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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뉴스 생태계, 유료화가 답이 될까.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22, 2013

조선일보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을 단독 기사를 내놓았다.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자식이 있다.” 공인의 사생활을 어디까지 보도할 것이냐를 두고 논란이 제기됐지만 결국 채 총장은 사의를 표명했고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검찰의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조선일보는 이르면 이달 안에 뉴스 콘텐츠 유료화를 단행할 계획이다. 만약 조선일보가 이 기사를 유료 콘텐츠로 내걸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지불했을까.


우선은 사안이 사안인지라 ‘펌질’을 막기 어려웠을 것이고 굳이 조선일보 기사를 찾아읽지 않아도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 보도한 기사가 쏟아졌을 가능성이 크다. 심지어 조선일보의 단독 특종 기사조차도 조선일보 사이트에서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무료든 유료든 차이는 없다. 한 번 이슈가 된 이상 여기저기에서 떠들어 대기 때문에 단독 기사의 유효기간은 고작해야 30분을 넘지 못한다. 단순히 단독 기사만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최근 펴낸 해외언론 동향 보고서에는 뉴스 콘텐츠 유료화를 둘러싼 다양한 사례들이 소개돼 있다. 세계적으로 뉴스 콘텐츠 유료화가 절박한 화두다. 캐나다 글로브앤드메일의 편집국장 존 스택하우스는 “좋은 저널리즘이 있다면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는 충분히 가능하다”면서 “독자 조사를 하면 할수록, 독자들이 일반적으로 ‘훌륭한(great)’ 콘텐츠에 대해서는 기꺼이 요금을 지불할 용의가 있음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영국 이노베이션미디어컨설팅의 파트너 후안 세뇨르는 “유료화를 할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는 정리됐다”면서 “문제는, 무엇을 유료화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세뇨르는 “‘재활용 뉴스’나 ‘값싸고 획일적인 의견’, ‘취재 없는 분석’, ‘뻥튀기 보도’ 등 나쁜 저널리즘과 상업화된 뉴스 비즈니스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일 먼저 보도하는 건 이제 필수가 아니다”라면서, “남들보다 낫고 유효적절한 것이 롱런을 가름한다”는 이야기다.

세계신문협회 사무국장 스티그 노르드크비스크는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 전술의 핵심 과제는 독자들을 충성도 높은 구매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의 채동욱 총장 혼외자식 보도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하는 기사였지만 충성도를 높이는 기사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독 보도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독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드는 건 결국 넘쳐나는 무료 뉴스와의 차별성, 새로운 콘텐츠와 새로운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세뇨르는 “기본으로 돌아가자”면서 “이제는 물량(volume)에서 가치(value)로 무게중심이 넘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뇨르는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이 발행부수와 광고수익을 합쳐 달러(종이 지폐)를 모으는 것이었던 반면 요즘의 새 비즈니스 모델은 각양각색의 콘텐츠(종이신문, 웹, 모바일, 태블릿, 데이터, 책, 뉴스레터, 컨퍼런스, 이벤트 등)를 팔아서 다임(10센트)이나 쿼터(25센트) 동전을 긁어모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지난해 10월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첫째, 계량형 유료화가 적용되지만 보관되지는 않는(no archive) ‘서비스 콘텐츠’, 둘째, 계량형 유료화가 적용되고 보관되는 ‘핵심(core) 콘텐츠’, 셋째, 계량형 유료화가 적용될 ‘틈새 콘텐츠’, 넷째, 유료로만 볼 수 있는 ‘프리미엄 콘텐츠’를 구분했다. 스택하우스는 “뉴스룸도 이처럼 프로그램화된 수요에 맞추는 식으로 조직됐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초기 한 달 동안 99센트를 내고 시범 서비스를 이용했던 독자의 90%가 넘는 9만 명 이상이 한 달에 19.99달러를 내는 정규 유료 구독자로 전환됐다. 100일이 지난 뒤 수익은 당초 예상의 25%를 초과 달성했다. 글로브앤드메일은 유료화 전환 이후 방문자 수가 40% 줄어들었지만 정기 구독자들이 일반 독자들에 비해 10배 더 많이 사이트를 방문하고, 방문 때마다 179% 많은 시간을 체류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신문협회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신문사(publisher)의 48%가 온라인 유료 콘텐츠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데 그중 40%는 계량제(metered)를 시행하고 있다. 17%는 전면 유료화, 33%는 프리미엄 콘텐츠에만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신문사 전체 수익의 27%가 비전통적 사업 영역에서 나오는데 11%는 디지털 수익, 8%는 광고와 연관된 고객 서비스 수익, 8%는 e커머스(e-commerce) 같은 신문 발행과 무관한 수익이다.

세뇨르는 “속도와 깊이, 두 가지 리듬이 공존하는 뉴스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 속보 담당 ‘레이더 데스크(Radar Desk)’와 둘째, 소셜미디어 담당 ‘에코 데스크(Echo Desk)’, 셋째, ‘분석 데스크(Analystics Desk)’, 넷째, ‘데이터 저널리즘 풀’, 다섯째, 출고와 동시에 비주얼 작업이 가능한 ‘그래픽 풀’ 등을 갖춰야 한다는 이야기다. 세뇨르는 “혁신은 완전한 조직 변환이 있을 때만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매일경제를 시작으로 조선일보와 내일신문,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이 콘텐츠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의 콘텐츠에 지불 장벽을 치거나 재탕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슈를 만드는 단발성 단독 기사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인 콘텐츠 혁신과 스토리텔링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신문협회 사무총장 빈센트 페이레그네는 뉴스 유료화의 유형을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뉴스 미디어는 프린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고 있다. 둘째, 인쇄매체는 여전히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투자를 계속해야 한다. 셋째, 우리는 독자들을 신문사 웹사이트로 유인하기는 했지만, 그들을 집중시키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수용자 참여’가 미래의 관건이다.

미디어&마케팅솔루션 회사 개닛의 회장 로버트 디키는 다른 언론사들에 이런 조언을 남긴다. “(회사의 미래를 논할 때) 과감하라.”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지 말라. 과감하게 나서야 할 때다.” “사람들의 생활에 영향을 끼칠 새로운 방식을 찾아라.” “회사의 최고 강점이 무엇인지, 무엇을 기반으로 삼을 수 있는지, 목적이 무엇인지를 자문해보라. 용기가 있어야 첫 발을 내디딜 수 있다. 지금이 가장 좋은 시기다. 미래를 향해 과감한 발걸음을 내디뎌라.”

노르웨이미디어비즈니스협회(MBL) 디지털 디렉터 예이르 엥엔은 지불 장벽을 최대한 낮추고 콘텐츠의 가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회성 방문자부터 열성 팬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의 충성도 레벨에 맞춰서 한번 방문한 독자가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도 새겨들을 만하다. 일정 건수 이상 기사를 보려면 돈을 내는 방식, 일정 금액을 내면 사용권을 주는 정액제 방식 등 다양한 유료화 모델을 검토하라는 이야기다.

스택하우스는 “독자 감소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글로브 앤드 메일은 유료화 모델 적용 이후 주간 40%의 트래픽 감소를 맞아 이를 보충하느라 애쓰고 있다. 유료 구독자뿐 아니라 무료 독자들을 유입하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한다는 이야기다. 유료 구독자들에게 e북을 선물하거나 그들을 위한 특별 대담이나 포럼 같은 특별 이벤트도 필요하다. 스택하우스는 “뉴스를 적극 활용하라, 그보다 파워풀한 건 없다”고 강조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B2B 담당 매니징디렉터 카스파 드 보노는 “보이지 않는 독자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목적 없는 기술은 돈 낭비”라고 지적한다. “콘텐츠 생산에 기술을 적용할 때, 독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가 하는 목적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보노는 “콘텐츠 유료화 전략에서 중요한 것은 독자 수요에 기반을 둔 전략을 세우는 것이고 특히 오피니언 리더들의 생각과 수요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영국 와이어드 편집장 데이비드 로완은 “비즈니스 붕괴는 일반적인 일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로만 디지털이나 유료화를 들먹이지 않고,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모델을 논의하는 프레임을 새로 짜야 한다”고 지적했다. 로완은 “신문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뉴스 조직은 가치가 있지만 그 가치에 보조금을 주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욕시립대 제프 자비스 교수는 “언론은 정보의 흐름 속에서 얻기 힘든 무언가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모두가 아는 정보를 상품화해선 안 되며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스는 “언론이 모든 뉴스를 보도할 수는 없다”면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특화하고 나머지는 링크하라(do what you do best and link to the rest)”고 조언했다. 자비스는 온라인 콘텐츠 유료화(paywall)가 신문 산업의 구세주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자비스는 “콘텐츠 유료화 정책은 가장 충성스러운 독자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킨다”면서 “가장 소중한 충성 독자층에게 벌을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스를 많이 소비하는 독자들을 우대하는 ‘역 페이미터제’를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말미에 “지금은 인터넷이 무엇인지 알기에 너무나 이른 시점”이라면서 “지금은 독자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할 때”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를 정리한 차준철 경향신문 디지털뉴스팀 팀장은 “플랫폼이 관건이 아니라 그 안에 담아내는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한 콘텐츠가 신문산업의 최대 경쟁력”이라면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미친 짓'”이라는 알프레드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한 세뇨르의 말로 결론을 맺었다. 채 팀장은 “혁신은 디지털 세대 몇 명이나 개성강한 편집장을 고용한다고 해서 일어나지 않는다, 혁신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언뜻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강조하면서도 플랫폼 혁신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논의는 결국 차별화된 콘텐츠가 유일한 생존 전략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분명한 것은 뉴스가 넘쳐날수록 진짜 뉴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유의미한 성공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여전히 공짜 뉴스에 광고 비즈니스에 목을 매는 언론사들이 있겠지만 그런 낡은 수익모델은 오래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보고서 원문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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