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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갑 MBC의 웹하드 길들이기.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10, 2014

MBC의 콘텐츠 유통을 전담하는 자회사 iMBC가 웹하드 업체들에게 필터링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강요해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웹하드 업체들은 이 프로그램이 필터링 차원을 넘어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돼 콘텐츠 다운로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정보를 수집·전송하는 관제 프로그램에 가깝다고 보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iMBC는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콘텐츠 제휴를 중단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웹하드 업체들은 한때 불법 다운로드의 온상으로 취급 받기도 했지만 2009년부터 방송사 등과 공식적으로 제휴를 맺고 유료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전히 외국 영화 등은 불법 다운로드가 많지만 국내 방송사 콘텐츠는 대부분 합법적으로 거래된다. 소수의 업로더가 올린 콘텐츠를 불특정 다수의 다운로더가 내려 받는 시스템이지만 제휴 콘텐츠의 경우 필터링 프로그램에 걸려 유료 결제 창이 뜨게 된다.

업로더들은 다운로드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데 제휴 콘텐츠로 분류되면 수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일부 업로더들은 필터링을 우회하려고 교묘하게 제목을 바꾸거나 띄어쓰기를 하는 온갖 꼼수를 동원한다. 이용자들도 무료 콘텐츠를 찾아 여러 웹하드 사이트를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다. iMBC를 비롯해 저작권자들은 웹하드 업체들이 불법 파일 공유를 방치하거나 다운로드 건수를 누락하고 있다고 보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iMBC는 지난달 16일 웹하드 업체들에게 공문을 보내 iMBC가 핑거라는 개발업체에 의뢰해 개발한 저작권 보호 시스템을 적용하도록 하고 지난달 31일까지 적용되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문제는 콘키퍼라는 이름의 이 프로그램이 이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면 악성 프로그램처럼 작동한다는 데 있다. 심지어 일부 백신 프로그램에서는 이 프로그램을 스파이웨어로 분류해 차단하기도 했다.

9일 익명을 요구한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iMBC는 단순히 필터링 프로그램이라고 안내했지만 확인 결과 관제 프로그램이 숨겨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용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백그라운드로 동작되고 심지어 삭제를 해도 웹하드 서비스를 이용하면 업로드 또는 다운로드 과정에서 다시 설치되는 데다 이용자가 웹하스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계속 작동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iMBC의 콘키퍼가 실행되면 이용자 컴퓨터의 CPU 사용률이 80%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이 프로그램을 적용하면 컴퓨터에 설치된 다른 프로그램과 충돌하는 등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의 컴퓨터 환경에 심각한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그 책임을 결국 웹하드 업체들이 져야 하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는 배포하는 건 곤란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다른 한 업계 관계자는 “필터링 프로그램이라고 모듈을 보내와서 봤더니 서버에 접근해서 관제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서 “이용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고 동의도 구하지 않고 이런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정산 누락을 막겠다는 의도일 텐데 이 프로그램이 이용자 컴퓨터에 설치되면 iMBC가 iMBC 뿐만 아니라 KBS나 다른 콘텐츠 다운로드 상황을 다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웹하드사업자협회 이승훈 이사는 “이미 웹하드에서 유통되는 방송 3사 콘텐츠 가운데 97% 정도가 제휴 콘텐츠로 방송사들에게 정상적인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다”면서 “나머지 3% 정도는 일부 업로더들이 코덱을 변조하는 등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어서 완벽하게 걸러내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iMBC에서 설치하라는 걸 설치한다고 해서 이걸 잡을 수 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웹하드 업체들에 필터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뮤레카의 김경욱 이사는 “iMBC는 일부 웹하드 업체의 정산 누락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일부 업체를 못 믿겠다고 모든 이용자들 컴퓨터에 감시 프로그램을 설치하겠다는 건 이를 테면 농심이 직접 이마트 계산대에 바코드 리더를 설치하겠다는 것처럼 황당무계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김 이사는 “iMBC를 받아주고 나면 KBS나 CJE&M도 해달라고 할 텐데 이용자들 컴퓨터가 엉망진창이 될 게 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 웹하드 업체는 모두 150여개, 지난해 방송 3사가 웹하드 업체들에게 받은 저작권료가 400억원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사들 입장에서는 큰 시장이 아닐 수도 있지만 웹하드 업체들 입장에서는 방송사 콘텐츠를 확보하지 못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된다. iMBC는 10일까지 콘키퍼를 도입하지 않은 웹하드 업체들과 제휴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아직까지 이 프로그램을 설치한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웬만하면 iMBC 요구를 받아주고 싶은데 일단 프로그램이 너무 엉망이고 이걸 그대로 설치하면 엄청난 컴플레인이 쏟아질 게 분명하다”면서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는 건 막아야겠지만 iMBC가 물러서지 않는다면 제휴 중단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10일 자정 이후에 하나라도 iMBC 콘텐츠가 유통되면 소송을 건다고 난리법석을 떨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형적인 슈퍼 갑의 횡포”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iMBC 관계자는 “저작권자의 기술적 보호조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콘키퍼에는 iMBC 저작물의 필터링 외에는 다른 어떤 관리나 통제 기능이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관제 프로그램으로 분류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콘키퍼가 백그라운드로 실행되고 웹하드 서비스를 종료한 뒤에도 계속 작동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iMBC는 웹하드 업체들의 반발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일부 업체의 경우 40~60%까지 정산 누락이 나타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저작권 보호 시스템을 개발해서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웹하드 업체들이 빈번하게 필터링 시스템을 우회하거나 호스트 파일을 변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저작권 침해를 방조 또는 조장해 왔기 때문에 다른 대안이 필요했다”면서 “비판 이전에 웹하드 업체들도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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