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 이야기, 두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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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평을 지날 때였어요. 새벽 세시쯤이라 거리에 차도 거의 없었고 다들 신나게 밟고 있었죠. 마침 신호가 바뀌고 사거리를 가로 질러 커다란 트럭이 한대 오고 있었어요. 끼이익 하고 멈춰서는데 거울을 보니 뒤에서 택시가 한대 달려오고 있더라고요.”

신도통운 택시기사 김태원씨는 그때 그 택시가 자기가 몰고 있던 택시와 부딪힐 거라는 것을 직감했다. 아, 저렇게 달려오면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받겠구나.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씨는 아주 느리게 그 장면 장면들을 기억한다. “안돼!”하는 생각과 함께 곧이어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가 밤하늘을 찢듯이 울려퍼졌다. 그리고 곧 캄캄한 어둠, 김씨는 정신을 잃었다.

김씨의 택시는 뒷쪽부터 절반 이상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김씨에게 부딪힌 택시도 완전히 망가져 뚜껑은 10미터쯤 뒤로 날아가고 엔진은 운전석까지 튀어나왔다. 뒷쪽 택시의 기사와 손님은 무릎이 완전히 부서졌다고 했다.

김씨는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충격으로 확 재껴진 의자에 머리를 심하게 부딪혔다. 사람들이 달려와 말을 걸었지만 잠깐 정신이 들고 나서도 아득하기만 했다. 김씨는 끌어 내려져 한동안 아스팔트 바닥에 누워있었다. 사람들이 잘못 만지면 어디 부러질 수도 있으니 내버려두라고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다. 멀리서 다가오는 구급차 소리를 들으면서 김씨는 다시 정신을 잃었고 병원에 실려가 사흘 뒤에 깨어났다. 김씨는 아직도 가끔 그날의 충격을 떠올리고 몸서리를 친다. 사고를 겪은 뒤로 기억력도 크게 떨어졌다. 가끔 머리 한가운데 짙은 구름이 끼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나중에 들으니 뒷쪽 택시의 기사는 신호가 막 바뀌던 참이라, 김씨가 멈추지 않고 사거리를 그대로 통과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김씨가 멈춰서는 걸 보고 서둘러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운명처럼, 택시는 곧바로 달려서 김씨의 택시를 들이 받았다. 택시 두대는 모두 폐차장으로 갔다.

그런 기억 탓일까. 김씨는 답답할만큼 운전을 조심스럽게 했다. 건널목의 신호선 앞에 정확하게 멈춰섰고 신호가 바뀔 때까지 끈기있게 기다렸다. 죽거나 크게 다치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냐고 김씨는 앞을 내다보며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1년 기준으로 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모두 26만579건, 사망자수는 8097명이다. 하루 평균 713.9건이 발생하고 이 사고로 하루 평균 22.2명이 죽는다. 해마다 인구 10만명에 542.6명이 교통사고를 당하고 10만명당 16.9명이 죽는다. 교통사고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개인 승용차 사고가 12만5847건, 택시 사고는 2만2141건이다. 택시 가운데서도 법인 택시가 훨씬 사고를 많이 낸다. 법인 택시와 개인 택시는 2001년 한해 각각 1만8453건과 3688건 사고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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