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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의 콧털을 잘못 건드렸나… 1년 만에 날아간 친박 실세.

Written by leejeonghwan

March 17, 2014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연임에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사임한 이계철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를 채우는 형태로 지난해 3월24일 취임했기 때문에 1년 만에 사실상 경질된 성격이 짙다. 박 대통령은 14일 차기 방통위원장 후보로 최성준 서울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내정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경질설이 사전에 돌긴 했지만 친박 중의 친박으로 꼽혔던 이 위원장의 경질의 배경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경질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추론할 수 있다.

첫째, 종합편성채널 방송사들의 견제가 작동했을 가능성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여러 차례 종편을 견제하는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엄격한 기준으로 종편 재승인 심사를 할 예정인데 결과에 따라 몇 곳이 탈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 이후 실제로 일부 종편 방송사들은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감사에서는 종편의 보도 편성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둘째,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을 겨냥한 발언이 청와대의 심기를 건드렸을 가능성도 있다. 민 대변인이 지난달 5일 KBS 앵커로 재직하던 도중 사표도 수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겨간 것과 관련, 이 위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한국방송 윤리강령에 위배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위원장은 “임명직은 법적으로 따지면 (위반에) 해당되지는 않지만 윤리·도덕적인 측면에서 문제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셋째, 청와대나 새누리당과 노선 갈등을 빚었을 가능성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유사보도 채널이 많다는 자료를 낸 다음날 하필이면 유사보도 논란의 당사자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나도 뉴스쇼 애청자”라며 “CBS 제재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서도 이 위원장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지 못했다는 불만이 나돌았다. 돌출 행동을 하면서도 정작 새누리당이 밀어붙이는 정책에 추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국회 통과가 무산된 단말기 유통 진흥법 관련, 삼성전자를 지칭해 “관련 업체 로비가 있어서 그런지 진행이 잘 안 된다”고 밝힌 것도 미묘할 갈등을 불러 일으켰다. 통신사 불법 보조금 관련, 실효성 없는 영업정지를 남발한 책임을 물었을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직접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나고,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미래창조과학부와도 충돌도 많았다. 미래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UHD TV 시범 사업과 관련, “미국은 UHD에 거의 관심이 없다”면서 “(유료방송이 아니라) 지상파가 먼저 시작해야 하는데 방통위와 상의가 없었다”고 딴죽을 걸었다. “지상파 재송신 수수료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맞서기도 했다. 미래부가 유료방송 활성화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방통위는 상대적으로 지상파를 감싸는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이 위원장은 동아일보 정치부장과 대통령 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 공보처 차관 등을 지냈고, 15~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캠프에 합류해 이명박 정부 시절 비주류로 내몰렸지만 끝까지 친박계 중진으로 당내 구심점 역할을 했다. 정권 창출의 1등 공신인 이 위원장의 경질 배경에 어떤 파워가 작용했는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최성준 방통위원장 내정자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중이고 서울 태생에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지적재산권 관련 재판을 주로 맡아 방송통신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없다. 최 내정자는 서울중앙지법 판사로 재직하던 2010년 전국교직원노조가 조합원 명단 수집을 금지해 달라며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는 등 보수적 성향을 띤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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