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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구겨진 자존심 타이젠, 이번에는 잘 될까.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 2013

삼성전자가 타이젠 냉장고를 출시할 계획이라는 발표에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떠올렸을 것이다. 바다는 2009년 삼성전자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모바일 운영체제(OS)였다. 시장 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바다가 들어간 스마트폰은 세계적으로 505만대, 점유율은 3%였다. 구글의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와 달리 써드파티 개발자들의 참여가 저조했고 당연히 애플리케이션도 부족했고 소비자들 평가도 냉담했다.

삼성전자는 결국 올해 2월, 바다의 개발 종료를 선언하고 바다를 타이젠에 통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바다는 멘토그래픽스에서 만든 뉴클레어스라는 임베디드 솔루션을 썼지만 타이젠은 인텔과 손잡고 만든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OS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뿐만 아니라 냉장고와 카메라, 프핀터, 에어컨, 세탁기까지 타이젠을 심고 통합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다. 이르면 내년 2월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가 최근 스마트폰 앱 개발자 16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32%가 내년에 MS 윈도폰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앱을 개발할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타이젠 앱을 개발하겠다는 답변은 5%에 그쳤다. 안드로이드 앱은 84%, 애플 iOS 앱은 68%나 됐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하지 않는 이상 구글이나 애플의 풍부한 앱 생태계를 따라잡기 힘들 거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는 2017년 타이젠 시장점유율이 2.9%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1.4%)나 블랙베리(3.6%)에 뒤지고 대세는 여전히 안드로이드(59%)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타이젠 역시 바다처럼 마이너 OS로 머물다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여러 가전제품을 연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지만 안드로이드 ‘왕국’의 외부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거라는 이야기다.

타이젠은 바다와 다르지만 바다의 실패 요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앱을 지원하지 않는 데다 써드파티 개발자들의 참여도 저조하고 다른 제조회사들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안드로이드나 iOS에 익숙해진 이용자들이 굳이 타이젠으로 옮겨갈 유인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큰 문제다. 무엇보다도 당장 안드로이드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바다와 타이젠 뿐만 아니라 블랙베리와 심비안 등의 OS가 앱 생태계 구축에 실패해 퇴출된 전례가 있다. 플랫폼을 초월하는 글로벌 앱스토어를 만든다던 WAC(슈퍼앱스토어) 프로젝트도 흐지부지 사라지고 말았다. 참여하는 업체들 이해관계가 너무 다르기도 했고 통일된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데도 실패했기 때문이다. WAC는 책임을 지고 주도하는 주체가 없었고 결국 선언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종덕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근 개발자 대상으로 열린 컨퍼런스에서 “타이젠은 개방성이라는 장점뿐 아니라 그래픽과 처리 속도 등 모든 면에서 경쟁 제품보다 뛰어나다”면서 “특히 HTML5 지원에서 강력한 성능을 보인다”고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이미 타이젠을 얹은 미러리스 카메라(NX300M)를 시판 중이고 내년에는 스마트폰에 이어 타이젠 TV까지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혁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정착하기까지 2년 이상 시간이 걸렸고 iOS도 1년이 지나서야 앱스토어가 생겼고 앱 생태계가 자리잡은 것은 iOS 3.0 이후였다”면서 “타이젠의 경우 삼성전자와 인텔 등이 스마트폰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있기 때문에 초기 안드로이드나 iOS보다는 빨리 정착할 수 있겠지만, 소비자들이 이미 안드로이드와 iOS에 너무 익숙해 있다는 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구글 안드로이드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긴 하지만, 제조사들은 순정 상태의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스마트폰 업체에 특화된 유저 인터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개발비가 들어간다”면서 “안드로이드와 iOS의 90%에 육박하는 비정상적인 점유율이 한계를 맞고 파이어폭스와 우분투 등 새로운 모바일 OS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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