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은 위험천만한 수상가옥, 우리가 님비로 보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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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정호 목동 비상대책위 위원장… “교통혼잡, 학급과밀화 우려에도 졸속 추진”

행복주택이 주민들 반발에 밀려 대폭 축소됐다. 국토해양부는 11일 서울 공릉동과 목동, 잠실동 등 5개 행복주택 예정 시범지구에 공급가구를 7900가구에서 3450가구로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주민들 반발이 거셌던 목동은 2800가구에서 1200가구로 절반 이하로 줄어들게 됐다. 주민들은 축소가 아니라 전면 철회해야 한다며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집값 하락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의 집단이기주의라는 비판도 거세다.


행복주택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이었다. 주거복지 차원에서 신혼부부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며 프랑스 파리 몽파르나스 등을 모범 사례로 제시하기도 했다. 도심 외곽에 짓는 보금자리 주택과 달리 철도부지와 유수지 등을 활용해 도심에 건설한다는 게 차이다. 그러나 결국 첫 삽도 뜨기 전에 대폭 축소돼 애초에 충분한 사업 타당성 검토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반발이 심한 목동에는 곳곳에 행복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나붙어있다. 이 지역 주민들은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유수지 위에 건물을 짓는 걸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유수지가 아니라 다른 데 짓는 거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유수지 이외의 다른 부지가 없기 때문에 결국 목동에는 안 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다. 결국 집값 하락 우려 때문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각이 많지만 이들은 집값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그렇지만 반대하는 이유는 집값 하락 우려가 가장 크다”면서 “이 지역이 교통이나 교육 등 입지 조건이 좋기 때문에 임대주택으로 들어선다면 엄청난 인기를 끌겠지만 원래 살고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렇지만 행복주택이 들어선다고 해도 집값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유수지 안전성 문제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공급가구 수를 크게 줄였기 때문에 주민들이 우려하는 교통 혼잡이나 학급 과밀화 등의 문제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양천구청 관계자는 “유수지에 지으면 땅값이 안 들기 때문에 싸게 지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은데 기초공사 등을 감안하면 공사비가 3.3㎡에 3000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목동 주민들을 대표해 목동 주민비상대책위를 이끌고 있는 신정호 위원장은 “대부분 국민들이 유수지가 뭔지도 잘 모르지만 유수지는 놀고 있는 땅이 아니라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재난방지 시설”이라면서 “장마철마다 상습 침수로 물난리를 겪었던 양천구 구민들 입장에서는 유수지 위에 아파트를 짓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안전과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위한 당연한 요구”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음은 신 위원장과 일문일답.

– 결국 집값 때문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집값 떨어진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행복주택 때문에 더 떨어질 일도 없다. 집값이 떨어지는 건 거래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지 행복주택 때문은 아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다. 집값 때문에 반대한다는 건 국토해양부를 비롯해서 일부 언론의 마타도어다.”

– 유수지라서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유수지가 아니라 다른 공간에 지으면 반대하지 않겠다는 건가.
“유수지가 아니라면 적어도 유수지와 관련된 문제는 해결 될 텐데. 다른 문제들이 또 있다. 일부 언론이 왜곡 보도하고 있는데 우리는 행복주택 자체에 반대하는 게 아니다.”

– 유수지 보존이 중요하다는 데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없을 거고 유수지 위에 잘 지으면 되지 않나.
“유수지는 빗물을 모으는 곳이다. 평소에는 텅텅 비어있지만 장마철에는 목동과 신정동, 신월동 등에서 흘러든 빗물이 가득 들어차고 빗물펌프장에서 안양천으로 물을 퍼낸다. 지금은 복개가 돼서 주차장과 테니스장, 쓰레기 집하장 등이 들어서 있다. 가보면 알겠지만 이곳은 수많은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데 이 위에 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다. 몇 층으로 들어설지 모르겠지만 아파트를 지으려면 기둥을 다 뽑고 40~50미터 가까이 기둥을 박아 넣어야 한다. 물 위에 뜬 수상가옥이 될 텐데 안전도 문제지만 공사비용이 불어나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될 수도 있다. 졸속으로 추진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 공사비용은 정부가 걱정할 일이고 안전 문제만 해결되면 되는 건가.
“국토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수지 관리에 철저했다. 물 흐름이 바뀐다며 기둥 하나 위치도 못 바꾸게 하고 유수지 용도도 주차장과 테니스장 등으로 제한했다. 그런데 갑자기 여기에 아파트를 짓겠다고 한다. 양천구 일대는 2010년에도 홍수로 큰 물난리가 났다. 그래서 지난 4월부터 국내 최초로 대심도 빗물 터널을 만들고 있다. 만약 여기에 아파트가 들어서면 설령 아무리 안전하게 짓는다고 하더라도 앞으로는 확장을 할 수 없게 된다.”

– 이번 기회에 충분히 유수지 용량도 충분하게 더 늘리고 안전하게 잘 지으면 되는 거 아닌가.
“한번 아파트를 올리면 돌이킬 수 없다. 아파트 지을 데가 여기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목동 유수지가 전국에서 두 번째 규모다. 그만큼 홍수 위험이 크다는 건데 왜 굳이 위험을 감수하고 유수지 위에 반영구적인 아파트를 지어야 하나. 졸속으로 만든 공약을 지키려고 밀어붙이는 것 밖에 안 된다.”

– 그래도 상당수 국민들은 집단이기주의로 본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본다. 님비(NIMBY)가 뭔가. 우리 집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건데 우리는 우리 동네에 들어서기 때문에 반대하는 게 아니라 유수지 때문에 안 된다는 거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행복주택이 혐오시설이라고 본다는 건데 우리는 혐오시설이라 안 된다고 하는 게 아니다.”

– 유수지는 반대의 구실이고 교통 혼잡이나 인구 과밀, 중고등학교 학급 과밀화 등을 더 우려하는 거 아닌가.
“이 지역은 전국에서 인구밀도가 1위다. 여기에 대규모 주택단지를 입주시키면 교통이나 교육이나 큰 문제가 된다. 가뜩이나 목동 일대는 일방통행이라 툭하면 도로가 주차장이 되곤 하는데 대책이 있나. 중고등학교도 다른 데는 한 반에 20명 정도인데 여기는 40명이 넘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왜 당신들만 유난을 떠느냐고 하는데 무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지역의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거다.”

–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 대학생들이 대상인데 학급 과밀화 우려는 좀 지나친 엄살 아닌가.
“그 사람들은 나중에 애 안 낳나.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애 낳으면 내보낼 거라는 이야기까지 하던데 그게 말이 되나. 차가 있으면 입주를 제한하겠다고도 하던데, 그렇게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 그런데 이런 게 사실 집단이기주의 아닌가.
“이게 왜 집단이기주의인가. 우리는 임대주택이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최고급 주상복합이 들어와도 반대할 거다. 오히려 이 지역에는 혐오시설이 많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장도 있고 쓰레기 자동차 차고지도 있고 정비센터도 있다. 임대주택 보급률도 양천구가 4위다. 임대주택이 3000가구 들어설 때도 반대하지 않았다.”

– 그래도 주민들 반대를 의식해 가구 수를 줄였다.
“그것도 눈가리고 아웅이다. 1200가구면 굉장히 큰 단지다. 국토부는 유수지 지하에 빗물 터널 공사가 진행 중인 것도 모르고 사업계획을 발표했다가 뒤늦게 가용용지가 줄어든 걸 알고 답이 없어서 줄인 거지 사업 규모를 줄인 건 아니다. 다 말 장난이다. 가구 수를 줄일 게 아니라 아예 사업을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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