를테면 1500만원으로 최대 1억원 상당의 선물을 거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경우 선물 지수가 10% 오르내릴 경우 1500만원으로 1천만원을 벌거나 잃을 수 있다. 특히 선물 거래의 경우 주가가 빠질 때도 방향만 맞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몇분 사이에도 대박을 터뜨리거나 원금을 훌쩍 날리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나라 선물 시장은 이미 세계 최대 규모의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복권을 사듯이 선물 투자에 뛰어들어 하루 평균 6조~8조원을 쏟아붓고 있고 이를 노린 외국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 이론적으로 선물 투자의 수익률은 50%지만 외국인 투자자와 일부 큰손들이 개인 투자자들의 쌈짓돈을 휩쓸어 모든 이익을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균 삼성증권 선물옵션팀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번 들어가면 길게는 한달에서 짧게는 일주일 가까이 장기간 보유하는 것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심지어 하루에 수십번씩 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한다. 전 팀장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이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 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은 선진 매매 기법과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한 외국인 투자자들을 이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소액 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투자를 막기 위해 선물 증거금을 올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과거 수차례 증거금 인상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선물 투자 열풍은 오히려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국부 유출의 규모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참고 : 선물 투자의 놀라운 지렛대 효과. (이정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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