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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 민영화, 거짓말에 속지 않는 몇 가지 통계.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4, 2013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국토교통부의 거짓말을 간파하기는 매우 쉽다. 한국철도공사의 사업 부문별 비용과 이익 구조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철도공사의 지난해 경영실적 보고서를 보면 KTX 고속철도 운행횟수는 7만7262건, 전체 운행횟수의 6.2% 밖에 안 된다. 일반철도와 광역철도는 각각 14만3629건, 86만3811건에 이른다. 일반철도와 광역철도가 85.3%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화물이 9만6269건(8.2%)이나 된다.


반면 사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고속철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전체 운송부문 사업수익 3조360억원 가운데 여객부문이 2조6823억원으로 88.3%를 차지하는데 고속철도만 놓고 보면 1조5056억원으로 49.6%,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일반철도는 5005억원(16.5%), 광역철도는 6762억원(22.3%) 밖에 안 된다. 운송횟수로는 80%가 넘는 광역철도가 수익으로는 20% 남짓에 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더욱 이해가 쉽다. 2011년 기준으로 고속철도는 비용이 9167억원, 수입이 1조3853억원인데, 일반철도는 비용이 2조7225억원, 수입이 1조4236억원이다. 결과적으로 고속철도는 4686억원이 흑자지만 일반철도는 1조2990억원이 적자가 난다. 일반철도 적자가 하루 평균 36억원에 이른다. 결국 고속철도에서 들어온 돈으로 일반철도의 적자를 메우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수서발 KTX 자회사가 민영화냐 아니냐 논란이 많지만 먼저 직시해야 할 현실은 현재의 교차보조 시스템에서 그나마 돈 되는 KTX 노선을 떼어내 독립시키면 일반철도와 광역철도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를 메울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국토부는 17조원이 넘는 철도공사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분리한다고 하지만 오히려 적자를 키우는 결과가 될 거라는 우려도 이런 이유에서다.

철도공사 부채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토부는 2005년 철도공사를 설립할 때 1조5000억원의 부채를 탕감해 주고 2011년까지 공사경영 지원비로 4조원을 지원했는데도 오히려 부채가 급증했다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철도공사 부채는 2005년 5조8000억원에서 올해 6월 17조6000억원으로, 부채비율은 이 기간 동안 70.3%에서 433.9%으로 급증했다. 국토부는 2020년이 되기 전에 철도공사 부채가 5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엄포를 놓고 있다.

우선 현재의 철도 요금 시스템에서는 애초에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는 걸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고속철도 사업수익을 일반철도와 광역철도에 쏟아 붓고 정부 보조금이 2011년 기준으로 2825억원, 채권을 5479억원이나 발행해서 겨우 버티는 구조다. 운송 영업실적을 보면 비용이 수입의 129.6%, 인건비가 수입의 90% 수준에 이른다. 국토부는 높은 인건비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걸로 17조6000억원의 부채를 설명할 수는 없다.

철도공사는 2005년 출범 때 이미 5조8000억원의 부채를 안고 시작했다. 정부가 부채의 상당 부분을 탕감해줬다고 하지만 전국에 깔린 선로 건설부채가 워낙 많았다. 17조6000억원의 부채 가운데는 인천공항고속철도 1조2928억원과 KTX와 ITX 차량 구매 비용 2조5000억원 등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용산 역세권 개발 사업이 실패하면서 설정한 대손충당금 2조7000억원도 부채로 잡힌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내는 선로 사용료도 큰 부담이다. 철도공사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철도시설공단에 낸 선로 사용료는 4조4000억원에 이른다. 고속철도의 경우 운영수입의 31%, 일반철도는 유지보수 비용의 70%를 선로 사용료로 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정부가 부담해야 할 선로 건설 비용을 떠넘겨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국에서는 선로 건설비용을 정부가 대부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공익 서비스(PSO) 노선도 철도공사의 부채를 늘리는 요인이다. 경북선과 영동선, 정선선, 태백선 등 8개 노선은 2011년 기준으로 수입이 979억원 밖에 안 되는데 비용은 4311억원이나 든다. 공익 서비스 노선에서만 적자가 3332억원이 났는데 그해 정부가 철도공사에 지원한 보조금은 2825억원에 그쳤다. 정부가 PSO 노선 보조금을 제대로 지급하거나 극단적으로 PSO 노선을 접으면 적자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철도공사의 부채는 높은 인건비 등으로 인한 지속적인 운영적자 충당, 국제 회계기준 변경(K-IFRS 도입)으로 계열사 부채 포함, 고속철도 운영을 위한 신규차량 구입 등을 위한 자금 소요가 원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높은 인건비도 문제지만 좀 더 구조적인 요인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수서발 KTX 자회사는 이런 구조적 요인을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자회사의 지분 59%를 공공부문이 보유하기 때문에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관에 매각 금지 조항을 넣고 정관을 재정할 때는 주주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도록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일단 주식회사로 설립된 이상 국민연금기금 등이 주주로 들어와 정관개정이나 매각을 결정할 경우 이를 금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새누리당은 매각 금지를 법제화하자는 민주당 등의 주장에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장영기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적자를 해결해 줄 알짜 노선을 떼어 민간 기업에게 던져주는 것은 구조개혁과 적자해소 등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위원은 “정관은 주주의 마음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고 대통령 공약도 하루아침에 없던 일로 되는데, 주식회사의 정관이야말로 풍전등화”라면서 “정관 변경의 요건을 강화하고 못하게 한다는 것도 전혀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철도공사의 부채는 정부가 책임을 방기했기 때문에 늘어난 정책적 적자”라고 설명한다. “철도는 친환경성과 정시성, 안정성 등 단순히 영업이익 차원을 넘어 기업회계 바깥에서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이득이 큰 인프라 서비스인데 정부가 시설 투자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이용자들에게 떠맡기면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민연금이 공적자금이라고는 하지만 주주로 참여하는 이상 시장 수익률 이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오 위원장은 “시장 자본이 주주로 참여한다는 건 철도공사가 직접 운영할 경우 발생하지 않을 수익추구가 민영화 비용으로 국민에게 전가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참여가 공공성 확보와 무관하며 민영화가 아니라는 설명의 근거가 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오 위원장은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떼어낼 경우 수서발 KTX로 승객을 뺏기는 것도 문제지만 철도공사의 교차보조 시스템이 흔들리게 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반철도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결국 자회사 분할 이후 철도공사가 살아남으려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운행 편수를 줄이거나 요금을 올리고 적자 노선은 줄이거나 폐지하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영수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만들면 초기 설립비용만 3000억원 이상이 들지만 철도공사가 통합 운영하면 이 비용이 1000원억 규모로 줄어들고 중복 운영비용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철도산업에서의 분할은 규모의 경제 상실과 운영의 비효율성을 더욱 키우는데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분할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건비 감축 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철도공사 직원들 평균 근속 연수가 19년이라는 걸 감안하면 평균 연봉 6481만원이 많다고 보기는 어렵다. 임직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만8779명, 지난해 철도공사 매출 4조8157억원 가운데 인건비가 2조97억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철도공사 적자의 근본 원인은 높은 인건비 보다는 구조적인 낮은 수익성에 있다.

오 위원장은 “철도공사도 신입 초임은 매우 낮은 편이라 자회사로 분할하지 않고 직접 신규 채용을 늘려서 기존 인력을 전환 배치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자회사로 분할할 경우 중복 투자 등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오 위원장은 “공공부문이 지분을 소유한다고 하지만 흑자 나는 사업부문만 떼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민영화나 다름 없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알짜배기 사업을 떼어내 자회사로 분할하고 그나마 수익이 나는 KTX와 만성적 적자의 일반철도의 교차보조 시스템이 무너지면 철도공사 역시 공공성을 포기하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다. 민간에 팔지 않았으니 민영화가 아니라는 국토부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단순히 인건비 감축이나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철도의 공공성을 포기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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