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도 재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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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자본이 감독 당국의 규제에서 벗어나 있어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 1TV는 27일부터 30일까지 4차례에 걸쳐서 방송될 ‘한국경제 제 3의 길’이라는 특집 프로그램에서 카알라일 펀드와 론스타 펀드를 비롯해 국내에 진출한 일부 외국계 금융자본들이 사실상 국내 재벌 못지 않은 기업집단을 형성, 국내 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태를 집중 분석, 보도할 계획이다.

이 방송은 카알라일 펀드가 지난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했다가 시티그룹에 매각, 3년반만에 7천억원의 시세차익을 얻는 과정에서 이 펀드의 고문으로 활동했던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로비에 적극 개입한 사실을 밝힐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부시 전 대통령과 한국의 거물 정치인 사이에 형성된 검은 유착관계에 의혹이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레드헤링스’의 댄 브리오디 기자는 인터뷰에서 “결국 부시가 카알라일의 한국 진출 길을 열어준 셈”이라면서 “카알라일 같은 기업이 전직 대통령을 영입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밝혔다. 댄 브리오디 기자는 카알라일 펀드의 비리를 파헤친 ‘철의 삼각지대’의 저자이기도 하다.

또 론스타 펀드의 경우 지난해 외환은행과 극동건설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스타타워, KDB론스타 등 14개 기업을 소유, 사실상의 대기업 집단을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된다. 국내 대기업 집단의 경우 출자총액 제한이나 금융계열사의 의결권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받는 것과 달리 론스타 펀드는 감독당국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은행법에 따르면 국내 산업자본은 은행 지분을 4%이상 소유할 수 없다. 산업자본이 자신의 감시를 맡는 은행을 소유할 경우 발생할 이해 상충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서다. 은행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까지 허용하되 4% 이상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자산 2조원 이상 재벌의 금융 계열사 지분 의결권을 현행 30%에서 2008년까지 15%로 축소할 계획이다.

주목할 부분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금융자본이 이 같은 규정에서 완벽하게 자유로운 상태라는 사실이다. 국내 자본이 상대적으로 역차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국내 자본의 금융산업 진출이 이중 삼중으로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국내 은행 상당수가 외국 자본의 수중에 떨어진 것도 이런 역차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외환은행을 비롯해 한미은행과 제일은행 등 매물로 나온 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국내에는 없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론스타 펀드의 경우 외환은행 지분을 50.53% 소유하고 있으면서 극동건설 지분도 100% 소유하고 있다. 금융자본의 산업지배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있는 셈이다. 이밖에도 이 펀드는 신한신용정보와 스타리스 등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또 지난해에는 서통의 필름사업부문과 모닝글로리를 인수하기도 했다. 1조원을 호가하는 역삼동 스타타워를 비롯해 동양증권 여의도사옥, SKC 여의도사옥, 청방 명동사옥 등의 부동산도 대거 취득한 바 있다.

현재로서는 외환은행이 극동건설에 부당 대출을 해주거나 부동산을 매입해주는 등 론스타펀드의 계열사에 직간접적으로 금융지원을 하더라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상태다.

론스타 펀드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폐쇄형 사모펀드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와 공공 연기금, 대학 기금, 보험회사, 은행지주회사, 텍사스 석유재벌 등이 주요 투자자들이다. 서울 등 세계 11개 도시에 사무소를 두고 120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비율은 6월 28일 기준으로 48.69%, 지난해 말 40.09%에서 8.60% 포인트나 늘어났다. 특히 10대 그룹의 경우 외국인 지분 비율이 48.48%로 이미 절반 가까이 넘어가 있는 상태다.

제임스 크로티 MIT대학 교수는 이번 KBS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는 바람직한 국가금융제도의 소중한 가치를 거의 껌 값으로 포기하고 말았다”고 강조했다. 개발도상국 구조조정 전문가인 데이비드 엘러먼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한국이 미국 월가 중심의 금융자본에 과도하게 의존할 경우 아시아판 남미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창현 명지대 교수는 “국내자본은 자갈밭에서 뛰고 있고 외국자본은 잔디밭에서 뛰고 있는 형국”이라며 “외국자본에 비해 국내자본이 분명히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의 이번 특집 프로그램은 27일부터 30일까지 저녁 10시에 방송된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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