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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기사 이야기, 첫번째.

Written by leejeonghwan

July 14, 2003

말 많은 택시 기사는 조금 부담스럽다. 창밖을 내다보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는 더욱 그렇다.

개인택시를 모는 한상용씨는 내가 자리에 앉자 마자 뭔가 말을 걸고 싶은 눈치였다. 개인택시 면허를 받고 새 차를 뽑아 나온 첫날, 내가 오늘 일곱번째 손님이라고 했다. 둘러보니 정말 반짝반짝 빛이 나는 새 차다. 한씨는 택시 운전을 17년 동안 했다고 한다. 17년 운전 끝에 개인택시 면허를 받았으니 신바람이 날만도 하다. 개인택시 면허란 게 좀 받기 힘든가.

서울시는 지난달, 500대의 개인택시 면허를 새로 내줬다. 한씨의 택시도 그 500대 가운데 한대다.

서울시는 1999년 개인택시 면허 신청을 받아 근속 연수와 무사고 기록 등을 감안해 3665명의 보충면허 예정자에게 번호표를 나눠줬다. 서울 시내에 돌아다니는 택시는 모두 7만대로 묶여 있다. 서울시는 7만대 총량에 못미치는만큼 찔끔찔끔 면허를 내줬다. 1999년에 511대를 내준 것을 마지막으로 2000년에는 48대, 2001년에는 47대, 2002년에는 34대, 올해 들어서는 5월까지 5대에 그쳤다. 개인택시 면허 한번 받으려면 100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씨도 1999년에 번호표를 받았다. 근속 연수가 12년 밖에 안됐던 한씨의 번호표는 600번이 조금 넘었고 결국 아슬아슬하게 미끄려졌다. 그리고 5년을 더 기다린 끝에 무사고 운전 17년만에 개인택시 면허를 받게 됐다. 서울시에서 공식적으로 내주는 개인택시 면허 말고 다른 사람의 면허를 돈 주고 사려면 적어도 7천~8천만원은 줘야 한다. 그런 면허를 당당하게 받아냈으니 자랑하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할만도 하다. 자그마치 17년을 기다려 받은 면허 아닌가.

한씨는 잔뜩 꿈에 부풀어 있었다. 지난달, 2003년 6월의 끝무렵이었다. 택시는 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청계고가를 날듯이 달려갔다. 달나라까지도 날아갈만큼 택시는 가벼웠다.

택시가 와닿자 한씨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은데 어딘가 아쉬운 눈치였다. 기분을 띄워주려고 1만원짜리를 내밀면서 잔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다. 운전 잘 하시고 돈 많이 버시라고 덕담까지 해줬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05년까지 6개월에 한번씩, 500대씩 개인택시 면허를 더 내줄 계획이다. 번호표를 받고 기다렸던 3010명에게 모두 면허를 내주는 2005년이 지나면 더이상 개인택시 면허 신규 발급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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