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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스타트업 열풍, 돈 되는 뉴스에 돈이 몰려온다.

Written by leejeonghwan

June 7, 2014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투자자들이 언론 관련된 거라면 아예 거들떠도 안 봤어요.” 경제 전문 인터넷 신문 쿼츠에 실린 버즈피드의 최고경영자 조나 페레티의 말이다. “다들 그렇게 말했죠. ‘콘텐츠 만드는 사람들이나 뽑아서는 절대 벤처캐피털의 관심을 받지 못할 거야’.” 버즈피드는 그렇게 지난 2006년 창업을 했다. 그리고 7년 만에 방문자수 기준으로 세계 1위의 커뮤니티 뉴스 사이트로 성장했다.


버즈피드는 팩트 발굴이나 분석 보다는 가십성 읽을거리의 비중이 높다. 이런 것도 언론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 비즈피드가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콘텐츠 사이트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버즈피드는 눈길을 잡아 끄는 읽을거리를 잘 만들어낸다. ‘핀란드에서만 가능한 25가지 일들’이라든가 ‘소개팅 첫 날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무서운 질문 14가지’ 같은 이른바 리스티클(list+article) 글쓰기를 유행으로 만들어내기도 했다.

버즈피드는 일찌감치 허핑턴포스트의 트래픽을 앞질렀다. 한때 허핑턴포스트가 뉴욕타임즈를 따라잡았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던 적도 있지만 그게 벌써 2011년의 일이다. 컴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허핑턴포스트의 순방문자 수는 2011년 5월 3560만명에서 지난해 9월 7800만명까지 늘어났는데 버즈피드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이미 1억3000만명을 찍었다. 1년 만에 350%나 늘어난 수치다. 참고로 뉴욕타임즈는 3000만명 수준에 머물러 있다.

버즈피드의 방문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링크를 타고 들어온다는 사실도 놀랍다. 정보기술 전문 인터넷 신문 비즈니스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페리티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나는 공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늘 강조합니다. 나는 우리 사이트 방문자들을 대리인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이 우리 콘텐츠를 공유하면 자연스럽게 방문자가 늘어나게 되죠.”

공유되는 콘텐츠에 집중한다는 버즈피드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버즈피드 편집장인 잭 스태퍼드는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와 공유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버즈피드는 리스티클과 퀴즈로 트래픽을 끌어들이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논쟁적인 이슈를 건드려 소셜 네트워크를 파고 들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맞는 새로운 콘텐츠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버즈피드는 지난해까지 46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트위터에 투자했던 유니온스퀘어벤처스가 버즈피드에도 주요 주주로 합류했다. 버즈피드는 최근 탐사보도팀을 꾸리고 주류 언론의 거물급 언론인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가십에서 출발했지만 충분한 퀄리티를 담보하고 낡은 주류 언론과 정면 승부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돈도 있고 트래픽도 어느 정도 확보됐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최근 버즈피드 뿐만 아니라 복스와 더버지, 비즈니스인사이드 등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들에 벤처캐피털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투자도 늘어나고 있다. 정보기술 전문 인터넷 신문 더버지는 700만달러를 유치했다. 더버지의 모회사인 복스미디어는 8000만달러를 끌어모았다. 비즈니스인사이더도 펀딩 규모가 수천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슈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분류할 수 있는 업워디는 1200만달러를 유치했다.

이밖에도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창업자의 부인 로런 파월 잡스가 뉴스 스타트업 오지미디어에 투자했고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 크리스 휴즈는 진보 성향의 주간지 더뉴리퍼블릭에 투자했다. 크리스 휴즈는 업워디에도 투자했다. 오지미디어에는 론 콘웨이를 비롯해 실리콘 밸리의 엔젤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베이 창업자인 피에르 오디미야도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퍼스트룩미디어를 설립하고 인터셉트라는 비영리 인터넷 신문을 창간했다.

신문이 사양 산업으로 분류된 건 꽤 오래된 일이지만 이들 뉴미디어 스타트업 기업들은 이슈 영향력 뿐만 아니라 수익 모델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적은 비용으로 상당한 페이지뷰를 올리는 데다 광고 시장 전망도 밝다. 버즈피드를 중심으로 바이럴 마케팅과 뉴스의 공존, 네이티브 광고라는 새로운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는 퓨리서치센터 자료를 인용해 뉴미디어 기업의 가치가 매출 대비 4~5배로 평가 받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복스미디어는 정보기술에 특화된 더버지를 비롯해 게임과 스포츠, 음식, 부동산 등 전문 분야 뉴스 사이트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에는 복스라는 이름으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내놓고 복스 카드 등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를 박차고 옮겨온 에즈라 클라인은 뉴욕타임즈 인터뷰에서 “가장 쓸모없는 것은 기자들이 어제까지 썼던 모든 것”이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복스미디어의 최고경영자 짐 뱅크오프는 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한다고 한다. “웹 콘텐츠와 웹 광고는 맞물려 있어요. 검색엔진이나 페이스북에 돌아다니던 웃기고 저급한 콘텐츠가 이제 업계의 중심에 있다는 말이죠. 네티즌에 먹히고 광고주에게 통하는 방법을 선도해야 합니다.” 쿼츠는 이를 두고 “자기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전문화된 콘텐츠를 다루는 미디어가 성공한다”고 분석했다. 네티즌들이 모든 온라인 콘텐츠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2011년에 창간한 더버지는 2년 남짓한 기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정보기술 인터넷 신문 가운데 하나로 성장했다. 2013년 9월 기준 순방문자가 562만명, 영향력에서 테크크런치나 인가젯 등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화려하면서도 유려한 레이아웃과 인터페이스, 그리고 모회사 복스미디어 차원에서 지원되는 동영상 콘텐츠가 강점이다. 혁신적인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MS)을 도입해 라이브 블로깅 등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업워디는 동영상 콘텐츠를 수집해 재생산해서 유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정리할 수 있다. 버즈피드의 동영상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확산하도록 하는 바이럴 마케팅 기법을 적극 활용한다. 2012년 3월에 오픈해서 1년2개월만에 순방문자가 30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 가운데 절반은 소셜 네트워크를 타고 유입됐다. 정기 구독자가 300만명, 평균 체류시간도 7분17초로 꽤 긴 편이다.

트위터 창업자 에번 윌리엄스가 만든 미디엄도 주목받는 사이트다. 블로그의 출판 기능과 트위터의 공유 기능, 소셜 뉴스 사이트 레딧의 평점 기능 등을 끌어모은 온라인 퍼블리싱 플랫폼의 결정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번 윌리엄스는 “블로그와 트위터가 수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역할을 해왔다면 미디엄은 다시 집단지성을 이용해 그 정보를 분류하고 선별하는 플랫폼의 역할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쿼츠에 따르면 뉴미디어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은 두 부류가 있다. 사그러 들던 미디어 산업이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생각하는 부류와 아직 암울한 미디어 산업에 그나마 비교적 가능성 있는 분야가 생긴 것 뿐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다. 마드로나벤처그룹의 그레그 고테스만 이사는 “뉴미디어가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가치 평가는 논란거리”라며 “얼마나 오래 성장세가 유지될지 의문”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쿼츠 역시 모바일에 특화된 레이아웃을 강조한 경제 전문 뉴미디어다. 월간지를 냈던 아틀랜틱미디어가 2012년에 창간한 쿼츠는 애초에 이동 중에 경제 기사를 읽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잡았는데 이들이 노트북과 아이패드, 그리고 두 개의 블랙베리 등 평균 4.2개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력 언론 출신의 거물급 언론인들을 대거 영입해 취재 영역을 없애고 심층 취재를 강화했다.

버즈피드의 총괄 매니저 조나단 페렐만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사를 끝까지 스크롤하기 전에 공유를 하는 경우가 많다. 페렐만은 사람들이 기사를 공유하는 이유를 두 가지로 분석한다. 커뮤니티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공유하는 경우도 있지만 좀 더 스마트하고 정보에 빠른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공유하는 경우도 많다. 버즈피드는 그래서 강력한 감정을 끌어내는 콘텐츠와 뭔가 있어 보이는 정보성 콘텐츠, 두 방향을 집중 공략한다.

“우리는 단순히 소비하고 끝나는 뉴스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서 미디어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신문을 읽는 독자들이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뭔가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게 그들이 그들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보다 낫죠.” 페렐만은 “이제 뉴스의 영향력은 소셜 네트워크의 서클에서 형성된다”고 강조했다. 매스 미디어의 영향력이 여전히 살아있지만 어떤 콘텐츠가 널리 공유되기를 바란다면 소셜 네트워크를 장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페레티는 지난해 출간된 ‘립타이드’에 실린 대담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포털이 지배하는 시대, 그리고 검색이 지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지금은 소셜이 지배하는 세상이 시작되고 있죠. 디지털 조차도 다소 오래된 것처럼 느껴지고 당분간은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소셜은 뭔가 잠재력이 더 크고 새롭고 흥미로운, 그러면서도 돈이 될 만한 것들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언론 영역에서는 오리지널 리포팅의 친구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어바웃닷컴 창업자인 스콧 커닛은 이 대담에서 “저는 프로패셔널리즘과 열정, 큐레이션이 섞여 새로운 뉴스 소스가 될 것이고 지금도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좋은 기사를 선별해 내고 적절하게 공유해서 우리가 생각하기에 그게 진짜인지를 알아챌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더 많은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궁극의 뉴스 상품이 바로 문 앞까지 와 있어요.”

뉴욕타임스는 “과거에는 언론사 소유를 부를 과시하는 트로피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정작 영향력을 확보하지도 판을 흔들어놓지도 못했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성공한 사업가들이 긴 게임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신문은 특히 “테크놀로지와 저널리즘은 과거에는 적대 관계였지만 최근에는 두텁고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만약 100만명이 읽은 기사가 있다고 합시다. 그건 정말 좋은데 그 100만명이 당신네 다른 기사를 읽도록 만들 방법이 있습니까.” 메릴린치 애널리스트 출신의 비즈니스인사이더 최고경영자 헨리 블로젯의 이야기다. 제프 베조스에게 500만달러를 유치한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마존의 개인화 추천 기술을 뉴스 사이트에 접목해 열독률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 기사를 읽은 독자들은 다음 기사들도 읽었습니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할지도 모른다.

뉴욕타임즈는 “정보기술 업계에 돈이 넘쳐나긴 하지만 단순히 과시적 목적이나 오락거리에 투자하지 않는다”면서 “첨단기술 기업은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데 기술만으로 그렇게 하는 데 한계가 있어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오미디야의 말을 인용했다. 단순히 자금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 자본도 함께 지원해 뉴스 사업에 혁신을 도모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딕 코스톨로 트위터 최고경영자는 “언론과 기자가 정보기술 기술자들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한다. 구글의 뉴스 서비스 책임자 리처드 진그래스도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의 시대는 아직 초기 단계다, 개척할 여지가 많다”고 말한다. 정보기술의 발달이 뉴스 산업에 위기를 불러왔지만 역설적으로 정보기술 업계가 뉴스 콘텐츠에 목을 매는 상황이 됐다.

뉴미디어 스타트업 열풍은 언론 산업이 사양 산업을 벗어났다는 의미라기 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진화가 시작되면서 가능성이 열렸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 저널리즘과 테크놀로지의 만남, 좀 더 소셜하고 좀 더 오가닉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어느 때보다도 콘텐츠의 질적 혁신이 절실할 때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언론사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도태될 가능성이 크다.

(신문과방송 5월호 기고였는데 세월호 사태 때문에 6월호에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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