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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이건희 상속세만 10조원, 계산은 이미 끝났다?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9, 2013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위독하다는 소문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1942년생, 우리 나이로 일흔두 살이다.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폐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임원 만찬이 1주일 연기된 것을 두고 이 회장의 건강이 급속도로 악화됐다는 소문이 퍼졌지만 만찬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청와대 대기업 총수 회담에도 모습을 드러냈고 지난달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위원회(IOC) 회의에 참석해 건재를 과시했다.


삼성그룹 내부에서는 입 밖에 내는 것조차 꺼리지만 아직 후계구도 재편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젠가 이 회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경우 재산 상속 과정에서 내부 지분이 줄어들고 지배구조가 흔들릴 위험이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 등이 상당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고 삼 남매의 지분은 아직 그룹 전체를 장악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다. (이하 직책 생략)

최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인수합병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 삼성그룹 지배구조 변화를 가늠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먼저 지난달 24일,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 사업부문을 인수한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인수대금은 1조500억원. 삼성물산이 지난 8월부터 장내에서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야금야금 사들여 1.82%를 확보한 사실도 후계구도 재편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7일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도 중요한 변수다. 이재용은 삼성SDS 지분을 8.8%, 삼성SNS 지분 45.7%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두 회사가 합병하면 합병회사의 지분을 11.3% 갖게 된다. 삼성전자가 22.6%로 1대주주, 삼성물산이 17.1%로 2대주주, 이재용이 3대주주가 된다. 이들 지분을 모두 더하면 50.9%가 된다. 한국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합병 이후 삼성SDS의 기업가치는 5조8210억원에 이른다.

일련의 인수합병 과정을 살펴보면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삼성생명을 계열 분리하고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는 시나리오와 둘째,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를 유지하되 삼 남매가 사업 부문을 나눠 맡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그러나 첫 번째 시나리오는 삼성생명 지분 매각이 골칫거리고 두 번째는 공정거래법이나 금산분리 이슈 등이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어느 경우든 가장 큰 변수는 이건희의 지분이다. 이건희는 삼성에버랜드 지분 3.7%와 삼성전자 지분 3.4%, 그리고 삼성생명 지분을 20.8% 보유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종합화학 등도 일부 보유하고 있다. 얼추 계산해 봐도 12조원을 웃돈다. 30억원 이상에 적용되는 상속세 또는 증여세 최고 세율 50%를 적용하면 이재용 남매는 6조원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비상장 계열사들 자산 추정이 어렵기 때문인데 10조원 이상이 될 거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움직임을 보면 이재용 남매는 삼성에버랜드를 지배구조의 중심축으로 가져가되 삼성SDS 등의 지분을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실탄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삼성SDS는 순환출자 구조에서 빠져있어 지분을 내다 팔더라도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이재용 남매가 보유한 삼성SDS 지분은 다 해봐야 1조2000억원 남짓. 추가 지분 매각이나 지분 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의 관계도 핵심 변수다.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20.8%를 보유하고 있는 이건희다. 2대주주는 19.3%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다. 둘의 지분이 거의 비슷한 상황에서 삼성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이 늘어 최대주주가 되면 삼성에버랜드가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되고 삼성에버랜드가 보유한 삼성전자 등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모두 정리해야 한다. 이재용 남매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된다.

이 때문에 이건희 사후 이재용이 삼성생명 지분을 물려받더라도 상속세를 현금으로 내고 삼성생명 지분을 지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수단이고 삼성생명을 지켜야 아버지 시대의 영향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을 못 지키면 삼성전자도 잃게 된다. 이건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은 20.8%. 이것만 해도 4조3234억원에 이른다. 이걸 이재용이 그대로 넘겨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남매가 삼성에버랜드 지분 41.9%를 소유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삼성생명이 다시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하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다. 이건희 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4.7% 밖에 안 되고 여기에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4.1% 더 있을 뿐이다. 만약 삼성생명과 삼성전자의 연결고리가 끊길 경우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1심에서 승소하긴 했지만 이건희의 형 이맹희와 소송도 민감한 변수다. 이재헌 CJ 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이맹희는 아버지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삼성그룹을 이건희에게 단독으로 물려준 게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건희는 삼성 특검 과정에서 드러난 삼성생명 차명 주식을 모두 자기 이름으로 실명 전환했는데 이 지분 가운데 일부를 이맹희가 가져갈 경우 삼성생명을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가 위태롭게 된다.

이 때문에 이건희의 지분을 모두 이재용에게 넘기지 않고 일부를 삼성에버랜드에 증여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차피 삼성에버랜드는 이미 이건희 남매가 꽉 잡고 있다. 만약 이건희의 지분 일부를 이재용이 상속하고 일부는 삼성에버랜드에 증여하는 방식으로 쪼개면 이재용은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계열사들에 미치는 영향력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삼성그룹의 3세 승계 작업은 2010년부터 착착 진행돼 왔다. 2010년 삼성생명을 상장했고 2011년에는 삼성카드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KCC에 매각했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사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삼성생명 보험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다. 금산분리가 이건희 또는 이재용 왕국의 최대 아킬레스 건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때 “금융회사가 보유한 비금융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5%로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 말은 곧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지분 7.2% 가운데 5%가 넘는 2.2%를 매각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다. 이것만 해도 4조8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이재용 남매에게는 이 지분을 넘겨 받을 여력이 안 된다. 금산분리 공약이 시행될 경우 그룹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업계에 떠도는 시나리오 가운데 몇 가지를 추려보면 우선 이건희가 보유한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맞바꾸는 방안이 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제안인데 이 경우 삼성홀딩스 아래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등이 들어가고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은 삼성금융홀딩스로 떨어져 나가게 된다. 이재용 일가가 갖는 삼성홀딩스와 삼성금융홀딩스 지분은 각각 38.5%, 자사주 9.1%를 더하면 내부지분 비율은 47.6%가 된다.

이은정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이 가장 원하는 방식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계속 보유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식이겠지만 현행 법 체계에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에버랜드가 보험지주회사가 되고 삼성생명이 자회사로 들어가 일반지주회사나 비금융회사를 손자회사로 지배하게 된다. 이 연구원은 “그러려면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 보험사가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도록 추가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는 삼성전자인데 이재용, 이부진, 이서현 등 삼성그룹 3세들은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선제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건희 회장 나이도 있고 5년 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배구조 개편이 수반된 2단계 작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 연구원은 “포스트 이건희 시대에는 3세 경영인 혼자서 그룹 전체를 경영하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면서 “고 이병철 회장이 자녀들에게 전자(삼성)와 유통(신세계), 식품(CJ), 제지(한솔) 부문을 분할해 승계시켰듯이 포스트 이건희 시대도 이재용 남매에게 분할 승계하는 방식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금융 계열사와 비금융 계열사가 뒤섞여 있는 상황에서 계열사 지분 정리와 순환출자 해소 등 엄청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삼성에버랜드의 자산규모가 8조4000억원 규모로 삼성생명 지분가치 4조1000억원이 전체 자산규모의 50%를 웃도는 데다 향후 사업 확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삼성생명이 지주회사로 편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이야기다.

결국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에버랜드를 유사 지주회사로 두고 이건희 남매가 전자·금융 부문(이재용)과 건설·호텔 부문(이부진), 패션·광고 부문(이서현)으로 사업 부문을 나눠맡는 방식이 거론된다. 삼 남매가 삼성에버랜드를 공동 경영하면서 사업 부문을 책임 경영하는 형태가 되거나 상호 출자 지분을 정리해 계열 분리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의 지분 매각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일모직 패션 사업 부문을 삼성에버랜드에 넘기기로 한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삼성에버랜드의 덩치를 키우는 동시에 지주회사 전환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제일모직은 전자재료와 화학 등 소재산업에 집중해 추가 인수·합병을 모색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삼성에버랜드 등 건설 사업 부문을 합병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4.1%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어느 시나리오로 가든 삼성그룹의 3세 경영 구도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이미 삼성에버랜드를 중심으로 유사 지주회사 체제가 확립된 데다 상속·증여세 마련을 위한 실탄도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금산분리가 최대 변수지만 박 대통령은 당초 공약과 달리 금산분리를 완화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건희 왕국에서 이재용 왕국으로 간판을 바꿔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이 시가총액 300조원이 넘는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든 비용은 1995년 이건희에게 60억8000만원을 증여 받으면서 낸 증여세 16억6000만원이 전부다. 이재용은 이 돈으로 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고 이 회사들이 상장한 뒤 563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았다. 이 돈으로 이듬해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사들인 뒤 주식으로 전환해 경영권을 확보,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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