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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는 못 잡아도 먹튀 거들었던 모피아는 잡는다.”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29, 2014

참여연대,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진동수·김석동 등 금융위 관료들 고발… “불법행위 밝혀야 ISD도 방어.”

외통수에 걸렸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은행의 대주주가 될 자격이 없는 비금융 주력자였고 이 사실을 금융위원회 고위 관료들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은폐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환은행이 외자 유치가 필요할 만큼 위험한 상황이었느냐를 두고 논란이 많았지만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면 외환은행이 아무리 부실했더라도 법적으로 론스타가 10% 이상 지분을 확보할 방법이 없다. 쟁점은 감독당국이 어디까지 알고 있었느냐다.


참여연대는 19일 진동수 전 금융위 위원장을 비롯해 6명의 전현직 금융위 관료들을 직무유기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진 전 위원장 등은 2008년 9월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후임인 김석동 전 위원장 등은 오히려 2011년 3월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가 아니라는 허위 사실을 발표해 론스타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의 권영국 변호사는 “2012년에 고발했을 때는 검찰이 이들의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무혐의 처분했지만 이번에 공개된 자료로 이들의 주장이 모두 반박됐다”면서 “특히 론스타가 일본에 보유하고 있는 비금융 계열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진술한 부분은 거짓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이런 명백한 증거에도 또 무혐의 처분을 한다면 검찰도 공범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고발된 6명은 진동수 전 위원장과 김석동 전 위원장, 권혁세 전 부위원장, 최훈·김근익·성대규 전 은행과장 등이다. 이들은 산하 기관인 금융감독원 등이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공개하는 걸 방해했거나 금감원의 허위 보고를 묵인 또는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권 변호사는 “금융감독 당국의 직무유기일 뿐만 아니라 조직적 차원에서 벌어진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권 변호사는 “만약 2011년 3월 금융위가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을 밝혔다면 고액 배당을 할 수 없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2대 주주인 한국은행과 3대 주주인 수출입은행 등 다른 주주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론스타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 소송(ISD)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위의 위법행위에 대한 명확한 사법적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론스타는 2012년 1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한 뒤 그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조항을 이용해 ISD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 정부가 2007년 매각 승인을 지연시켜 2조원 가량 손실을 입었다는 게 론스타의 주장이다. 론스타가 요구한 배당 금액은 43억달러. 론스타가 지난 10년 동안 배당과 지분 매각으로 거둬들인 4조6600억원과 거의 비슷한 규모다. 소송 비용도 수백억원이 들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론스타가 비금융 주력자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외환은행 지분 보유가 무효라고 보면 여기에서 파생되는 모든 계약이 무효가 된다”면서도 “2003년 인수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법원이 절차적으로 인정할 것인지도 의문이고 이미 넘어가 있는 재산을 환수하는 문제는 집행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간단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전 교수는 “론스타 먹튀를 환수하기 어렵다면 이제 와서 다 지나간 일을 이야기해서 금융 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필요가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도 있는데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면서 “안 되는 일은 얼마가 지나도 안 되는 거다, 그런 가치를 바로 세우는 일에 효용이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적당히 덮고 갈 일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금융 모피아를 통제 또는 청산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ISD 소송에서 승소하기 위해서라도 금융위의 위법 행위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 변호사는 “피고발인들의 위법행위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론스타의 손해배상 청구가 인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피고발인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문제가 없었고 론스타를 제재하는 게 불가능했다면 론스타의 주식 처분을 승인하지 않은 행위의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피고발인들의 위법행위가 밝혀진다면 론스타는 피고발인들의 위법한 협력행위로 막대한 부당이득을 얻은 게 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자격을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론스타의 먹튀를 환수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추가 손해배상을 하는 일은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편 금융위는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언급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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