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먹고 살아야지” 통신사들 주장에 mVoIP 차단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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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픽 부담 안 된다”면서 “경제적 트래픽 관리 필요” 주장… 트래픽 관리 기준안 논란.

“mVoIP(무선 인터넷 전화), 안 쓰는 게 아니라 못 쓰게 만들고 있는 겁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주장이다. “한 번 써봤더니 뚝뚝 끊기고 잘 안 들리더라, 그러면 다시는 안 쓰게 되죠. 통신사들이 의도적으로 mVoIP 서비스의 통화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국내에서만 통화 품질이 이렇게 낮은지 왜 굳이 저가 요금제에서 mVoIP를 허용하지 않고 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1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열린 토론회에서는 이런 막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김경만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정책경쟁과장은 미래부가 지난 4일 공개한 트래픽 관리 기준안과 관련, “망중립성을 옹호하는 나라들도 mVoIP를 허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면서 “현재 대부분의 요금제에서 mVoIP를 허용하고 있고 일부 요금제에서만 허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용자 편익 등을 고려해 최종 기준안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안)의 핵심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가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기기 등에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데 있다. 모든 트래픽을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미래부 관계자가 트래픽 관리라는 명분으로 mVoIP를 일부 요금제에서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망중립성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언을 한 것이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엄살을 떨면서도 은근히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정태철 SK텔레콤 전무는 “미국과 네덜란드, 칠레 등에서 mVoIP를 허용하고 있는데 그 나라들은 최저 요금을 상당히 인상했다”면서 “음성통화가 여전히 통신사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mVoIP를 다 개방하라는 것은 음성통화 이익을 모두 포기하라는 이야기”라고 반발했다. 김효실 KT상무도 “mVoIP는 망중립성이 아니라 요금제 부분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mVoIP를 전면 개방할 경우 자사 음성통화 매출이 줄어들게 될 것을 우려해 반대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mVoIP 차단 또는 차별이 단순히 트래픽 관리 차원이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했다. mVoIP가 엄청난 트래픽을 유발하는 건 아니지만 자사 서비스와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차단 또는 차별한다는 이야기다. 망중립성 원칙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K텔레콤 정 상무는 “mVoIP 차단은 경제적 트래픽 관리 차원”이라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mVoIP가 전체 트래픽에 큰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통신사들의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경제적 트래픽은 서비스 품질의 문제가 아니며, 경제적 트래픽 관리는 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전 이사는 “기본적으로 통신 시장이 국가 규제의 영역에서 배제됐기 때문에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만든 최소 원칙이 망중립성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전 이사는 “이미 망중립성에 상응하는 법 조항이 있고 망 사업자가 부당하게 콘텐츠 사업자를 차별하거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그걸 트래픽 관리 기준안에서 허용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정혜승 실장은 “미래부가 공개한 기준안은 오히려 콘텐츠의 차단과 차별을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다음도 마이피플이라는 메신저 앱에 mVoIP 기능을 추가했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다. 정 실장은 “특정 서비스를 차별 또는 차단해서 안 된다는 건 이미 2011년에 논의가 끝난 사항”이라면서 “이번 기준안에서 mVoIP 차단을 허용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통신사들이 패킷을 감청해 의도적으로 mVoIP의 통화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지만 아직까지 밝혀진 바는 없다. 통신사들은 트래픽 관리 차원에서 패킷을 모니터링한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요금제에 따라 mVoIP 차단 여부를 결정할 때도 패킷 감청 기술이 사용된다. 통신사들은 사생활 침해 논란이 제기되자 패킷 헤더만 읽을 뿐 패킷 내용은 읽지 않는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보이스톡이라는 이름으로 mVoIP 서비스를 하고 있는 카카오에 따르면 10일 기준으로 SK텔레콤과 KT의 보이스톡 손실률이 각각 9.69%과 9.37%로 나타났는데 LG유플러스는 0.54% 밖에 안 된다. 일본과 미국에서도 0.85%와 1.64%로 나타났다. SK텔레콤과 KT에서만 손실률이 매우 높게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9일에도 SK텔레콤과 KT는 손실률이 각각 10.15%와 9.94%, LG유플러스는 0.57%로 차이가 컸다.

카카오에 따르면 손실률이 3% 이상이면 대화가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들고 10% 이상이면 아예 대화가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 카카오는 “통신사들이 패킷 감청을 통해 보이스톡 패킷을 고의로 누락시켜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서비스 초기에는 1% 안팎의 손실률을 기록했는데 이후 1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났고 이용자도 크게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카카오가 제시하는 손실률이라는 게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다. 3G의 경우 월 5만4000원 미만 요금제에서, LTE는 월 5만2000원 미만 요금제에서 mVoIP를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평균으로 보면 손실률이 높게 나올 수 있지만 mVoIP가 허용되는 요금제에서 일부러 속도를 낮추는 일은 없다는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mVoIP를 전면 허용하는 미국이나 전면 차단하는 일본 등과 비교도 적절치 않다는 게 통신사들 주장이다.

결국 이날 토론회에서는 mVoIP 전면 허용을 요구하는 서비스 사업자와 시민단체들, 그리고 전면 허용은 안 된다는 통신사들과 미래부로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렸다. 박경신 교수는 “mVoIP 차별 또는 차단의 이유가 통신사들의 핵심 수익기반인 음성통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응휘 이사도 “통신사들이 mVoIP 차단의 이유로 서비스 품질을 드는 것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전 이사는 “미래부는 물론이고 사업자들도 이번 기준안의 모호한 문구가 mVoIP를 차단하는 근거가 안 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앞으로는 잘할 테니 mVoIP는 그냥 눈감고 넘어가달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전 이사는 “미래부도 과거 방송통신위원회 시절 mVoIP 차단을 포함한 요금제를 인가해줬기 때문에 과거 잘못을 시인하기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토론회에서 방통위 김 과장은 “통신사들이 소프트랜딩하게 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나는 건 알지만 통신사들 사정이 딱하니 그냥 넘어가달라는 읍소나 마찬가지였다. 전 이사는 “VoLTE 시대에 무제한 무료 통화 요금제는 만들면서 정작 mVoIP를 허용하지 못하겠다는 건 경쟁 사업자의 신규 진입을 허용하지 않고 음성통화 시장에서의 기득권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통신사들은 mVoIP 차단은 트래픽의 문제가 아니라, 음성통화 수입 감소 우려라고 밝혔는데 이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경쟁업체의 애플리케이션을 차단하는 반경쟁 행위를 했음을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mVoIP는 단순히 mVoIP만의 문제가 아니라 mVoIP을 통제할 수 있다면 다른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래부는 “mVoIP 제한은 법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없지만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장기적으로 전면 허용으로 간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들의 요구를 수용한 모양새다. 요금제에 따른 차등일 뿐 전면 차단은 아니라는 논리지만 망중립성 원칙의 해석을 두고 갈등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모든 요금제에서 mVoI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공약 위반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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