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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억지, 서울 지하철도 분할하니 효율적이라고?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4, 2013

“서울 지하철을 봐라. 1~4호선과 5~8호선을 분리해서 운영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나.”

이게 조선일보가 수서발 KTX를 두둔하면서 내세운 논리다. 조선일보는 23일 사설에서 “서울 메트로는 1km에 직원이 75명, 영업비용이 86억원인 반면 서울메트로와 경쟁시키기 위해 설립한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는 1km에 직원이 45명, 영업비용이 52억원”이라면서 “이러니 서울메트로도 경영실적을 높이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신문은 “공기업을 민영화하지 않아도 서로 경쟁하도록 만들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면서 “이 때문에 요금이 오른 것도 없고 사고가 난 것도 없으며 서비스가 나빠진 것도 없다”고 설명이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처럼 한국철도공사와 수서발 KTX 자회사를 경쟁하도록 만들면 효율이 높아진다는 게 조선일보의 주장이다. 이 신문은 “결국 민영화 반대 파업이 아니라 철밥통 기득권 지키기 파업”이라고 비난했다.

이 신문은 18일 김민철 사회부장이 쓴 “철도 파업의 진짜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도 서울 지하철의 사례를 들어 철도 경쟁체제의 장점을 강조했다. 김 부장은 “1994년 굳이 서울메트로를 놔두고 5~8호선을 도시철도공사에 맡길 때도 서울지하철 노조는 지금 철도노조 같은 논리로 강하게 반발했다”면서 “철도 파업의 진짜 이유는 민영화든 자회사든 경쟁체제가 싫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주장은 기본적인 사실 관계부터 문제가 많다. 서울메트로는 올해 2월 기준으로 연장 141km 노선에 9076명,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52km에 6463명이 일하고 있다. 역수는 각각 140개와 152개다. 조선일보가 지적한 것처럼 서울메트로가 인건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수송인원이 1~4호선은 11억1100만명, 5~8호선은 6억3200명으로 서울메트로가 훨씬 많다. 단순히 노선 길이로 비교할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영업비용도 마찬가지다. 2011년 기준으로 서울메트로의 영업비용은 1조2050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178억원이다. 노선 길이로 비교하면 서울메트로가 상대적으로 고비용 구조지만 애초에 도심에 건설된 지하철 1~4호선과 외곽까지 뻗어나간 5~8호선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총괄원가는 서울메트로가 1조1662억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060억원이다. 1인당 수송원가는 서울메트로가 1049원인데 서울도시철도공사는 1276원으로 원가 부담이 더 크다.

조선일보가 공기업 분할의 모범사례로 꼽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분할 운영해서 얻는 장점은 거의 없다. 경쟁 체제의 효과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설과 장비, 물품을 중복 구입하게 되고 민원제기나 유실물 확보 등에서도 이원화된 조직 때문에 불편을 겪는 일이 많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노선이 만나는 환승역에서는 인원과 업무 중복이 불가피하다.

조선일보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경쟁을 통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현업 인력이 줄어들었을 뿐 본사 관리 인력이 상당 부분 중복돼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메트로는 본사 인력이 743명, 서울도시철도공사는 581명인데 지원인력을 포함하면 각각 1029명과 1320명까지 늘어난다. 이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중복 인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 감축 효과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사회공공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하급직인 6급에서 9급까지는 서울메트로가 임금이 좀 더 많고 상대적으로 고위직인 1급에서 5급까지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좀 더 많다. 전반적으로 서울메트로가 기본급 수준이 높고 하위직으로 갈수록 격차가 확대되지만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다. 1인당 인건비 차이는 근속 연수 차이에서 비롯한다고 보는 게 맞다. 각각 20.2년과 14.9년이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운영위원장은 “지하철로 구파발역에서 애오개역까지 가는 방법은 딱 하나다, 서울메트로나 서울도시철도공사 가운데 골라서 갈 수 없는 것처럼 동일한 지역 조건이 아니라면 경쟁이라는 게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오히려 환승역을 공동으로 관리하느라 중복 비용이 들고 환승 비용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소송까지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운수노동정책연구소 연구원은 “경쟁 효과를 기대하려면 한 지역의 소비자들이 여러 서비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철도나 지하철은 접근성이나 이동성이 가장 중요한 선택 요인이라 경쟁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이 연구원은 “지금이라도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를 통합한다면 1025명의 인력을 감축하고 연간 615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일부 인건비 축소나 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는 있을 수 있다”면서도 “결국 임금을 깎겠다고 공사를 분할한 건데 임금 감축 효과보다는 중복 투자에 따른 비효율로 치러야할 비용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수서발 KTX를 분리해 경쟁 체제를 도입한다는 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거짓말”이라면서 “서울 지하철 분할 운영은 모범 사례가 아니라 실패 사례나 반면교사 사례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1978년에 개통된 지하철 1호선과 최근에 건설된 지하철 7호선이나 8호선 등을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문제가 많다. 당연히 최근 건설된 노선이나 최근에 제작된 차량이 훨씬 효율이 높고 인건비도 적게 든다. 만약 5~8호선이 서울메트로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면 비용 구조를 개선하고 요금을 낮출 수도 있었을 텐데 실제로는 중복 투자로 그 효과가 상쇄됐다는 게 이 연구원의 지적이다.

이 연구원은 “수서발 KTX의 경우도 서울역이나 용산발 KTX와 80% 이상 노선을 공유하지만 서울 강남이나 성남 인근의 수요를 빼앗아가는 것일 뿐 경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도 “수서발 KTX도 어차피 신규 인력을 뽑아야 할 텐데 한국철도공사 평균 근속연수가 19년으로 평균 인건비는 높은 편이지만 신입 초임이 매우 낮은 편이라 자회사로 분할하더라도 인력 감축 효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서울 지하철의 경우 엄청난 적자를 서울시 보조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지만 수서발 KTX는 흑자 나는 노선만 떼서 분할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더 심각하다”라고 지적했다. 오 위원장은 “애초에 흑자가 날 수 없는 구조에서 KTX로 새마을호나 무궁화호, 지방의 적자 노선을 지원하는 구조인데 KTX 신규 노선을 떼서 분할하면 철도 공공성이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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