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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oIP 전면 허용, 박근혜 대선 공약이었는데…”

Written by leejeonghwan

October 11, 2013

요금제에 따라 차별 가능? 반쪽짜리 트래픽 관리안 논란… “망중립성 원칙, 이해는 하고 있나”

mVoIP(무선 인터넷 전화)를 모든 스마트폰 요금제에서 이용 가능하도록 확대하겠다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런데 미래창조과학부가 4일 공개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보면 mVoIP를 요금제에 따라 차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미래부는 이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것 같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말이다. 박 교수는 “이대로라면 1년 전과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고 평가했다.

문제가 된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의 정확한 이름은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안)”, 줄여서 트래픽 관리 기준안이라고도 부른다. 오병일 정보공유연대 대표는 “이번에 공개된 트래픽 관리 기준안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많지만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훼손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소 조항을 안고 있다”면서 “특히 일부 언론 보도에 소개된 미래부 담당 공무원의 발언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기준안에는 “인터넷 접속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원칙적으로 합법적인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는 망에 위해가 되지 않는 기기 또는 장치를 차단하거나 콘텐츠 등의 유형 또는 제공자 등에 따라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 유형에서 “이용자가 선택한 요금제에 따라 mVoIP 서비스의 허용 기준을 달리 규정하는 경우”라는 항목이 삭제된 것도 눈길을 끈다.

문제는 “서비스의 품질과 용량 등에 비례해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하거나 요금 수준에 따른 제공 서비스의 용량을 초과하는 트래픽을 관리하는 경우 이용자의 실질적 선택권 보장 등 이용자의 이익과 공정한 경쟁을 해쳐서는 안 된다”는 대목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이용자의 실질적 선택권을 보장하기만 한다면 요금 수준을 다르게 해서 트래픽을 관리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미래부 통신경쟁정책과 관계자의 발언은 이런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이호준 사무관은 6일 블로터닷넷과 인터뷰에서 “mVoIP나 P2P 등이 아예 안 되는 게 아니라 이용자가 요금제를 바꿔서라도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은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해 논란을 촉발시켰다. 박 대통령의 공약과 배치될 뿐만 아니라 애초에 망중립성 원칙을 잘못 이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향신문도 3일 “새 기준안에서도 통신사의 mVoIP 차단 권한을 사실상 허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신문은 “이용자의 선택권 보장 등의 단서 조항이 있긴 하지만 요금제별로 mVoIP를 차단하는 현행 요금체제 자체는 인정한 셈”이라면서 “단서 조항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통신 업계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부는 이 기사와 관련, 아무런 해명도 정정 요구도 하지 않았다.

오병일 대표는 “사업자가 서비스의 품질과 용량 등에 따라 요금제를 달리 적용하더라도 그 서비스의 내용은 망중립성의 기본 원칙을 준수하는 한도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대표는 “mVoIP든 무엇이든 그것을 차단 또는 차별하는 것은 차단과 차별 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며 서비스의 품질과 무관한 행위”라면서 “이 문구를 삭제하거나 품질의 정의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일부 언론에서 이 조항을 설명하면서 특정한 요금제에서는 mVoIP를 차단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하고 있는데 미래부에서 잘못 설명을 한 건지 언론이 잘못 해석을 한 건지 모르겠지만 애초에 이 조항이 모호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게 문제”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 등이 활동하는 망중립성 포럼은 8일 미래부에 의견서를 보내 “미래부 공무원조차 그런 해석에 동조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이 보도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래부에서 망중립성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이호준 사무관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상당한 인식의 차이를 드러냈다. 이 사무관은 “망중립성 원칙이란 불합리한 차단이나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 무조건 차단 또는 차별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요금제에 따라 mVoIP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다면 전면 차단은 아니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오병일 대표는 그러나 “미래부 공무원의 인식이 그 정도 수순이라면 매우 심각하다”면서 “요금제에 따라 용량 제한은 할 수 있지만 mVoIP 차단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 대표는 “핵심은 통신사가 자사의 이해 관계에 따라 특정 콘텐츠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등을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단순히 mVoIP 뿐만 아니라 앞으로 다른 경쟁 서비스에도 이런 모호한 원칙이 적용된다는 또 다른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사무관은 “지난해 2월 KT가 삼성전자 스마트TV를 차단했을 때는 명백하게 망중립성 위반이라고 판단해서 제재 조치를 내렸지만 그건 특정 서비스를 전면 차단하는 것이라 이용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mVoIP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 사무관은 “mVoIP는 상당 부분 많이 풀리기도 했고 이용자들 불만도 많지 않아 전면적으로 차단을 금지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관은 “mVoIP 전면 허용이 박 대통령의 공약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망중립성 원칙은 말 그대로 정책 방향일 뿐 법이 아니라 사전에 금지하거나 강제할 수는 없다”면서 “스마트TV 차단 때처럼 상황이 발생하면 미래부나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서서 사후에 제재를 하고 맞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무관은 “박 대통령 공약에도 2014년까지 하겠다는 것이지 당장 전면 허용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 사무관은 시민단체들이 지나치게 깐깐하게 군다는 입장이지만 오 대표는 그렇게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 대표는 “mVoIP든 스마트TV든 본질은 같다”면서 “전면 차단은 안 되고 요금제에 따른 차별은 선택할 수 있으니까 괜찮다고 할 게 아니라 애초에 어떤 형태로든 네트워크 사업자가 자사 서비스의 경쟁 서비스를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신 교수도 “이런 식으로 느슨하게 해석하면 통신사들이 경쟁 서비스를 차단하는 걸 허용하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요금제에 따라 무료 통화나 데이터 허용량을 차등화하는 건 통신사들 재량이지만 자사의 이해관계에 배치되는 경쟁 서비스를 자의적으로 차단 또는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mVoIP 차단 또는 차별의 이유가 음성통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방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미래부 공무원이라는 사람이 mVoIP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말하는데 외국에 있는 친지나 친구들과 통화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산 데이터를 왜 내 맘대로 못 쓰게 하느냐며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통신사들이 무제한 음성 통화를 6만원 이상 요금제에만 허용하는 횡포를 저지를 수 있는 것도 mVoIP 서비스가 활성화가 안 돼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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