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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지상파에 MMS 날개를? 그럼 남는 주파수를 그냥 놀리나?

Written by leejeonghwan

November 9, 2013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가 방송통신 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MMS가 허용되면 지상파 채널이 지금 5개에서 최대 20개까지 늘어나게 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볼 거리가 늘어난다는데 딱히 반대할 이유가 없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엄청난 특혜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늘어난 채널에 광고를 허용하느냐 허용하지 않느냐도 쟁점이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에 과연 이 정도 채널을 채울 콘텐츠가 있느냐도 논란이다.


MMS는 멀티모드서비스(multi mode service)의 줄임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1개 채널에 6MHz씩 주파수 폭을 할당받아 방송을 송출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면서 데이터 압축과 송출 효율이 높아져 같은 주파수 폭을 쪼개서 여러 채널을 전송하는 게 가능하게 됐다. HD 화질로 2개 채널을 내보내거나 1개의 HD 채널과 3개의 SD 채널을 내보내는 것도 가능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절박하다. 디지털 전환 이후 직접 수신비율이 크게 줄어든 데다 시청률 자체도 예전 같지 않다. 종합편성채널이나 tvN 등 CJ 계열 케이블 채널(PP)들에 시청자들을 많이 뺏기기도 했고 본방사수도 많이 줄어들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MMS가 허용되면 직접 수신비율을 높이고 영향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존재감을 잃고 있는 지상파 플랫폼에 MMS가 새로운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절박한 기대다.

SO들도 절박하긴 마찬가지다. 지상파는 디지털로 넘어갔지만 여전히 SO 가입자 가운데 60% 이상이 아날로그 가입자들이다. 디지털로 옮겨가야 수신료를 높여 받을 수 있을 텐데 가입자 전환이 더디다. 가뜩이나 이 와중에 IPTV와도 경쟁해야 한다. 통신요금과 결합상품으로 선택하면 케이블보다 가격 조건이 훨씬 좋기 때문에 디지털 전환을 세게 밀어붙일 수 없는 답답한 사정도 있다.

만약 지상파 방송에 MMS가 허용돼서 케이블을 끊고 지상파 직접 수신을 선택하는 가구가 늘어나면 SO들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 된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나 훌루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케이블을 끊고 다른 유료방송으로 갈아타는 이른바 ‘코드컷팅’ 현상이 확산됐는데 MMS가 허용되면 한국판 코드컷팅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가뜩이나 우리나라 케이블 수신료는 소득 수준을 감안해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워낙 업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라 학계에서도 찬반 양론이 분분하다. 정연우 세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방송은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가 중심이 돼야 한다”면서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지금도 지상파가 전체 방송광고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MMS가 허용되면 중소 PP들이 고사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와 최 교수의 주장은 정면으로 충돌한다.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가뜩이나 척박한 유료방송 시장에 엄청난 충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지상파 방송에 이런 엄청난 특혜를 줘도 되느냐는 의견도 있고 KBS와 MBC 등 공영방송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SBS에 추가 채널을 주는 게 옳으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결국 최대 쟁점은 광고다. 이남표 MBC 기획조정본부 전문연구위원은 “광고 없이는 할 수가 없다”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이 위원은 “MMS를 한다고 하더라도 광고 매출이 얼마나 늘어날지 알 수 없다”면서 “메인 채널의 광고가 분산돼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규 SBS 방송지원본부 라디오기술팀 부장은 “광고 시장의 파이를 나눈다기 보다는 염가형 광고 등 새로운 광고 시장을 개척하는 게 과제”라고 지적했다.

최진봉 교수는 “대형 할인마트가 들어서면 동네 상권이 죽는 것처럼 당장 지상파 채널이 늘어나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지만 전체 시장으로 보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송시장이 지상파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도 있고 방송의 다양성 측면에선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정연우 교수는 “오락과 예능 비중을 줄이고, 다큐와 시사 등 공적 성격이 강한 콘텐츠에 집중하면 광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용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홍보팀장은 “지상파 방송의 직접 수신비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재송신 이슈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채널이 늘어난다고 해도 직접 수신비율이 크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고 결국 유료방송에 재송신하는 형태가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은 5%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지상파와 PP가 같은 파이를 두고 싸우면서 군소PP들에게는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남표 위원은 “지상파 직접 수신비율이 오르지 않는 이유가 환경이 나빠서라기 보다는 그럴 필요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MMS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시청자들은 우선 프로야구 방송이 나오느냐고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진홍 월간 방송과기술 편집장은 “방송사들마다 입장이 조금씩 다른데 KBS는 MMS를 하면 직접 수신비율이 조금이라도 올라갈 거라고 보고, 이거 안 하면 다 죽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과거 MMS 도입 논의를 할 때 정부가 부가 채널을 조중동에 주려는 눈치가 있어서 지상파들이 깨고 나온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MMS 허용이 지상파 특혜라는 논란이 있는 가운데 신규 지상파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당연히 부가 채널의 권한을 기존 방송사들에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2HD로 가느냐 1HD-3SD로 가느냐도 방송사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채널이 늘어나 봐야 결국 재방송으로 때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종편처럼 적당히 뉴스와 시사를 늘리는 건 어렵지 않겠지만 다큐멘터리와 예능, 드라마 등을 늘리려면 엄청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 실제로 MBC도 PP가 있지만 스포츠를 제외하면 대부분 재방송으로 때우고 있다. 애초에 본방 사수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데 콘텐츠 없이 채널만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처장은 “MMS와 수신료 인상 논의가 연계돼 있다”면서 “KBS는 MMS를 하려면 수신료 인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인데 방통위는 유료방송 시장 확대를 정책적으로 미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방통위가 지상파에 MMS를 주고 KBS 수신료 인상과 KBS2 광고 폐지로 파이를 키워 유료시장에 광고를 밀어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방통위는 MMS를 비롯해 8VSB와 DCS 등 풀 수 있는 규제를 모두 푼다는 입장이다. 무한경쟁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운다는 전략이다. 다만 MMS는 KBS와 EBS에만 허용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방통위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에 MMS 실험방송을 시작한다는 계획인데 일단 지상파 4사 모두 실험방송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MMS 허용과 함께 지상파 방송의 독과점과 공공성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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