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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배신’이 출간됐습니다.

Written by leejeonghwan

September 3, 2013

과잉 노동의 사회, 우리가 알고 있는 경제는 가짜다.
신자유주의 성장신화를 넘어.
왜 열심히 일하는데도 우리는 행복하지 않은가.

아래는 보도자료입니다.

“밤에는 잠 좀 자자.” 현대자동차에 주간 2교대제가 도입된 뒤에도 노동조합에서는 주말 밤샘 특근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시간 단축을 외칠 때는 언제고 노조가 나서서 더 일하게 해달라고 아우성이다. 최대 두 배까지 더 받을 수 있는 특근 수당 때문인데 사실 누가 이들을 나무랄 수 있겠는가.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우리가 열심히 공부하고 또 열심히 일하는 까닭도 모두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것인데, 단순히 수당을 좀 더 벌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좀먹는 일도 마다 않는 것, 아니 그것을 적극 얻어내기 위해 파업까지 하는 것은 자가당착적인 일이 아닐까요?”

강수돌 교수는 ‘한국경제의 배신’에서 “‘(아직 살아) 있을 때 더 벌자’라는 IMF 시절의 트라우마가 굉장히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평생직장’이라고 믿어왔던 회사나 노조도 믿을 수 없고, 오직 나 자신밖에 없다는 절박한 생존 본능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무한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이 가진 유일한 무기가 (노동자를 상대로 한) 경쟁과 분열이라면, 그에 맞서는 노동자의 유일한 무기는 단결과 연대”라고 강조한다. “‘살아 있을 때 더 벌자’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위해 같이 나서자’가 노동자다운 구호”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너는 아빠처럼 이렇게 힘들게 살지 말아라”라는 소망, “아파트를 제대로 한 채 장만하자”라든가, “자동차를 좀 더 좋은 걸로 장만하자”라든가 하는 소박한 욕망. 강 교수는 “인간과 자연의 생명을 한없이 빨아먹어야만 자기 몸집을 불릴 수 있는 속성이 바로 자본의 근원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강 교수는 “궁극적으로 자본의 무한 탐욕을 바로잡으려면 기업이나 경제를 노동자가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통제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정도로까지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소득 상위 10분위와 하위 10분위의 임금 격차는 2001년 4.81배에서 2012년 5.25배 수준까지 오히려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 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동시간은 2011년 기준 2090시간으로 OECD 최장이다. 미국은 1704시간, 일본은 1728시간, 독일은 1406시간으로 우리보다 적다.

–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21.5명으로 평균 11.7명의 거의 두 배나 되고 여성 자살률은 13.2명으로 1위, 남성 자살률은 32.0명으로 헝가리에 이어 2위다.

– 사회공공연구소에 따르면 200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가계 운영비 가운데 사회임금이 차지한 비중은 7.9%에 지나지 않는다. OECD 평균은 31.9%다. 스웨덴은 48.5%다.

– 노동소득분배율이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 64.2%로 고점을 찍은 뒤 꾸준히 줄어들어 2012년에는 59.7%를 기록했다.

– 유가증권시장의 10대 그룹 소속 12월 결산법인 69개사의 2012년도 유보율이 1441.7%로 집계됐다. 2008년 말보다 무려 517.8%포인트나 늘어난 규모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일단 뛰어라, 잡아먹히고 싶지 않으면 무조건 뛰어라”고 말한다. 경제성장과 자유무역이 빈곤을 퇴치하는 최선의 수단이고 포식자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최소한 포식자의 진화와 같은 속도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기자는 이 책에서 “성장의 한계가 본격화하자 자본의 도피와 내부 착취가 구조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한다. “성장의 한계나 폐해가 아니라, 그게 처음부터 ‘성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 기자는 “경제성장이 설비 투자로 이어지고 고용을 창출할 거라는 막연한 믿음, 그래서 성장이 곧 부의 분배와 확산으로 이어질 거라는 오래된 믿음이 깨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강수돌 교수는 “‘제발 살려 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들 일이 아니라 정신을 단단히 차리고 단결해서 ‘그래, 좋다. 그러면 당신이 가진 것 내놔라. 우리가 직접 해보마’ 이렇게 나서야 한다”고 제안한다. “삶의 논리와 돈의 논리가 충돌할 때 일관되게 삶의 논리로 가야 하는데, 돈 앞에서 속으로 웃어버리면 이미 진 거나 마찬가지”라는 이야기다.

강 교수의 주장은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개별로 중산층이 되는) 돈이 아니라 (더불어 행복한) 삶이다.”

강 교수는 “주체의 의식 변화는 투쟁 속에서, 실패의 성찰 속에서, 삶의 원리를 학습하는 과정 속에서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출발점은 ‘현재의 내 삶이 행복한가? 현재 우리 사회가 행복한가?’ 하는 질문들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기자도 “시장은 절대 저절로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시장만능주의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시장만능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을 깨부숴야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장기적으로는 복지국가가 대안이 되겠지만 이를 추동할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게 이 기자의 주장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자기파업(self-strike)’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자본가를 대상으로 하는 게 일반적인 파업이라면, 여기서 말하는 자기파업은 나를 상대로 한 파업이다.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무의미한 삶을 잠시 멈추고 멍하니 산길을 걸으며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라는 제안이다. “‘자기파업’이라는 나에 대한 부정은 실은 진정한 나에 대한 긍정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이 책에서 경제 민주화라는 형해화된 개념을 새로 규정한다. 강 교수는 “경제민주화란 일하는 모든 사람들이 ‘왜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가?’라는 근본적 문제를 스스로 던지며 삶의 진정한 주체로 거듭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해서 그런 주체성을 억압해온 각종 사회 구조를 타파해 완전히 새로운 구조를 만들자는 논의이자 연대운동이어야 한다”고 정의한다.

“아무도 부자가 되지 않으려 한다면 모두 부자가 될 것이고, 모두 가난해지려 하면 누구도 가난해지지 않을 것이다.” 강 교수가 인용한 피터 모린의 말에서 대안적 경제 민주화와 고르게 사는 사회를 위한 상상력의 뿌리를 찾을 수 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진정으로 스스로의 삶에 대한 주체성이 결여된 상태에서 오로지 사회의 상층부가 제시하는 돈과 권력의 논리만 추종하다가 헛된 삶을 사는 꼴이고 이런 ‘객체화된 인생’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 ‘경제민주화’도 말짱 도루묵이 될 것”이라는 경고다.

이 기자는 경제 민주화를 “시장에 대한 민주적인 통제”라고 규정한다. “자유방임의 시장이 민주주의를 위협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서 필요하다면 정치가 경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 기자는 그래서 “재벌 개혁도 중요하지만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경제민주화는 의미가 없다”고 지적한다. “복지 전망이 없는 경제 민주화는 거짓이고 비정규직 문제를 돌보지 않는 경제민주화는 위선이고 기만”이라는 이야기다. 이 기자는 “순환출자 금지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금산분리, 지주회사 요건 강화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 정규직화, 그리고 노동자의 경영 참여 확보”라고 강조한다.

이 기자는 “재벌 해체가 답이 아닌 것처럼 막연하게 재벌의 선의에 기대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없고 경제 민주화의 함정을 경계하되 주주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분명한 것은 시장의 탐욕을 규제하고 게임의 법칙을 바로잡는 일이 정부의 역할이고 책임”이라는 이야기다.

강 교수는 경제 민주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를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첫째는 소유 및 생산의 측면으로, 생산수단과 노동력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분배의 측면으로, 갈수록 사회 양극화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셋째는 주체의 측면으로, 그동안 민초 자신이 그 고유의 인간적 심성을 잃고 기득권의 심리 구조, 즉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을 그대로 내면화했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경제 민주화는 객관적 구조의 변화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에 대한 재성찰, 즉 ‘나부터’ 혁명으로 시작해서 ‘더불어’ 혁명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한다.

“상류층은 기득권을 누리면서 중독돼 가고, 중하층은 기득권을 동경하면서 중독되어 갑니다. 향유중독과 동경중독, 이 양대 중독이 사람들의 디엔에이(DNA)를 바꿔 버려요. 주체의 ‘탈주체화’가 이뤄진 셈이죠. 역사적, 사회적 과정에서 자본에 꼭 필요한 사람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에 맺었던 본연의 관계를 상실한 채 오로지 남보다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라는 중독적 구호 속에 자기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고 있는 거죠.”

“하나는 저항과 협상의 측면, 다른 하나는 대안 형성의 측면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사실상 이 둘은 동시에 이뤄져야 바람직합니다. 또, 그 과정에서 구조는 행위에 제약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행위를 낳는 조건이 되기도 하겠죠.”

강 교수는 “더 이상 죽임의 경제가 아니라 살림의 경제를, 더 이상 경쟁과 분열의 경제가 아니라 소통과 연대의 경제를 아래로부터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 교수와 이 기자는 “교육과 경제, 노동과 생명 등 삶의 전반적 과정을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진정으로 고르게 더불어 사는 사회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한국 경제의 배신 / 강수돌·이정환 지음 / 굿모닝미디어 펴냄 / 1만5800원. (알라딘)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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