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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3.0 내로우캐스트 시대, 방송사들은 준비됐나.

Written by leejeonghwan

December 2, 2013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공동으로 공개한 방송산업 발전 종합계획을 보면 미디어 정글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업종과 업종 사이의 장벽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이고 포화상태를 지나 쪼그라들고 있는 시장에서 서로의 파이를 뺏기 위한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로비와 특혜로 얼룩져 방송시장 생태계가 공멸할 거라는 우려도 나오지만 애초에 게임이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KDB대우증권은 19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이제 브로드캐스트가 아니라 내로우캐스트의 시대가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문지현 연구원은 “TV 3.0 시대에 전통적인 미디어 기업들, 방송사와 케이블 사업자(SO)들은 모바일 플랫폼을 아우르며 변화하는 환경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내로우캐스트(narrowcast)란 시청자들이 이제 보여주는 대로 보는 게 아니라 보고 싶은 것만 골라서 본다는 의미다.

문 연구원은 “TV 1.0이 아날로그 방송을 수신하는 전통 TV 하드웨어가 거실을 지배하는 시기라고 한다면, TV 2.0으로 넘어오면서 TV가 디지털과 연결되고 TV 3.0으로 진행되는 시점이 바로 모바일과 개인화 서비스가 접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때 “TV는 어디에나 있다(TV Everywhere)”고 하더니 이제는 “TV가 없어도 되는 시대가 됐다(TV Nowhere)”는 말까지 나온다. 문 연구원은 “콘텐츠 본연의 가치가 더욱 중요하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문 연구원은 “스크리네이저(screenager)가 미디어 콘텐츠 시장을 바꾸는 동력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크리네이저는 스크린과 틴에이저를 합친 말로 미래학자 리차드 왓슨이 만든 신조어다. 스마트폰 보급률이 늘어나면서 10대들 뿐만 아니라 상당수 시청자들이 TV를 TV로 보지 않는 시간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본방 사수가 줄어든 건 오래됐고 온갖 새로운 주문형 비디오(VOD)가 쏟아지고 있다.

문 연구원은 “한국은 이미 고도 성장기를 지났고 내수 경제의 성장이 더딘 데다 광고주들의 내수용 광고 예산도 큰 변동이 없다”면서 “국내 광고 위주로 비즈니스 모델이 정착된 방송사는 이제 콘텐츠에 정면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N스크린 현상이 심화되면서 우후죽순 생겨났던 OTT(over the top,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재편이 일어날 것이고 생존의 법칙이 좀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10분의 1 이하로 줄어들었던 미국 최대의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사례는 국내 방송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콘텐츠가 없는 상태에서 플랫폼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다 보니 콘텐츠 구매 비용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났고 후발 주자들과 덤핑 경쟁을 벌이느라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그러나 올해 들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었고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가 흥행에 성공하면서 유료 가입자가 크게 늘어났다.

넷플릭스와 다른 전략으로 자리를 잡은 훌루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훌루는 FOX와 NBC, A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든 OTT 서비스다. 콘텐츠 구매 비용이 낮기 때문에 다른 OTT 서비스보다 지속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문 연구원은 “N스크린 서비스는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면서도, 비용까지 제어할 수 있어야 성장성과 지속 가능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연구원은 이런 변화가 광고 시장의 변화로 나타나겠지만 속도는 더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문 연구원은 “매체별로 실질적인 수요, 즉 사용자의 소비 시간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데 광고주들의 매체별 광고비 지출은 느리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고주들이 요즘 사람들이 이전보다 적게 보는 인쇄 매체에 광고비를 지출하지만 사람들이 하루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 모바일에는 아주 적은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국내 1위 광고 대행사 제일기획의 경우 올해 3분기 영업총이익 중 올드 미디어로 분류할 수 있는 인쇄 및 전파 부문은 24%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나머지 76%는 케이블과 디지털 등 신규 매체와 제작 및 마케팅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1위 포털 사이트 네이버도 디스플레이 광고는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들었는데 검색광고는 13% 늘어났다. 모바일 검색광고 비중이 크게 늘어난 덕분이다.

문 연구원은 “한국은 특히 VOD 시장의 성장세가 다른 나라들 보다 빠른 편이고 유료방송 시장에서 IPTV 점유율이 29% 수준으로 다른 나라들보다 세 배 가까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 연구원은 “방송 콘텐츠 시장이 올해는 전년 대비 5.5%, 내년에는 6.5%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는데 부가 방송 콘텐츠 시장은 올해 15%에서 내년에는 18%로 좀 더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 연구원은 “지상파 방송사들은 핵심 콘텐츠의 권리를 쥐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기존 방송 플랫폼 외의 모바일을 포섭할 수 있는 신규 플랫폼도 갖게 되어 예전보다 가진 카드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MBC와 SBS가 공동 출자해서 만든 푹이 4분기에는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연구원은 “디지털 영상 시장에서 본격적인 파워게임이 벌어지면서 영상 콘텐츠 권리를 가진 기업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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