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마’ 박종진 앵커의 ‘3중인격’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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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시사토크쇼가 위험한 이유… 사담으로 포장했지만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닫힌 콘텐츠.

채널A의 간판 프로그램 ‘쾌도난마’를 집중 분석한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토크쇼가 대담자의 편향된 사견과 주관적인 감정을 객관적인 현실로 기정사실화하는 새로운 담화 양식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회자가 사회자의 입장(footing)을 넘어 활성화와 저자, 장본인의 3중인격을 뒤섞어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사회적인 것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박지영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연구원 등은 29일 대전 충남대학교에서 열린 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에서 종합편성채널의 시사토크쇼를 “사담적 저널리즘”으로 규정하고 “특히 ‘쾌도난마’의 담화는 우파의 시각에서 바라본 현실에 대한 주장들을 진실로 정의함으로써 이념적으로 치우친 시각에서 구성된 현실상을 자명한 사실로 객관화·자연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연구원 등에 따르면 “‘쾌도난마’의 사회자는 대담자의 견해의 초점을 모으고 대화의 흐름을 정리하는 게 아니라 대담자의 발언에 딴죽을 거는 전략으로 대담자가 좌파 진영을 보다 강도 높게 비난하고 강렬한 감정을 토로할 수 있도록 선동한다”.

사례로 든 384회 방영분을 보면 사회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우리 형제 민족끼리니까 사이좋게 지내자는 뜻에서 그렇게 했겠죠”라고 반론을 제기하는데 박 연구원은 “사회자의 딴죽걸기는 정국에 대한 이성적 판단 대신 좌파진영에게 사회적 위험요소와 편견을 투여하는 감정적인 담론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물꼬를 터준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방영분에서는 대담자가 “아니, 박종진 앵커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에요…. 저쪽은, 공산당이란 집단은 혁명을 위해서는 거짓말, 꼼수, 살인 뭐든 다 해도 된다는 게 레닌의 이야기야…. 다 거짓말쟁이들인데 그걸 어떻게 믿고 우리 땅을 내주냐 이거지”라고 맞받아친다.

박 연구원은 “사회자의 딴죽걸기는 언뜻 우파 논객들인 대담자들을 공격하거나 좌파 진영에 대한 편들기로 비춰질 수는 있지만 실상 우파의 논지를 흐리게 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할 수 있는 발언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좌파를 타자화하고 강렬하게 비난하며 이들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부착시킬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쾌도난마’의 사회자는 활성자와 저자, 장본인(principal)의 역할을 오가면서 자신의 주관적 입장을 사회적 집단의 대표 목소리로 확장해 나간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지난 6월21일 382회 방송분에서는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 “문재인 의원은 이렇게 된 이상 다 까자 이렇게 제안했습니다”라며 활성자로서 말을 꺼낸다. 그리고 “판도라 상자가 열릴 준비가 돼 있는 것 같습니다”면서 표정과 자세를 바꾸고 “일단 상자가 열렸으니 앞으로 이어질 파장에 대해서는 문제를 야기한 인물들이 책임을 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저자로서 입장을 전환한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이때 사회자는 머뭇거림, 의심과 우려의 표정 등을 통해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문재인 의원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 시각을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그리고 “‘정쟁에 가려진 민생법안 처리가 더 늦어지지 않도록 국회의원님들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라며 장본인으로서 말한다”는 분석이다.

383회 방송분에서도 이런 3중인격을 드러낸다. 앵커가 활성자와 저자, 장본인의 입장을 넘나들면서 사견과 진실을 뒤섞는다.

활성자 : “국정원 요약본이 공개됐습니다. 발췌록에 따르면 노무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NLL이 국제법적인 근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저자 : “우리나라 대통령의 발언으로는 좀 의심스럽습니다. 예, 대통령 발언 같지 않습니다. 살아계시다면 지금 어떤 해명이 나올지, 어떤 의중에서 나온 발언인지 꼭 듣고 싶습니다.”
장본인 : “대통령, 정치인…, 안보가 불안한 나라다 이렇게 말만 하지 마시고 이제 좀 국민에게 신뢰와 안정을 주시기 바랍니다.”

‘쾌도난마’에서 드러나는 몇 가지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멍석깔기의 순서 교체”가 있다. 사회자가 먼저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대담자가 그에 대해 논평하고 반박하는 대화 시퀀스를 종종 구사한다.

“오늘 뭐, 국정원 그거 뭐에요? 대화록? 너무 지겹게 가는 거, 이미 다 나왔는데, 그거를 또 뭘 한다 그러고 원본 파일 확인해 보겠다는 거지, 그거를 또 뭐 3분의 2 이상 투표를 통해서 그렇게 할 필요 있습니까.”

박종진 앵커가 이렇게 말하자 대담자로 나선 시사평론가 이봉규씨가 이렇게 반박한다.

“그건 일반 국민들 생각이고 박종진 앵커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그렇게 생각하는데 정치하는 사람들은 그게 아니죠.”

박 연구원은 “이렇게 역전된 순서교대 전략은 사회자가 대담자의 발언의 논리적 빈틈을 공격하고 질문을 던지던 방식에서 벗어나 대담자가 사회자의 의견에 대해 반박함으로써 자신의 논지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대담자가 사회자의 말을 끊고 자신의 발언 순서를 확보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이런 대화도 있었다.

사회자 :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정말 통일의 대상으로 한 민족의 대상으로 사랑하셨다 이렇게 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대담자 : “북한 주민을 사랑한 건 아니고요. 북한 주민을 외면했죠. 납북자도 외면했죠. 국군 포로도 외면했죠. 사랑한 사람들이 있다면 김정일과 그 측근이겠죠.”

박 연구원은 “대담자가 편향된 견해를 펼 수 있게끔 멍석을 깔아주는 전략이자 대담자의 편향된 견해에 권위를 부여해주는 전략”이라면서 “사회자가 대담의 방향성을 강하게 통제하는 권위적인 지위를 버리고 사회자와 대담자의 관계가 평등하고 사회자 역시 개인의 견해를 표출할 수 있는 사담의 양식으로 변화한 것이 대담자의 정치적 편향성과 논리적 비약에 권위를 부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립적인 자막과 편향적인 발언의 배치도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384회 방송분에서는 “남북 대화록 공개 외교적 파장 우려”라는 자막을 내걸고 정작 대담은 “외국 정삳들 다 놀랬을 겁니다, 적국에 가서…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 아닙니다, 외교적 태도는 필요 없습니다”라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외교적 파장을 낳은 게 대화록 공개가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는 의미로 잘못 전달될 수도 있는 편집이었다.

박 연구원은 “자막의 중립적인 문구는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라는 허울이자 환영을 제공해주면서 노무현이라는 아이콘으로 대표되는 좌파 진졍을 타자화하는 담화의 편파성을 지우는 효과를 낳는다”면서 “동시에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위협받는, 전쟁에 버금가는 불안한 현실을 객관적인 현실로 기정사실화하고 불안감의 감정에 객관적인 실체를 부여하는 작용을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쾌도난마’의 정치 담론은 국가 지도자의 발언으로 인한 충격과 배신감, 안보에 대한 불안감, 민생이 등한시되는 현실에 대한 통탄, 반복되는 정치공방에 대한 짜증, 국가를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비분강개의 감정과 이러한 총체적 현실을 야기한 좌파 진영에 대한 증오와 분노의 감정을 구성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노무현=민주당=종북이라는 구성물을 만들고 이들을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의 대상으로 타자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과정에서 북한이라는 외부적 타자에 대한 증오, 공포, 불안의 감정 역시 타자화한 대상들에게 부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자의 마이크 옆에 경찰차의 사이렌과 머그잔을 배치한 것도 만약 의도한 것이라면 절묘하다. 각각 공정한 중재자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면서 동시에 차 한 잔 하면서 소소하게 대화하는 느낌을 구현하는 오브제라고 할 수 있다.

박 연구원은 “서로 다른 시각이 담긴 공론이 부딪히고 타협되는 인지적 공간이 아닌 다양한 감정이 작동하는 정동적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는 사담을 통해 정치적 어젠더를 가볍게 소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자 이 프로그램이 쏟아내는 강도 높은 감정들의 전제가 되는 이데올로기적 시각에 대해 인지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감각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종편 시사 토크쇼의 이념적 편향성이 단순히 특정 진영을 무작정 편드는 것이 아니라 사담의 담화 양식이라는 새로운 장르 관습 속에서 체계적으로 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 연구원은 “시사 토크쇼라는 새로운 장르의 담화 양식 자체가 특정한 이념을 만들어 내는 배양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와 대담자의 내밀한 동맹 관계가 사담의 양식을 통해 누설되면서 시청자들이 일정한 방향의 감정을 공유하고 특정한 시각에서 나온 편향된 의견에 합치를 이루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 연구원은 “종편의 시사 토크쇼는 다양한 해석과 의미들이 경합을 벌일 수 있는 열린 텍스트라기보다는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된 닫힌 텍스트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저널리즘이 연성화하면서 사담의 양식이 저널리즘의 영역에 스며들고 있는 양상이 이념적 양극화가 점차로 심화되고 있는 한국의 정치적 현실에서 갖는 함의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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