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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공화국 법원의 너무나도 수상쩍은 판결.

Written by leejeonghwan

February 6, 2014

특검 땐 상속재산이라더니 이제 와서 “전부는 아니다”… 이건희 맞춤형 판결, 추가 차명재산.

1심 소송가액만 4조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을 뻔했던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세기의 재판은 결국 대부분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맹희씨 변호인단이 상고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지만 1심과 2심 판결이 워낙 확고한 만큼 추가로 쟁점이 드러나지 않는 이상 상고를 하더라도 승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법조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재판장 윤준 부장판사)는 6일 오전 10시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하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 인도 청구 등 모든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이건희 회장이 이씨의 상속권을 일부 침해한 사실을 인정했지만 상속 회복 청구에 대한 제척기간 10년이 경과했다며 이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문을 살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첫 번째 의문 : 협의 없었지만 모두 이건희 몫?

법원은 “(이병철 사후) 상속 개시 당시는 물론이고 1989년 상속 재산 분할 협의서를 작성할 당시에도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등 차명주식에 관한 언급이 없었으므로 계약으로서 분할 협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원고(이맹희) 등 공동 상속인들이 차명주식의 존재에 관한 미필적인 인식 아래 피고(이건희)가 망인(이병철)의 생전 의사에 따라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주식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양해하거나 묵인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차명 주식은 2008년 3월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 때 새로 드러났고 이씨도 2011년 재산 분할에 합의했느냐는 국세청의 질의를 받고서야 뒤늦게 소송에 착수했다. 쟁점은 1989년부터 이맹희씨 등 다른 형제들이 이 차명 재산의 실체를 알고 있었느냐인데 이씨는 숨겨진 재산이 새로 드러났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 회장은 차명 재산을 포함, 삼성그룹 경영권을 포괄적으로 넘겨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판결은 “망인이 삼성그룹 후계자로 피고를 일찌감치 결정해 나눠먹기식 재산 분배를 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주력 기업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피고에 대한 분재 대상으로 천명해 왔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를 비롯한 다른 공동 상속인들이 피고의 삼성그룹 회장 취임 및 삼성생명 및 삼성전자의 경영권 행사에 오랫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설령 뒤늦게 숨겨진 지분이 더 나오더라도 협의가 없었다고 문제 삼을 수 없다는 논리다.

그래도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고 이병철씨가 이건희 회장을 삼성 그룹의 후계자로 인정하고 경영권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에 필요한 주식까지 승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영권과 관계 없는 차명 주식까지 이건희 회장의 몫으로 물려줬는지는 명시적인 유지가 없었고 당연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차명 주식은 경영권과 관계없다(차명주식이 없어도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게 이맹희씨의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두 번째 의문 : 이제 와서 모두 상속 재산은 아니다?

더욱 이상한 대목은 문제의 차명 주식 가운데 일부가 상속 재산이 아니라고 규정한 부분이다. 법원은 “삼성생명 보통주 425만주 가운데 127만주는 상속 개시 당시 존재하던 상속원주로 현재 피고가 보유하고 있는 상속 재산임이 밝혀졌으나 이미 10년의 제척 기간이 경과됐다”면서 “나머지 413만주는 상속 재산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논리를 폈다. “무상주의 경우 처음부터 피고를 실질적인 당사자로 해서 발행됐다”는 이유에서다.

2008년 삼성 특검은 전현직 임원 명의로 숨겨진 이 차명 재산이 비자금으로 조성된 게 아니라 아버지 이병철씨로부터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라는 이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번에 법원은 이 가운데 이 회장이 상속 받은 재산은 일부일 뿐이고 나머지는 상속 이후에 추가로 발행된 주식이라는 이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였는데 이는 모든 차명 재산을 상속 재산이라고 판단한 특검의 결론과 배치된다.

“삼성전자 보통주 34만주는 상속 개시 당시 차명 주식이라고 볼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상속 개시 이후 피고의 빈번한 거래로 인해 상속 당시 존재하던 상속 재산이 그대로 남아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부분도 납득하기 어렵다. 시간이 흘러서 애초에 상속 받은 재산이 얼마인지 알 수 없게 됐다는 판단인데 거꾸로 말하면 형제들 몰래 차명으로 재산을 상속 받은 뒤 빈번한 거래로 뒤섞어 놓으면 상속 재산을 가로챌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한편 이맹희씨에게 권리가 없다는 재판 결과와 무관하게 삼성전자 차명 주식이 이병철씨에게 물려받은 상속 재산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은 특검 결과 드러난 이 차명 주식이 애초에 이 회장의 재산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번 법원 판결은 이 차명 주식이 비자금으로 조성된 주식이 아니라던 이 회장의 주장과 이를 그대로 수용한 특검 수사 결과에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다.

세 번째 의문 : 뒤집힌 특검 수사, 차명 주식 얼마나 더 있나.

이번 재판은 결국 재벌 가문의 집안 싸움이지만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삼성 비자금 사건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특검은 이 회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 회장이 제출한 목록을 근거로 차명 주식 목록을 발표했고 이 회장은 특검 이후 이 주식을 실명으로 전환했다. 그런데 이번 재판 결과 이 주식들이 상속 주식인지 여부도 명확하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법원은 특검 수사 결과를 뒤집으면서 다시 한 번 이 회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경제개혁연대 강정민 연구원은 “이병철씨 사후 1988년 삼성생명이 유상증자를 실시하고 신세계와 제일제당 등 지배주주들이 실권하고 이 회장이 지분을 인수하고 1997년과 1998년 삼성생명 차명 주식을 에버랜드에 넘긴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헐값에 넘겨받은 것처럼 회사에 손해를 끼치고 총수 일가가 불법적인 사익을 취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재판 결과 분명한 것은 이 회장의 재산 가운데 상당부분과 삼성그룹의 소유구조의 골간이 불법 위에 서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결을 통해 역사에 기록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강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경우 오랫동안 비상장 상태로 있으면서 지분 변동 과정이 비교적 잘 드러나 있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드러나지 않은 이 회장의 차명 지분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가로 숨겨진 차명 재산이 드러난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특검과 법원이 완벽한 면죄부를 줬고 이 회장의 차명 재산에 대한 법적인 문제는 모두 정리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건희 일가의 부당 행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간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막고 금산분리 원칙을 적용해 강제로 계열분리 명령제를 시행하는 것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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