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율 교수, “언론이 가장 큰 상처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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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조국을 보겠다고 37년만에 돌아왔다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수감, 9개월만에 풀려난 송두율 교수는 그동안의 언론 보도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송 교수는 21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앞에서 열린 출소 환영식에 몰려든 취재진을 향해 “그동안 가장 많은 고심과 상처를 안겨줬던 것은 정작 사회 계몽의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 교수는 또 “언론인들이 이제는 계몽과 동시에 민족의 앞길을 위해 고민하는 기사와 논설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송 교수의 귀국 이후 구속 수감에 이르는 과정에서 검찰과 언론은 송 교수 물어뜯기에 바빴다. 송 교수가 정식 교수가 아니라 시간 강사에 지나지 않는다는둥, 북한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독일 유학생 포섭 및 지식인 조직 결성 등의 사실상 공작원 활동을 해왔다는둥 국정원과 한나라당 등에서 퍼뜨린 근거 없는 주장을 그대로 옮겨싣기도 했다.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징역 7년이 선고된 1심 판결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이날 공판에서 재판부는 그동안 검찰과 언론이 제기해온 대부분의 의혹과 주장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반국가단체의 간부인 북한 조선로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공소 사실과 관련, “주요 증거인 황장엽의 진술과 김경필 작성의 대북보고문, 피고인의 저서 『통일의 논리를 찾아서』등의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보건대, 위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북한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된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송씨가 저작물을 통해 반국가단체를 위한 지도적 임무에 종사했다는 검찰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그 구체적 내용이 북한에 편향된 점은 인정되나 국가의 안전과 체제를 위협하는 내용도 아니며, 국내 유력 일간신문이나 잡지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표현된 것이어서 국가의 존립, 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송두율 교수가 “독일국적의 외국학자로서 북한통치권력의 가장 핵심인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임될 자격요건도 갖추지 못햇다는 점”, 둘째로 “북한당국에서 공식적 선출이나 공표절차를 전혀 취하지도 않았다는 점”, 셋째로 “송 교수에게 정치국 후보위원의 격에 어울리는 경력이나 공적도 없다는 점” 등이 무죄 선고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1990년대 초 북한에 5차례 입북한 사실과 관련한 ‘반국가단체로의 잠입·탈출’ 혐의와 북한 노동당에 가입했으면서도 이를 부인, 황장엽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실과 관련한 ‘사기 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날 국가보안법의 적용범위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재판부는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규범성을 갖추고 있지만 수사기관의 자의적, 편의적 법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에 이를 사건에 구체적으로 적용함에 있어서는 입법 취지에 따라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해악을 끼칠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송 교수는 이날 환영식에서 “1심과 2심 최후진술을 통해 나의 무죄와 국가보안법의 마지막 순간을 기록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며 “오늘 판결은 완전하지는 않지만 현명한 재판부가 시대의 흐름에 열린 자세로 정당하게 판결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또 “국가보안법은 한마디로 법이라고도 할 수 없는 법을 우리 스스로가 법이라고 옥죄온 관습이었을뿐”이라며 “자유민주주의의 21세기에 한반도가 지향해야 하 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향후 계획에 대해 “당장 오늘은 자유스러운 공기를 마음껏 마시고 싶다”면서 “무엇보다도 고향 땅 제주도의 푸른 바다와 광주의 뜨거운 대지를 느끼고 싶다”고 말했다. 또 “독일 대학에서 겨울학기 강의를 해야하고 짐도 그곳에 남아있어 독일 동료들과 상의해보고 출국 일정을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환영회에 참석한 권오헌 통일연대 국가보안법 철폐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재판부가 일부 유죄를 인정하긴 했지만 송 교수의 석방은 국가보안법 철폐에 전향적인 획을 그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진관 스님도 “분단의 장벽을 넘어 민족 통일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독일 훔볼트 대학을 졸업한 송 교수의 제자라고 밝힌 독일인 한네스 모슬러씨는 “국가보안법에 대한 본격적인 비판이 없는게 아쉽지만 재판부가 시대가 바뀐 걸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환영식에는 ‘송 교수 석방을 위한 대학생 모임’과 ‘사상과 양심 자유를 위한 대책위원회’ 등 인권단체 회원 200여명과 취재진 5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정환 기자 top@leejeonghw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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