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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돈으로 배당잔치, 삼성생명 보험 계약자들은 호구인가.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18, 2014

이건희 회장 배당만 3000억원… 삼성전자 등 우회 지배, 사업비 차익도 고스란히 주주들 호주머니로.

삼성생명이 지난달 28일 1994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시가총액의 1% 수준, 하루 평균 거래량의 23.1% 수준이었다. 주당 850원의 현금 배당도 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수입보험료가 19조59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8% 줄어들었다. 당기순이익도 5886억원으로 13.7%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자사주 매입과 대규모 배당을 실시했다. 28일 주가는 9만9500원에서 29일 10만3500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삼성생명이 주당 850원씩 현금 배당을 하려면 자사주를 제외하고 1624억원이 든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20.8%니까 353억원을 챙기게 된다. 삼성에버랜드가 329억원,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이 각각 80억원, 삼성전기가 10억원 등 여기에 7.4% 지분을 갖고 있는 이마트까지 더하면 994억원이 삼성그룹 특수관계인들에게 흘러들어가게 된다. 실적은 악화됐는데 주주들끼리 화끈한 배당 잔치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은 지난해에도 2911억원을 배당으로 나눠줬다. 1997년부터 2012년까지 16년 동안 삼성생명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9조8843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조5801억원이 배당금으로 지급됐다. 이건희 회장이 3000억원 이상 배당금을 챙긴 걸 비롯해, 삼성그룹 특수관계인들에게 흘러들어간 배당금이 모두 1조원에 육박한다. 2012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전기이월 이익잉여금은 7조6004억원이다. 아직 상당한 현금이 쌓여있다는 이야기다.

삼성생명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2001년부터 2012년까지 12년 동안 삼성생명의 투자영업수익은 71조7002억원, 투자영업비용이 14조4031억원으로 누적 투자손익이 57조2971억원에 이른다. 투자손익은 보험사가 자산운용을 통해 발생한 손익을 말하는데 여기서 이익이 나더라도 계약자들에게는 배분되지 않는다. 변액보험에서 관리하는 특별계정 손익과는 다르다.

보험사의 이익은 사차익과 이차익, 비차익으로 구분된다. 사차익이란 예상한 보험금과 실제로 지급한 보험금의 차이다. 이차익은 자산운용 수익을 말하고 비차익은 예정 사업비와 실제 집행된 사업비의 차이를 말한다. 삼성생명의 경우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사차익이 4조8061억원, 비차익이 6조7333억원에 이른다. 이차익은 4조284억원의 손실을 냈다. 2010년부터는 국제회계기준이 적용돼 사차익과 이차익, 비차익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김미숙 보험소비자협회 대표는 “보험사들이 사차익과 비차익에서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있다는 건 그만큼 보험료를 터무니없이 높게 받고 있다는 의미”라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삼성생명이 업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면서 보험료를 담합하고 있는데 감독당국이 이를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작 이차익이 아니라 이차손이 난다는 건 정작 운용에는 실패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삼성생명의 경우 1년 안에 16.6%, 2년 안에 35.0%의 계약자가 보험 계약을 해지하는데 미상각 신계약비를 차감한다는 명분으로 턱없이 적은 해지 환급금을 지급한다”면서 “보험업계의 고질적인 관행이지만 이렇게 남긴 이익이 배당과 자사주 매입 등으로 고스란히 주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사업비를 높게 책정한 데다 상각되지 않은 사업비라는 명분으로 계약자들에게 과도한 손실을 부담하게 한다는 설명이다.

이기욱 보험소비자연맹 국장은 “사업비 차익이 과도할 경우 차기 사업년도 개발상품의 예정 사업비에 반영해 보험료를 내려야 하는데 오히려 보험료를 지속적으로 인상해 주주들의 배를 불려 왔다”면서 “삼성생명을 비롯해 국내 보험사들은 자산운용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게 아니라 보험료를 과도하게 받아 이익을 챙겨왔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경우 1997년부터 2009년까지 사업비 차익이 전체 당기순이익의 66.5%에 이른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6%를 비롯해 호텔신라 7.6%, 에스원 5.5%, 삼성물산 5.2%, 삼성중공업 3.7% 등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11일 기준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주요 10개 계열사들 지분의 시가총액은 16조원이 넘는다. 최근 지분을 늘린 삼성카드를 제외하면 취득원가는 1조원 남짓, 평가 차익은 14조원에 육박한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주주 몫에 해당하는 자본계정이 52%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건희 회장 일가는 삼성생명을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삼성생명 보험 계약자들이 낸 보험료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확보하고 간접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고 있다. 보험료에서도 이익을 남기고 보험료로 산 주식으로도 이익을 남긴다. 삼성생명은 1992년 이후 단계적으로 유배당 상품을 폐지했기 때문에 보험금 지급을 위해 책정한 책임 준비금 이외의 자산에서 발생한 운용 수익은 고스란히 주주의 몫으로 남는 구조다.

삼성생명은 2010년 상장 이후 4년 연속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다. 이번 자사주 매입이 끝나면 삼성생명의 자사주는 1093만주, 전체 지분의 5.5%에 이른다. 1조1165억원 규모다. 자사주 매입은 직접적으로는 유통 물량을 줄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계열사 지분을 사고파는 데 필요한 현금을 마련하는 효과도 있다.

지난 2011년에는 삼성생명 유배당 보험 상품 계약자 2800여명이 삼성생명에 배당금 지급 청구 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다. 소송을 주도한 보험소비자연맹은 “삼성생명이 처분(실현) 이익만 배당하고 평가(미실현) 이익 배당을 유보해 배당금을 낮게 지급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상장 이후에도 배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상장 전 평가 이익을 배당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보험소비자연맹은 과거 결손이 발생했을 때도 손실 보전을 계약자들이 낸 배당준비금으로 충당했기 때문에 이익이 나면 당연히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장 이전 자본계정의 자본잉여금 878억원은 계약자들에게 배당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기욱 국장은 “삼성생명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는 이건희 회장 일가가 계약자들이 받아야 할 배당을 가로채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생명 차명 주식의 실명 전환과 상장 과정에 논란이 많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법적으로 정리된 상태”라면서 “일부 남아있는 유배당 계약자들이 배당을 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겠지만 주식회사로 상장한 이후 이건희 회장 일가가 고객들 돈으로 삼성전자 등을 지배하고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는 있어도 법적으로는 문제 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12월 삼성전기와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등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5.8%를 사들여 지분을 34.4%로 늘렸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에 대비해 지주회사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총수의 지배력이 2.5배 가까이 늘어나기 때문에 삼성생명 등을 계열 분리하고 순환 출자 구조를 정리해도 지배력이 오히려 강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 부회장이 상속세를 제대로 낸다면 아버지 이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의 지분이 절반으로 줄어들 텐데 박근혜 정부가 금산분리 원칙을 포기하지 않는 이상 지주회사 체제로 가거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가운데 하나를 포기하거나 선택을 한다”면서 “삼성전자보다는 안정적인 삼성생명을 가져가면서 제조업 계열사들을 느슨하게 지배하는 게 더 실속이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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