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는 신문사들, 서두르다 더 빨리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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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진흥재단 보고서 “야심찼던 도전, 너무나도 평범했던 콘텐츠… 준비 안 된 도전은 오히려 위험.”

세계 최초의 태블릿 신문, 더데일리는 2년을 채 못 버티고 문을 닫았다. 구독료는 1주일에 99센트, 1년에 39.99달러였다. 운영비용이 1주일에 50만달러, 머독은 5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면 승산이 있다고 봤지만 10만명 수준에 그쳤고 연간 적자가 3000만달러에 육박했다. 2011년 2월에 창간해서 이듬해 8월 직원 3분의 1을 정리해고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실시했지만 결국 그해 12월 폐간했다.


더데일리는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의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포장은 떠들썩했지만 콘텐츠는 평범했다. 장년층 독자들은 더데일리가 일반 신문이나 잡지를 디지털 포맷으로 바꾼 형태이기를 바랐고 청년층 독자들은 온라인 콘텐츠와 연결성을 중시하거나 더 젊은 독자들은 순수한 모바일 앱의 기능을 기대했다. 포레스터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데일리의 콘텐츠는 지나치게 일반적이었고 지불의사를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보고서에는 실패한 미디어 기업의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류동협 블랙힐스주립대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더데일리의 실패를 “너무도 야심찼던 도전, 너무도 평범했던 콘텐츠”라는 한 마디로 정리한다. 류 교수는 “소비자들은 온라인 콘텐츠가 그들의 직업에 도움이 되거나 사진이나 요리, 음악처럼 열정적으로 몰입하는 취미와 연결될 때 지불의사를 보이는데 더데일리는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에 따르면 구독과 광고가 동시에 급감하는 건 미국 신문들도 예외가 아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시카고트리뷴, 필라델피아인콰이어러, 미니애폴리스스타트리뷴 등의 지역 신문들이 문을 닫거나 문을 닫을 위기에 직면해 있다. 류 교수는 “미디어기업들의 도산이 이어지면서 뉴스를 수집하고 보도하는 언론이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면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이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게 2억5000만달러에 팔려간 사건은 세계적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워싱턴포스트의 구독 부수는 2002년 77만부에서 지난해 47만부까지 떨어졌다. 2002년에는 1억900만달러 흑자를 냈는데 지난해에는 537만달러 적자를 냈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혁신과 변화에 다른 어떤 신문사들보다 앞장 섰던 신문사라 충격이 더 했다.

콜로라도주의 록키마운틴뉴스는 경쟁사인 덴버포스트와 광고 운영과 인쇄, 배달 등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 두 신문사는 생존의 방편으로 구독료를 올렸는데 그게 패착이었다. 구독자 수가 각각 17.9%와 11.9%씩 떨어졌고 결국 록키마운틴뉴스가 먼저 문을 닫았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한 도시에 하나의 일간지만 살아남아 사실상 독점 시장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시애틀의 시애틀포스트인텔리젠서는 조금 다른 생존 전략을 선택했다. 이 신문은 2008년 1400만달러의 적자를 내고 생사의 기로에서 온라인 신문으로 마지막 승부수를 뒀다. 오프라인 구독자는 11만8000명 밖에 안 됐지만 온라인에서는 월 방문자가 180만명이나 됐기 때문이다. 이 신문은 스트레이트 기사보다는 칼럼이나 블로그 글에 집중하고 다른 뉴스 사이트에 링크를 거는 방식으로 콘텐츠 차별화를 모색하고 있다.

뉴올리언스의 타임스피키윤이라는 신문사의 실패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이 신문은 뉴올리언스의 유일한 일간지였는데 지난해 절반에 가까운 직원을 해고하고 신문 발행 횟수를 주 3회로 줄였다. 그러자 격렬한 반발과 함께 ‘파키윤을 구하자’는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대안이 될만한 다른 일간지가 없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한 생존 전략이었지만 곧바로 다른 일간지가 나와 3개월 만에 2만3500명의 독자를 확보했다.

뉴스위크의 몰락은 드라마틱하다. 1998년 구독자가 340만명에 이를 때도 있었지만 2008년과 2010년 사이에 구독자가 55%나 줄어들었다. 광고 페이지도 60% 가까이 줄어들었다. 류 교수는 “시사 잡지 시장이 전반적으로 안 좋은 편이었지만 뉴스위크는 쉽게 회복하기 어려운 재앙에 가까운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뉴스위크는 결국 2010년에 매각돼 데일리비스트와 합병했지만 시너지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지난해 말 온라인 전용으로 전환했다.

세계 최대의 뉴스 전문채널 CNN도 위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010년 프라임타임 시청률이 45%나 줄어들었고 폭스뉴스는 물론이고 MSNBC에도 뒤쳐져 3위로 추락했다. 류 교수는 “CNN이 추구하는 중립적인 스트레이트 뉴스 보다는 폭스뉴스나 MSNBC처럼 뉴스에 대한 의견 및 논쟁을 중심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CNN은 뒤늦게 폭스뉴스를 벤치마킹해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추가해 올해 들어 겨우 2위로 올라섰다.

미국 최초의 음식 잡지였던 고메매거진도 이런 변화를 피해갈 수 없었다. 2009년 폐간 직전 구독자수는 97만8000명이나 됐지만 광고 매출은 6개월 동안 43%나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들은 고메메거진의 레시피에 관심이 없었고 미래 세대들은 굳이 잡지를 사지 않아도 정보가 넘쳐났다. 게다가 경쟁 매체들도 쏟아졌다. 폐간 직후 고메라이브라는 아이패드앱을 출시하기도 했지만 2년 동안 다운로드 수는 오프라인 시절 독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류 교수는 일련의 사례들을 분석해 두 가지 결론을 끌어낸다. “첫째, 과거에 집착하면 시기를 놓친다. 둘째, 준비 안 된 도전은 위험하다.” 류 교수는 “인터넷 네트워크가 깔리면서 예전이라면 전혀 경쟁할 것 같지 않은 미디어들의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면서 “전통적 미디어 기업들 가운데 안일하게 일반적인 내용을 다루다가 독자들의 마음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종이 신문의 위기는 뉴스의 위기가 아니라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데서 비롯한다”면서 “종이신문이 디지털 신문으로 바뀌는 과도기에서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것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맞는 변화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류 교수의 결론은 다소 식상하지만 망하는 언론사들의 망하는 이유는 그만큼 제각각이다. 류 교수는 자칫 변화를 서두르다 몰락을 재촉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달라진 시장에 맞는 달라진 콘텐츠를 준비하는 게 우선이라는 이야기다. 이제는 과거의 낡은 수익 모델도 의미가 없지만 독점 시장의 지불 장벽도 의미가 없다. 철저하게 콘텐츠에 집중하되 독자들의 구매 동기를 분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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