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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뉴스는 하나로 연결돼 있다.

Written by leejeonghwan

January 5, 2014

2013년을 뒤흔들었던 다음의 다섯 가지 뉴스는 결국 하나의 사건에서 출발한다. 모든 뉴스가 연결돼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첫 번째 뉴스. 국가정보원 여론 조작 사건.

대통령 선거를 며칠 앞둔 2012년 12월11일,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씨의 오피스텔을 급습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아무 죄도 없는 여성을 감금했다면서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고 경찰도 서둘러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해 대선 관련 댓글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힌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 댓글 때문에 당선됐는지 여부는 입증하기가 어렵다. 다만 명백한 부정선거였고 편파수사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두 번째 뉴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

국정원 대선 개입 논란의 불똥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으로 비화된다. 대선 직전 선거 유세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울부짖으면서 대화록 발췌본을 읽었는데 그 발췌본은 국정원에 보관 중인 대화록과 정확히 일치했다. 국정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대화록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나왔고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차라리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나서면서 엉뚱하게도 사초 실종 공방으로 확산됐다.

세 번째 뉴스. 통합진보당 내란 음모 사건.

8월28일,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의원이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터졌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해명을 요구하면서 노숙 투쟁에 들어간 바로 다음날이었다. 시점도 절묘하지만 역시 뉴스의 중심은 국정원이었다. 떠들썩한 압수수색과 체포동의안 처리 등이 끝나고 재판이 시작됐지만 국정원이 공개한 녹취록의 상당 부분이 왜곡·조작된 것으로 드러났고 녹취록 이외의 내란 음모 혐의를 입증할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네 번째 뉴스.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식 보도 파문.

내란 음모 사건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자 9월6일, 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숨겨놓은 자식이 있다는 가십성 기사를 1면에 터뜨린다. 국정원 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던 채 총장은 혼외자식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법무부가 감찰에 들어가자 결국 사퇴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청와대 행정관이 채 총장 뒷조사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가족관계 증명서를 뗀 시점이 마침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검찰에 기소됐던 무렵이었다는 사실도 놀랍다.

다섯 번째 뉴스. 북한 2인자 장성택 처형.

국회에서 모처럼 여야 4자회담을 열고 국정원 특위 도입에 합의한 직후 국정원이 정보위 소속 의원들을 찾아와 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실각설을 국회에 흘린다. 12월3일, 다음날 신문은 “장성택 실각설 농후”라는 제목으로 도배됐다. 실제로 며칠 뒤인 12일 장성택 사형 집행이 사실로 드러났지만 국정원이 이슈를 물타기하려고 확률 게임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한 달 가까이 북한 관련 뉴스가 지상파 뉴스를 도배하다시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 대선 개입이 지난 정부의 일일 뿐 본인과 무관하다고 주장하면서도 끝까지 국정원을 감쌌다. 경찰에서는 수사를 총괄지휘했던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갑자기 송파경찰서로 전보 발령났고 검찰에서는 청와대 외압 사실을 폭로하고 상부의 지시 없이 국정원 직원 체포영장을 집행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장이 수사에서 배제되고 정직 1개월 처분을 받기도 했다. 청와대는 과연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채동욱 혼외자식 의혹도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었다. 기사는 조선일보에서 터뜨렸지만 뒷조사는 청와대 행정관이 지시했다. 본인이 아니면 뗄 수 없는 가족관계 증명서를 누군가가 들춰봤는데 청와대는 개인적 일탈이라면서 이 행정관을 직위해제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은 이명박 정부의 일이었지만 국가 권력을 동원해 수사를 방해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련의 범죄는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난 일이다.

특히 정상회담 대화록을 둘러싼 공방은 우리 사회의 어젠더 설정 기능이 얼마나 무너졌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핵심은 기밀로 분류된 문건을 어떻게 새누리당 의원들이 들춰볼 수 있었는지다. 본질은 역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이다. 애초에 NLL 포기 발언은 있지도 않았고 애초에 노 전 대통령이 굳이 대화록을 삭제해야 할 이유도 없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사초 폐기 의혹이 제기됐고 본질은 사라진 채 정치 공방만 남았다.

이석기 통진당 의원의 구속과 장성택 처형 이후 조성된 서슬퍼런 공안정국과 종북 때려잡기 메커시즘 열풍은 국정원의 망령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명박 정부 때 완전히 장악된 공영방송은 조선중앙TV를 방불케하는 공포 분위를 조성해 여론 조작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 때문에 당선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집권 이후 국정원이 정권의 친위부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새해에도 여전히 모든 뉴스는 국정원으로 통하게 돼 있다. 민주당이 무력하게 국정원 특검을 양보하고 난 뒤 소집된 국정원 특위는 유명무실한 상황이고 남재준 원장은 벌써부터 3월 무렵 북한의 도발이 있을 거라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국정원 관련 사건 재판은 더디게 진행 중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정원 주도의 공작정치가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독자들은 뉴스의 상관관계와 그 의도와 이면을 함께 살펴야 한다. 왜 이 뉴스가 이 시점에 터졌는지, 왜 이 뉴스가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지, 뒤덮인 뉴스의 이면에 사라진 뉴스는 없는지,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 엄혹한 시대에는 특히 더 독자들의 깨어있는 뉴스 읽기가 필요하다. 분석적 뉴스 읽기 못지않게 중요한 건 잊지 않는 것이다. 추악한 국가 범죄를 끝까지 기억하고 본질을 일깨워 역사적 심판을 받도록 하는 게 2014년 한국 사회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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